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3

2016.01.27

와인 for you

장기 숙성용 빼고는 스크루 캡!

마개 종류와 브랜드 가치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6-01-26 11: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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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을 자주 마시고 와인 책도 읽어보지만 와인을 고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와인산업은 위스키나 맥주처럼 잘 알려진 몇몇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들어본 적 있는 포도 품종, 선호하는 생산국, 가격 등이 와인을 선택하는 주요 잣대가 된다. 와인 마개가 무엇인지도 와인을 고를 때 꽤 신경 쓰이는 조건이다. 마개가 코르크가 아닌 알루미늄 스크루 캡이면 구매를 망설이거나 포기할 때가 종종 있다. 선물할 와인을 고를 때면 스크루 캡은 더더욱 피하게 된다. 왠지 값싼 와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만 코르크 마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인식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서양에서도 아직 코르크 마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래서인지 저렴한 와인에는 합성수지나 코르크 가루를 뭉쳐서 만든 모조 코르크 마개를 쓰기도 한다. 과연 코르크 마개가 꽂힌 와인은 고급이고, 스크루 캡 와인은 저급인 걸까.
    코르크 마개는 140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리병이 와인 용기로 쓰이면서 유연하고 밀폐성이 좋은 코르크를 마개로 채택한 것이다. 코르크 주산지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이다. 코르크는 나무를 베지 않고 겉껍질을 돌려 깎아 채취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르크층은 다시 자라나는데, 이때 나무는 표피를 재생시키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5배나 더 흡수한다. 천연 재료여서 환경 피해가 없고 방대한 코르크 숲이 남유럽의 허파 노릇도 하니 코르크는 여러모로 좋은 재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코르크 마개에도 단점이 있다. 먼저 가격이 비싸다. 품질에 따라 우리 돈으로 개당 1000~4000원이어서 와이너리 처지에선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게다가 코르크 마개 와인은 보관도 쉽지 않다. 통계상 코르크로 마감한 와인은 평균 3~5%가 변질된다고 한다. 코르크가 오염되면 와인에서 눅눅한 냄새가 나고, 보관을 잘못해 코르크가 마르면 병 안으로 공기가 다량 유입돼 와인이 산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와인 생산자들은 오래전부터 코르크의 대체재를 찾고 있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유리 마개를 쓰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마개 가운데 스크루 캡이 가격과 성능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밀폐성이 좋아 스크루 캡 와인은 상할 위험이 거의 없다. 그 덕에 스크루 캡 점유율은 계속 치솟아 신대륙,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고급 와인에도 스크루 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모든 와인에 스크루 캡을 사용하지 않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스크루 캡이 완전 밀폐 기능을 하는 반면, 코르크 마개는 극소량의 공기를 아주 천천히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와인은 병에 담긴 상태에서도 숨을 쉬며 익어가는데, 이때 다양한 향이 생성되고 맛도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완벽하게 숙성된 맛을 내려면 장기 보관이 가능한 와인이어야 하고 적어도 10년 이상 묵어야 한다.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은 극히 일부다. 매년 출시되는 와인 가운데 레드 와인은 3~4년, 화이트 와인은 2~3년 안에 소비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와인에는 스크루 캡을 써도 무방하다. 따라서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기고자 할 때는 마개가 와인 선택의 기준이 될 필요는 없다. 코르크 마개를 잡아 빼는 과정을 마치 숭고한 의식처럼 유난히 즐기는 취향이 아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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