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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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은 처녀 절도죄?

성적 권리보다 재산권 침해로 규정…돈으로 보상·결혼하면 문제 해결

  • 입력2006-05-16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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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간은 처녀 절도죄?
    성서의 율법이 가장 기이하게 적용된 성행위는 강간이다. 예컨대 약혼하지 않은 처녀와 강제로 성교하다가 붙잡히면 강간범은 처녀의 아비에게 50세겔을 물어야 하고, 몸을 버려 놓았으므로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한다(신명기 22:28∼29). 약혼한 남자가 있는 처녀를 강간했을 경우에는 강간한 장소에 따라 처벌내용이 달라진다. 들판에서 겁탈했을 때에는 남자만 죽인다. 쳐녀가 소리를 질러도 구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신명기 22:25∼27). 그러나 성읍 안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남녀 모두 성문 있는 데로 끌어내다가 돌로 쳐죽인다. 처녀가 강간당하면서 소리를 질러 구원을 청하지 않았으므로 화간(和姦)으로 간주된 것이다(신명기 22:23∼24).

    구약성서에는 강간이 빌미가 되어 대량학살이 발생한 사례가 나온다. 창세기 34장과 판관기 19∼20장은 강간을 대량학살로 보복하는 잔혹한 이야기이다.

    누이 강간에 주민학살로 보복

    창세기 34장의 여주인공은 야곱의 딸인 디나이다. 가나안 땅의 지방 군주인 하몰의 아들 세겜이 디나를 붙들어다가 겁탈하고 애정을 호소한다. 야곱의 자식들은 누이가 능욕당했다는 말을 듣고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하몰은 야곱에게 찾아와 디나를 며느리로 달라고 청혼한다. 세겜도 디나의 아버지와 오빠들에게 아내로 줄 것을 간청한다. 야곱의 아들들은 누이가 욕본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었지만 시치미를 떼고 하몰과 세겜에게 “할례(割禮)받지 않은 사람에게 우리 누이를 줄 수 없다”고 거절하고 할례를 통혼 조건으로 제시한다.



    할례는 생후 8일째 되는 날 음경의 포피(包皮)를 절개하여 귀두가 노출되도록 봉합하는 유대인 고유의 의식이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너희 남자들은 모두 할례를 받아라. 이것이 너와 네 후손과 나 사이에 세운 내 계약으로서 너희가 지켜야 할 일이다”고 말한다(창세기 17:9∼10).

    하몰과 세겜은 야곱의 자식들이 내놓은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들은 성문에 나가 자기들이 다스리는 주민들에게 할례를 권유한다. 성문께로 나왔던 남자들은 모두 포경수술을 한다. 사흘 뒤 그들이 아직 아파서 신음하고 있을 때 디나의 친오빠들은 성 안으로 들어가 남자라는 남자는 모조리 죽인다. 하몰과 세겜도 칼로 쳐죽인다. 양 소 나귀떼뿐 아니라 그 성안에 있는 것은 모조리 빼앗아간다. 자식과 아낙네들을 사로잡고 집이라는 집은 다 털었다. 이렇게 하여 야곱의 자식들은 누이가 욕본 것을 철저하게 보복하였다(창세기 34:1∼29). 판관기 19∼20장에는 왕이 아직 없던 시절에 이스라엘을 휩쓸었던 도덕적 무질서로 말미암아 집단강간으로 시작되어 내전으로 비화되고 집단학살로 막을 내리는 이야기가 묘사되어 있다.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왕이 없어 모든 사람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던 시대에 레위인 한 사람이 베들레헴 출신의 젊은 첩과 산 깊숙이 들어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화나는 일이 있어 그 첩은 친정으로 돌아가 버린다. 남편은 처가로 가서 첩을 데리고 오는 도중에 해가 저물어 베냐민 지파에 속한 기브아에서 밤을 보내게 된다. 누구 하나 집에 들어와 묵으라고 맞아들이는 사람이 없었는데, 한 노인을 만나 그의 집에서 나귀에게 여물을 주고 발 씻을 물과 음식을 대접받는다. 그들이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성에 사는 무뢰배들이 몰려와서 집을 에워싸고 노인에게 레위인을 내보내라고 강요한다.

    노인은 베냐민 사람 가운데 망나니 같은 사내들이 남자가 여자와 성교하는 것처럼 레위인과 관계하려는 수작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노인은 그들에게 “나에게 처녀 딸 하나가 있는데 내어줄 터이니 욕을 보이든 말든 좋을 대로들 하게. 그러나 이 사람에게만은 그런 고약한 짓을 해서는 안되네”라고 말한다. 그들이 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레위인은 자신의 첩을 밖에 있는 자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들은 그 여자를 밤새도록 욕보였다. 날이 밝자 그 여인은 남편이 묵고 있는 집으로 돌아와서 문지방을 붙잡은 채 쓰러져 있었다. 레위인은 첩의 시체를 나귀에 얹어가지고 자기 고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집에 도착하는 길로 칼을 뽑아 첩의 몸을 열두 토막으로 잘라서 이스라엘의 모든 부족들 앞으로 보냈다. 물론 베냐민 지파는 제외되었다. 그는 기브아인들의 만행을 응징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판관기 19).

