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3

2000.05.11

평균수명 느는데 직장정년은 줄고

‘퇴직은 新고려장’ 불안 심화

  • 입력2005-11-01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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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교육공무원 정년을 65세에서 63세로 낮추게 되었을 때 직장에서의 정년은 과연 몇 세가 적정한지가 관심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1998년 10월에 성인 600명에게 전화여론조사로 물어보았더니 60세가 적당하다는 응답이 48%, 55세가 20%, 65세가 14%로 55세부터 65세라는 응답이 8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터넷이나 벤처를 지향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다국적 기업이 국내에 다수 진출하면서 직장내의 실제 정년은 점점 더 낮아지는 것 같다. 잘 나가는 벤처기업 직장인들은 대부분이 20~30대이며, 일반 기업에서는 50대만 되어도 왠지 불안하다. 직장인들의 희망은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이겠지만 60대에 은퇴 할 수 있다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평균수명이 70대 중반까지 연장된 현실에서 60세에 은퇴한 사람은 평균 10년 이상 직업 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 현대인에게 있어 직업이란 경제생활을 영유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이다. 따라서 직업이 없는 생활은 곧 현대판 고려장일 수도 있다.

    실제로 1995년 서울시민 750명을 대상으로 ‘현재 노인문제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경제적 빈곤’이 23%, ‘소일거리 없음’이 36%, ‘소외,고독’이 33%로 나타났다. 만일 사람들이 계속해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노인 문제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직업이 육체적 노동을 많이 요구했지만 앞으로는 육체를 쓸 일도 적어질 것이므로 노령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또 노령이라도 인터넷으로 모든 세계와 네트워킹이 가능해지고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쉬워졌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예전에는 일생에 한번만 선택해야 했던 직업과 전공, 그리고 결혼을 이제는 두 번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래 학자들은 전망한다. 노령기에 들어 새롭게 직업을 갖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 주변에도 60세에 새로 공부하여 65세에 의학박사가 된 전직 장관도 있고, 의사로 정년을 마친 뒤 새롭게 변호사공부를 시작했다는 미국 교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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