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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중견기업 회장, 재벌가까지… 주가조작 핵심 지목 라덕연의 ‘문어발 인맥’

투자 권유 의혹 임창정, 거액 투자 논란 이중명 전 회장·윤성태 회장, 이재현 CJ 회장 동생도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
2023-05-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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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중견기업 회장, 재벌가까지… 주가조작 핵심 지목 라덕연의 ‘문어발 인맥’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서 주가조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의 투자에는 유명 연예인과 중견기업 회장, 재벌 일가 인사까지 얽혀 있다. 라 대표가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의 특징은 시세조종과 일명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가 결합됐을 개연성이 있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수법이라는 점과 그를 중심으로 한 투자 인맥이 복잡해 동조자와 피해자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전직 금융감독원 간부는 “시세조종과 다단계 사기가 결합된 전례 없는 신종 금융범죄로 보인다”며 “주가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라 대표는 물론, 피해자를 자처한 이들 중 일부도 공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와 법망을 피한 주가조작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물론, 주범과 공범, 피해자의 정확한 관계까지 모호한 묘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라덕연과 사업 인맥으로 얽히고설킨 임창정

라 대표는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면서 ‘주식, 선물, 옵션 증권방송 경력 10년’ 이력과 ‘투자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자격증 보유’ 등을 내세웠다. 2018년 2월 한 증권사의 초청으로 ‘채권보다 안전한 주식 찾기 가치주 발굴법’ ‘미국 경제정책에 따른 해외선물 투자기법’ 등을 주제로 투자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투자 설명회로 얼굴을 알린 라 대표는 동시에 투자자문·경영컨설팅 업체, 콘텐츠 제작사 등을 설립해 대표직을 맡았다가 다른 이에게 넘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이 업체들이 주가조작 ‘작전’ 과정에서 투자를 유치하거나 투자금을 현금화하는 수단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라 대표 측에 거액을 투자하고 주가조작에도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표적인 연예인은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다. 임 씨는 자신이 설립한 연예기획사의 지분 일부를 라 대표 측에 50억 원에 팔고 이 중 30억 원을 재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 측은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며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가조작 의심 세력이 주최한 이른바 ‘1조 달성 파티’와 투자자 모임에 참석해 투자를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임 씨 측은 “모임 분위기를 위해 일부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은 했지만 투자를 부추긴 것은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임 씨는 라 대표와 사업상 인맥으로 얽히고설킨 사이로 보인다. 임 씨가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등기부등본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변 모 씨와 안 모 씨는 라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모집책으로 활동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들이다. 변 씨는 라 대표가 설립한 투자자문사의 등기상 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가조작 과정을 총괄 관리하면서 의사들을 상대로 투자를 유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프로골프선수 출신인 안 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며 연예인, 재력가를 상대로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대표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케이블방송사 대표이기도 하다. 피해자 측은 라 대표와 변 씨, 안 씨, 언론사 대표 조 모 씨, 또 다른 관계자 장 모 씨, 김 모 씨 등 6명을 이번 주가조작의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다만 라 대표는 자신의 골프 강사인 안 씨가 투자 피해자일 뿐이라고 해명하는 등 주가조작 일당으로 몰린 이들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중견그룹 전현직 회장, 재벌가 인사 등 ‘큰손’

라 대표의 투자 인맥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큰손’들이다. 중견기업 전현직 회장들로, 라 대표 측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거나 주변에 투자를 권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은 이들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맡겼다가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 대표는 이 전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학교법인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전 회장 측은 자신이 투자 피해자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권유로 라 대표에게 돈을 맡겼다가 손해를 입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아난티그룹 측은 이 회장의 투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이 전 회장의 개인 이슈로, 아난티와는 일절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부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중견기업 휴온스그룹의 윤성태 회장도 라 대표와 관련 있는 고액 투자자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윤 회장이 투자수익에 대한 수수료를 라 대표 측이 운영하는 케이블채널 광고비로 대신 지급했다는 의혹이다. 윤 회장 측은 “주변 추천으로 적은 금액을 투자한 건 맞지만 몇 달 만에 회수했고, 광고 집행도 수익에 대한 수수료와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재벌가 인사가 라 대표와 함께 투자에 나선 정황도 불거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가 라 대표와 손잡고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회사에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라 대표와 이 전 대표가 조성한 펀드는 2021년 해당 바이오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가 기업 창업자 측의 경영권 방어에 가로막혀 최대주주 자리를 다시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환 전 대표와 함께 투자한 건 맞지만 수수료 문제 등으로 의견이 맞지 않아 우리 측 지분을 정리했고 현재 특별한 관계는 없다”는 게 라 대표의 입장이다. CJ그룹 측은 “이 전 대표는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개인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관련성을 부인했다.

사적 인연, 비즈니스 관계 등으로 얽힌 인사들에 대해 “그들도 피해자”라고 변호하고 있는 라 대표. 그는 유달리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에 대해선 “김 회장이 나를 죽였다”면서 “(지난달 20일)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팔아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게 시장 교란행위”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상위 0.1% 부자들이 상장 주식 주가를 떨어뜨리면 상속세나 증여세가 낮아지니, 자식들에게 주려고 주가를 눌러놓았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폭락 사태 직전인 4월 20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그룹 지주사 격인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처분해 605억4300만 원을 현금화했다. 라 대표는 주가 폭락 전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의 서울가스 주식 매도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한다. 김영민 회장은 4월 17일 서울가스 주식 10만 주를 팔아 약 457억 원을 확보했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인사들 “나도 피해자”

김익래 회장의 주식 매도 시점에 대해 다우키움그룹 계열사 키움증권의 황현순 사장은 “우연의 일치”라면서 라 대표 측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 측은 5월 2일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라 대표는 김 회장이 주가 폭락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전까지 김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전혀 일면식이 없다”고 말한다. 라 대표와 김 회장이 서로 알지도 못한다는 다우키움그룹 측 설명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다만 라 대표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을 때 오너 측과 협상해 투자금 수백억 원을 회수하는 구상을 주변에 내비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름이 거론된 인사는 하나같이 “나도 피해자”라고 말한다. 라 대표 측으로부터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이들은 투자 모집 단계부터 불법성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한 레버리지 거래 구조를 인식하지 못한 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투자금을 잃었다 해도 시세조종 행위에 고의적으로 동참했거나 타인에게 투자를 권유해 피해를 끼쳤다면 주가조작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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