    레위인이 이스라엘 각 지파에 보낸 첩의 살덩이는 내전의 불씨가 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야훼 앞에 모여 총회를 열고 이스라엘 전군의 지휘관들은 각 지파를 거느리고 집결한다. 칼을 차고 나선 보병이 40만명이나 되었다. 베냐민 지파도 여러 성읍에 살고 있는 베냐민 사람들을 기브아에 집결시킨다. 기브아 주민말고도 칼을 찬 군인이 2만6000명이나 되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대세는 이미 이스라엘군으로 기운 상태였다. 전투에서 승리한 이스라엘군은 도주하는 베냐민 병사들을 추격하여 도륙한다. 살아남은 용사는 600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가까스로 천연 요새로 도피한다. 이스라엘군은 베냐민인들의 성읍을 모조리 불태우고 주민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했다(판관기 20).

    전투와 그에 이은 학살에서 살아남은 베냐민 지파의 남자는 천연 요새에 숨은 600명뿐이었으며 여자는 전원이 칼에 맞아 죽었다. 이스라엘인들은 자신들의 응징이 베냐민 지파의 멸종을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자기네 여자를 베냐민 지파에 시집 보내지 않기로 하느님에게 서약했던 터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베냐민 남자들에게 배우자를 찾아준다. 베냐민 응징을 결의하는 총회에 야베스길르앗에서 주민이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은 사실을 구실삼아 1만2000명의 정예부대를 그 도시로 보내서 아이들까지 모든 사내들과 남자와 잔 적이 있는 여자들을 전멸시키고 쳐녀들만 살려둔다. 살아남은 처녀 400명은 천연 요새에 숨어 있던 600명의 병사들에게 베냐민 지파의 씨받이로 제공된다. 그러나 여자의 수가 부족했으므로 이스라엘인들은 베냐민 병사들을 축제가 열리는 실로로 보내서 “포도밭에 숨어 있다가 실로 처녀들이 떼지어 춤추러 나오는 것이 보이거든 포도밭에서 나와 그 실로 쳐녀들 중에서 아내를 골라잡아 가지고 베냐민 땅으로 돌아가거라”고 지시했다(판관기 21).

    판관기 19∼21장은 한 여자의 윤간과 사지절단이 정치적 대의명분으로 둔갑하여 동족간의 집단학살을 초래하고, 이어서 멸종위기에 처한 부족을 존속시키기 위해 대량학살-납치-강간이 용인되는 악순한을 보여준다. 단 한명의 여자에 대한 우발적인 집단강간사건 때문에 수많은 남녀노소가 도륙되고 수백명의 처녀들이 계획적인 집단강간의 제물이 되는 일련의 사태진전은 참으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강간은 궁궐 안에서도 일어났다. 다윗왕의 자식들 사이에서 근친상간에 가까운 강간사건이 발생하여 암살 반역 내전 등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사무엘하 13장의 주인공은 다윗의 맏아들인 암논, 그의 이복누이 동생인 다말, 다말의 친오빠인 압살롬 등 세 사람이다. 다말을 짝사랑한 암논은 잔꾀로 다말을 끌어들여 강간한다. 암논은 욕을 보이고 나자 마음이 변해서 전에 사랑했던 것만큼 다말이 싫어졌다. 암논에게 쫓겨난 다말은 오라비 압살롬의 집에서 쓸쓸한 나날을 보낸다. 압살롬은 다말을 욕보인 암논에게 앙심을 품는다. 그로부터 두 해가 지났다. 압살롬은 양털 깎는 절기를 맞아 대궐 잔치만큼 크게 차리고 왕자들을 초대한다. 압살롬의 부하들은 암논이 술에 취해 거나해지자 쳐죽인다. 압살롬은 멀리 도망쳐 버린다.

    성서에는 윤간에 실패한 화풀이로 여인에게 간통의 누명을 씌운 이야기가 소개된다. 요아킴의 아내인 수산나는 용모가 아름다운 요조숙녀였다. 요아킴은 큰 부자로 존경받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많은 유다 사람들이 그를 찾아왔다. 백성 가운데 재판관으로 뽑힌 두 노인도 요아킴의 집을 자주 드나들었다. 두 노인은 수산나에게 음욕을 품고 윤간하기로 모의한다. 그들은 정원에서 목욕하는 수산나에게 통정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하인들에게 젊은 청년과 정을 통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결국 수산나는 사형을 선고받고 형장으로 끌려나간다. 그때 하느님이 다니엘이라는 소년의 마음 속에 성령을 불어 넣어 군중을 향해 두 노인의 증언은 거짓이라고 외치게 한다. 다니엘은 두 노인을 심문하여 위증한 사실을 밝혀낸다. 두 노인은 사형당하고 수산나는 목숨을 건진다(다니엘 13).

