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3

2000.05.11

다달이 짭짤한 맛 ‘월세’뜨고 ‘전세’진다

은행이자·매매 차익보다 수익성 좋아…세입자도 목돈 부담없어 선호

  • 입력2005-11-01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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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달이 짭짤한 맛 ‘월세’뜨고 ‘전세’진다
    주택시장이 변하고 있다. 집값 상승률이 은행 이자율을 밑돌고, 매매거래가 위축되면서 오히려 임대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집값 상승률의 3배가 넘는 전세값 상승 행진이 계속되고 임대 주택 사업자에 대한 자격 요건이 완화되면서 매매보다는 전세로, 전세보다는 수익성이 좋은 월세로 전환하여 임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 수요가 많은 소형 아파트는 월세 매물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소형 아파트가 밀집된 강남구 개포동과 도곡동, 서초구 잠원동, 강서구 방화동과 염창동, 양천구 목동, 도봉구 창동,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 등은 최근 주거용 임대시장에서 월세형 임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30%에 달한다.

    이처럼 월세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 이자나 매매 차익보다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월세의 경우 보증금을 기준으로 적게는 월 1~1.5%, 많게는 2%까지 월세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임대 수요가 풍부한 20평 이하 소형 아파트는 몇 년간 매매가가 떨어진 반면 전세가는 크게 올라,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평균 60~70%, 최근에는 80~90%까지 치솟고 있어 전세금을 기준으로 월세를 책정할 경우 수익성이 높다.

    강남권 15~17평 소형 아파트 매매가는 지역 편차가 크지만 적게는 9000만~1억원, 많게는 1억1000만~1억3000만원 선이다(재건축 대상 노후 아파트 제외). 그러나 현재 중개업소를 통해 나온 월세형 매물들을 보면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 65만~80만원 선으로 은행 이자보다 높다. 강서구 방화동과 염창동, 도봉구 창동,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 등은 10~15평 아파트 매매가가 5000만~7000만원 선이지만 월세형일 경우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 40만~5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

    월세형 임대 아파트가 늘어나는 두번째 이유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자격요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5채 이상 매입해서 임대해야 임대 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두 가구만 매입해도 임대 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기존 주택이라도 전용 면적 18평 이하면 재산세 50% 감면, 종합토지세 0.2~0.5%로 분리과세하므로 개인적으로 주택을 보유하는 것보다 조세 부담이 작다(전용면적 12평 이하는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면제). 또 5년만 임대해도 신규 주택은 100%, 기존 주택은 50%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안 팔리는 소형 아파트에 자금을 묶어 두고 있는 것보다 세제혜택 받으면서 매달 꼬박꼬박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형 아파트가 ‘꿩 먹고 알 먹는’ 사업이다. 건축연수는 10년이 넘어가고, 재건축 가능성은 희박하고,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매매 거래가 안돼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는 소형 아파트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적절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월세를 염두에 두고 안정적인 투자 목적으로, 매매가가 싸고 전세가 비율이 높아 월세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소형 아파트를 여러 채 사서 임대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기대되는 매매 차익은 적은 반면 임대수입은 오히려 은행 금리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000년 1·4분기의 경우 서울지역이 매매가 2.98%, 전세가는 8.14%, 5개 신도시가 매매가 1.2%, 전세가 9.95%로 매매가 상승률에 비해 전세가 상승률이 3배 가까이 높다(자료:부동산 114 아파트 시세조사). 이 때문에 소형 아파트의 경우에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너무 높아 서울-수도권과 신도시는 20평 이하 소형 아파트 전세가 비율이 80~90%까지 육박해 있는 상태다.

    임차인들도 월세형을 선호하는 경우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지 소득 수준에 비해 월세 부담이 높기 때문에 2년마다 목돈을 올려주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하는 층이 두텁지만, 전세값 폭등으로 목돈을 올려줄 형편이 안되는 세입자들은 인상 차액만큼 월세로 지불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자금력이 빈약한 젊은층은 목돈이 없어도 주거 여건이 좋은 곳에서 자신의 소득수준에 맞게 월세로 살 수 있는 임대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주택시장의 변화를 볼 때 이러한 추세는 더욱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2002년을 기점으로 주택보급률이 100%에 도달해 주택의 절대 부족 현상이 해소되고, 집값 상승률이 안정돼 투자 목적으로 집을 가지고 있는 것도 도움이 못되고,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사는 것은 더더욱 실효성이 없다. 또 집을 살 때는 마음대로 사도 팔 때는 마음대로 팔 수 없어 필요한 때 환금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작년과 올해 부동산 경기가 좋아졌음에도 주택 전세 거래만 활발할 뿐 매매 거래가 위축돼 있는 현상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투자 대상으로서의 아파트에 대한 매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소형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가격을 낮춰서 올해 안에 팔거나, 묶인 자금만큼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월세형 임대 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은행 금리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목돈을 금융권에서 운용하는 것보다 실물 시장에서 현금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가 유리하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택 소유에 대한 사고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주택을 투자의 목적이 아닌 안정적 주거와 생활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목돈을 주택에 묶어 두기보다 월세로 살면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다른 곳에 분산투자하거나 자기계발 취미 레저 등 삶의 질적인 부분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자금력이 높은 사람들도 주택 보유에 따른 투자 수익이 보장되지 않자 다른 투자대안을 찾아 주택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원 스톱 리빙(One Stop Living)이 가능한 고급 아파트를 월세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중소형 아파트 중심의 임대 시장뿐만 아니라 집을 살 능력이 되는 고급 월세 아파트 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임대 주택 사업도 유망 사업 분야 중 하나다.

    주택저당 채권제도가 도입돼 집값의 70~80%까지 20~30년간 장기 저리로 대출돼 주택 구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매달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높아 월세를 내는 수준과 비슷하다. 주택저당 채권제도 도입이 오래되고 집값이 안정된 나라의 경우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는데도 자가 소유보다는 임차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주택저당 채권제도로 인해 월세형 주택을 부담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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