주간동아 237

2000.06.08

경비는 저렴, 가족애·추억은 “듬뿍”

항공권·숙식만 제공 현지 일정은 마음대로…가이드 없는 패키지 등 입맛 맞는 상품 다양

  • 입력2005-12-20 12: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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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는 저렴, 가족애·추억은 “듬뿍”
    유럽. 그 단어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누구나 어릴 적에 한 번씩 매료되었던 동화 속의 왕자나 공주, 백조의 성은 다 유럽의 문화가 아니었던가. 독일의 노이슈바슈타인성을 보면서 디즈니의 신데렐라성과 똑같이 생긴 성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에 경이로움마저 느낀다.

    80년대 후반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뒤 이 땅의 젊은이들은 가장 먼저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역이나 공원에서 노숙하며 무수한 무용담과 신화를 만들어내고 배낭여행 문화를 주도했던 대학생들이 이제는 자녀를 가진 30대의 사회인이 되었다. 이들이 가장이 되면서 또다시 만들어낸 문화가 ‘가족 배낭여행’.

    기존의 패키지 여행은 가족이라는 ‘특별한’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여행객 모두가 한꺼번에 움직이며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가족 배낭여행은 패키지 여행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가족 단위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족끼리 떠나는 배낭여행은 여행코스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숙박, 교통편, 먹거리 해결, 여행 중에 무엇을 중점으로 볼 것인지 등등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즐거운 경험을 가져다줄 것이다.

    가족 배낭여행은 여행사에서 미리 항공권이나 숙소를 확보해놓은 패키지 상품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하려면 시즌이 시작되기 몇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유럽 지리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렌터카를 이용해서 이동할 경우에는 지리감각과 외국어감각도 필수.

    유럽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 지역을 한꺼번에 보고 싶은 욕심을 내는 경향이 있다. 유럽의 나라 중 일정에서 빠질 때 아쉽지 않은 나라가 하나라도 있을까.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몇 개 지역으로 나누어 여러 번에 걸쳐 여행하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가장 일반적으로 파리를 기준으로 네덜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여행하고 중부유럽으로 오는 방법과 파리를 기준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유럽을 여행하고 중부유럽으로 오는 방법이 있다. 유럽에는 분기점이 되는 도시들이 몇 개 있는데 파리 암스테르담 빈 헝가리 로마 제네바 니스 등이다. 따라서 여행 일정을 잡을 때는 분기점이 되는 도시들을 중심으로 하여 주변국을 여행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영국을 일정에 넣었을 경우는 첫 기착지를 영국으로 한 뒤 런던에서 파리로 입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니면 런던을 마지막 기착지로 하여 도버해협을 한 번만 건너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다. 도버해협을 건널 때는 비행기보다는 명물 ‘유로스타’를 이용해보자. 그리고 아이들이 있을 경우에는 파리를 꼭 일정에 넣어 유로디즈니를 구경시켜 주는 것도 좋다.

    여행시 지역별로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은 2개 도시일 경우 일주일, 4개 도시일 경우는 10일 내외, 7개 도시일 경우는 15일 내외로 잡아야 한다. 또한 가족 구성원의 연령을 고려하여 다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하여야 한다. 비용은 런던이나 파리를 일주일 정도 여행할 경우 1인당 130만원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이는 왕복 항공료, 현지 교통편, 숙소(투어리스트급 호텔) 등을 포함한 것이다.

    직접 항공편과 숙소를 예약하고 모든 일정을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일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여행사에서 가족여행객들을 위해 마련해놓은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그 중의 하나가 ‘버스호텔 프리투어’다. 이는 패키지여행과 배낭여행의 장점을 합쳐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여행사측에서는 항공권과 숙소, 식사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개별적으로 관광일정을 짜서 가족끼리 돌아다니는 것. 여기서 말하는 숙소는 캠핑장이다(캠핑장이 갖춰 있지 않은 곳에서는 호텔에 묵는 경우도 있다). 현지에 내리자마자 전용버스로 이동하는데 이 버스에는 취사도구 및 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어 낮에는 이동수단으로 쓰고 저녁 때는 캠핑장에 묵으면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여행 방식은 일정 장소까지 버스로 데려다주면 흩어져서 종일 관광을 한 뒤 저녁에 약속장소에서 다시 만나 숙소로 돌아오는 식이다.

    이런 여행은 숙소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어서 좋으나 버스를 타는 시간이 길고 시차에 적응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기 때문에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가족 구성원의 연령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존 여행상품에 비해 경비는 저렴한 편. 배낭전문여행사 배재항공여행사(02-733-3313) 상품의 경우, 유럽 3개국 8일 일정이 120만원 내외, 4개국 10일 일정이 170만원 내외다. 이는 기존 패키지 여행가에 비해 3분의 2 수준이다.

    이런 여행의 빡빡한 일정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상품이 있다. ‘에어텔 배낭여행’이나 ‘콘도텔 배낭여행’이 그것. 에어텔 배낭여행은 항공권과 호텔을 연계한 패키지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호텔을 예약해서 쓰는 것이지만 가이드가 없다는 점에서 일반 패키지 상품과 차별화된다. 그러나 에어텔의 경우 음식이 또 문제가 된다. 가족여행은 최소한 2인 이상인데, 매끼 식사를 패스트 푸드나 햄버거로 때울 수도 없는 일. 이런 단점을 보완해 나온 것이 콘도텔 배낭여행이다.

    콘도텔은 외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여행 형태로 ‘아파텔’이라고도 불린다. 아파트를 이용하는지 콘도미니엄을 이용하는지에 따라 이름만 달라질 뿐 같은 개념이다. 대부분의 아파트나 콘도는 완벽한 취사 설비를 갖추고 있어 유럽의 일반 주택에서 거주하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콘도텔측에서 방청소까지 해주므로 안락함도 그만이다.

    아침식사가 나오지 않는 점이 호텔과 다른 점이지만 어차피 유럽 호텔의 아침식사는 컨티넨탈식이라고 하여 커피 버터 빵 우유 등으로 간단히 때울 뿐이기 때문에 콘도텔에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충분히 만들어 먹고 체력을 보충한 뒤 하루의 강행군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밑반찬과 쌀은 한국에서 준비해 가고 야채나 고기는 현지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아침과 저녁 식사는 콘도에서 한국식으로 해먹고 관광 중에만 현지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에어텔은 항공사에서 만든 상품이 비교적 저렴하다. 대한항공(www.koreanair.co.kr)이나 아시아나항공(www.travelportal.co.kr)을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최근 이를 취급하는 여행사들도 늘고 있다.

    콘도텔의 경우 내일여행사(02-777-3900)에서 내놓은 상품이 9개국 22일 일정에 220만원 내외, 10개국 29일 일정에 240만원 내외다. 가족이 함께 떠나는 배낭여행은 생활의 활력소가 됨은 물론 모두에게 값진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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