    강간은 개인의 성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당연히 범죄다. 그러나 강간에 대한 성서의 태도는 여자의 성적 권리보다는 남자의 재산권에 피해를 안겨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가령 강간범이 쳐녀 아버지에게 돈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결혼하면 문제가 해결된다(신명기 22:28∼29). 딸의 파열되지 않은 처녀막을 아버지가 신랑에게 팔 수 있는 값비싼 재산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요컨대 여자가 성교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간이 범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여자를 소유한 남자가 성교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로 성립된다는 의미이다.

    강간을 재산의 침해로 보는 사례는 전쟁과 폭동 중에 발생하는 강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여자의 육체는 전쟁에서 승리한 쪽의 전리품에 포함되었다. 구약성서에도 그러한 대목이 있다. 모세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그 성을 너희 손에 붙이실 터이니, 거기에 있는 남자를 모두 칼로 쳐죽여라. 그러나 여자들과 아이들과 가축들과 그 밖에 그 성 안에 있는 다른 모든 것은 전리품으로 차지해도 된다”(신명기 20:13∼14)고 말한다.

    강간이라는 범죄의 성격을 규정하는 이론은 구약성서에서처럼 재산의 침해로 보는 보수주의 이론, 신체에 대한 폭행으로 간주하는 자유주의 이론, 인격의 격하로 보는 급진주의 이론이 있다.

    보수주의 이론의 대안으로 제시된 자유주의 이론은 개체의 자율권을 가장 중시하므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강제로 성교하는 행위를 범죄로 본다. 자유주의 이론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급진주의 이론은 강간을 여성의 인격에 대한 모독행위로 간주한다. 거의 모든 강간의 피해자는 여자이고, 강간이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계획적으로 발생하므로 자유주의 이론에서처럼 강간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행위로 보는 대신 강력한 계급의 구성원들이 힘없는 계급의 구성원들에게 행사하는 테러행위라고 주장한다.

    강간에 관한 세 가지 이론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설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보수주의 이론은 한 남자가 다른 한 남자에게, 자유주의 이론은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급진주의 이론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성적인 피해를 주는 행동으로 간주한다. 요컨대 강간의 본질을 재산(보수주의), 동의(자유주의), 권력(급진주의) 등 서로 다른 측면과 결부시키고 있다.

    “번식을 위하여” vs “성적 탄압 수단”

    ‘강간’ 해석 줄다리기 … 페미니스트들 번식전략이론 공격


    강간은 동물 세계에서 자주 관찰된다. 밑들이벌레, 물오리, 오랑우탄의 집단에서는 성폭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밑들이벌레 수컷은 먹거리를 암컷에게 제공하고 짝짓기하는데, 이러한 혼인선물을 구할 능력이 없는 수컷은 강제로 암컷과 교미한다. 물오리는 일부일처로 같이 지내지만 짝이 없는 총각들은 유부녀 오리를 겁탈한다. 오랑우탄 수컷 중에서 왜소한 놈들은 암컷에게 인기가 없으므로 강간을 일삼는다. 강간이 일부 동물에서 습관적으로 자행되는 것은 강압적인 교미행위가 진화과정에서 자연선택되어 수컷의 습성에 내포된 것임을 의미한다. 강간이 자연 선택된 이유를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은 번식전략 이론과 성적 탄압 이론이다.

    번식전략 이론은 일부 종에서 강간이 암컷을 수정시키는 전략으로 진화되었다고 보는 반면, 성적 탄압 이론은 강간을 현재의 번식보다는 미래의 번식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화된 수컷의 본능이라고 주장한다.

    성적 탄압 이론에 따르면 강간의 목적이 반드시 수정이 아니며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처럼 암컷을 지배하는 데 있다. 그러나 번식전략 이론은 강간이 자손을 퍼뜨리는 방편으로 자연 선택되었다고 주장함에 따라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을 받는다.

    특히 미국 생물학자인 랜디 손힐은 번식전략 이론을 인간의 강간행위에 적용하여 학계는 물론 일반인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강간은 수십 만 년에 걸쳐 진화된 남성의 생식전략이라는 주장은 강간을 두둔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령 강간 충동이 본디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욕망이라면 강간을 폭력행위보다는 성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강간을 성폭행으로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손힐은 1980년대 초 강간이 남성의 타고난 성적 본능이라는 이론을 발표하여 페미니스트들이 강의실 밖에서 시위를 하고 얼굴에 침을 뱉는 봉변을 당했는데, 그의 이론이 집대성된 ‘강간의 자연사’(2000)는 발간 즉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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