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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들, 자나깨나 ‘메이저리거’ 생각

용병들, 자나깨나 ‘메이저리거’ 생각

용병들, 자나깨나 ‘메이저리거’ 생각
미국 대도시에 노을이 깔리기 시작하면 시민들이 삼삼오오 야구경기장으로 몰려 온다. 혼자 오는 이는 거의 없다.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관전은 저녁 6시 이후의 가장 멋진 여가 중 하나다.

야구는 미국에서 생활의 일부다. 일과 후 활동이라면 직장 동료, 친구들과 소주 한잔을 첫손가락으로 꼽는 우리네 판단으로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야구가 국민의 생활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메이저리거는 미국에서 최고의 직업 중 하나다. 고소득이 보장돼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LA다저스의 케빈 브라운은 1년에 1000만 달러 이상을 번다). 대다수 미국 프로야구선수들은 소득의 일부를 불우이웃 돕기 등 이웃사회에 환원하거나, 시즌 종료 후 어린이 야구교실을 연다. 그들은 ‘가진 자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의무’를 지키려 한다. 그래서 메이저리거는 종종 지역 사회의 존경받는 인물이 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다음에 열거하는 이름들이 왜 그토록 빅 리거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펠릭스 호세, 조 스트롱, 호세 파라…. 한결같이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 다시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선수들이다. 외국인 선수 도입 첫해인 97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서 실패 혹은 성공을 맛보고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이 올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97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돼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었던 우완 투수 조 스트롱(38)은 지난 5월12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플로리다 말린스 산하 트리플A 캘거리 캐넌스에서 시작한 스트롱은 12일 전격적으로 메이저리그 승격을 통보받은 뒤 곧바로 마이애미 프로 플레이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한 것이다. 5대 4 한점 차로 앞선 7회 2사 2루에서 선발 존 그릴리를 구원한 그는 월리 조이너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 불을 끈 뒤 8회를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마무리 투수 알폰소 알폰세카에게 바통을 넘겼다. 최고 구속 95마일(약 153km)에 1⅓이닝 무안타1 볼4 무실점. 말린스가 5대 4로 이겨 스트롱은 ‘홀드’(hold·승패에 관계없이 효과적인 투구를 했을 경우 주어진다)를 얻었다.



삼성서 뛰었던 호세 파라는 지금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선발투수로 나서고 있다. 롯데에서 지난해 팀 타선의 절반을 차지했던 펠릭스 호세는 뉴욕양키스로 갔다. 그러나 그는 메이저리그에 오른 뒤 바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생애 첫 메이저리그 등판이었던 스트롱은 지난 1960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투수 디오메데스 올리보(당시 41세) 이후 가장 나이 많은 신인 선수로 기록됐다. 조 스트롱 본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희한한 시나리오다. 대만 프로야구에서 불미스런 사고로 방출된 뒤 한국에서도 적응을 못한 채 ‘새가슴’이라는 소리만 듣다 1년만에 짐보따리를 쌌던 스트롱이 아닌가.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는 외국인 용병들. 그들이 가슴 한 쪽에 숨겨두고 있는 꿈도 여느 선수와 다를 바 없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0.06.01 236호 (p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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