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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새 대표 ‘현대차맨’ 김경배 낙점한 진짜 배경은?

산은 매각 신호탄? 정의선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주목

  •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HMM 새 대표 ‘현대차맨’ 김경배 낙점한 진짜 배경은?

HMM은 선박 100여 척을 이용해 세계 시장에서 컨테이너와 벌크 화물을 해양 운송하는 종합 해운물류 기업이다. [사진 제공 · HMM]

HMM은 선박 100여 척을 이용해 세계 시장에서 컨테이너와 벌크 화물을 해양 운송하는 종합 해운물류 기업이다. [사진 제공 · HMM]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둔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새 대표에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이 최근 내정되면서 향후 역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산은) 등 HMM 채권단은 2월 9일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어 3월 26일 임기가 끝나는 배재훈 사장의 후임으로 김 전 사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김경배 HMM 신임 대표 내정자.  [뉴시스]

김경배 HMM 신임 대표 내정자. [뉴시스]

김 내정자는 정통 ‘현대맨’으로 꼽힌다. 1964년생인 그는 1989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했다. 10년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 수행비서로 일했고, 2000년 현대차 미주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 현대글로비스 아메리카 CFO를 역임했다. 이후 2007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비서실장(상무)에 발탁됐으며, 다음 해에는 글로벌 전략실장(전무)에 올랐다. 2009년 종합 물류유통 기업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취임해 2017년까지 9년 넘게 회사를 이끌며 뛰어난 경영 성과를 냈다. 취임 첫해인 2009년 현대글로비스 매출은 3조1927억 원이었으나 2011년 8조 원을 돌파했고, 2017년 16조3583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2018년에는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위아로 자리를 옮겨 2020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

HMM은 2월 21일 총괄부사장 자리를 신설하고 초대 총괄부사장에 컨테이너 사업을 이끌어온 박진기 현 컨테이너사업 총괄부사장을 임명했다. 박 부사장은 컨테이너사업 총괄, 전략·재무 총괄, 벌크(건화물)사업 총괄 등 3개 부문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해운업 경험이 풍부한 박 부사장이 브리지 역할을 하며 김 내정자의 연착륙을 돕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HMM은 선박 100여 척을 이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컨테이너와 벌크 화물을 해양 운송하는 종합 해운물류 기업이다. 전신은 과거 현대그룹 기둥으로 꼽히던 현대상선이다. 2008년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중단되면서 이후 10년간 현대상선도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고, 2013년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2016년 산은을 포함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자율협약 및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하고 출자전환 등 채무 재조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대주주였던 현대그룹의 보유 지분이 1% 이하로 축소됐으며, 산은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2020년 3월에는 HMM으로 사명을 바꿨다. HMM 보유 지분율은 산은 20.69%,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19.96%, 신용보증기금 5.02%, 국민연금공단 4.36%다. 지난해까지 산은과 해진공의 공동 관리를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해진공이 단독 관리한다. 산은이 지금까지 HMM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매각 시그널, 현대차가 인수?

지난해 HMM은 글로벌 해운업의 호황에 힘입어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13조7941억 원으로 전년(6조4133억 원) 대비 115%(7조3809억 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조3775억 원으로 전년(9808억 원) 대비 652.2%(6조3967억 원) 늘었다. 이로써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누적된 영업손실 3조8401억 원을 한 번에 털어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올해 역시 전망은 밝은 편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MM 영업이익은 1분기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2분기에도 미주 항만노조의 파업 가능성과 1년 단위 장기계약 체결 등 업사이드(실적 상승) 요인이 많다”며 “2022년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해 8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MM이 성장 궤도에 오르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매각 여부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은은 그동안 단계적 매각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HMM 실적이 좋아져 우리가 손 뗄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회장은 “전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지분이 70%가 넘는다”며 “이를 모두 운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매각이 용이하도록 지배주주 지분만 내놓고 시장에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환사채 등을 포함한 HMM 지분율은 산은 36.02%(1월 4일 기준), 해진공 48.29%(1월 6일 기준)다. 전환사채(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를 말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발행 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HMM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매각 여부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뉴스1]

HMM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매각 여부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뉴스1]

HMM 민영화는 기업이 매각 가능성을 언급해온 산은 지분(20.69%·1억119만9297주)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인수에 필요한 금액을 단순 계산하면 3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HMM 인수 후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연관성과 자금 동원력을 고려해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가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양사 모두 별다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월에도 산은의 HMM 매각설이 돌았는데, 당시 포스코가 유력한 인수 후보였다. 포스코는 2020년 그룹과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날 등에 분산된 원료 수송 및 물류 업무를 통합하는 물류 자회사 설립을 검토했다. 정치권과 해운업계 반발로 무산됐으나, 여전히 해운업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시각이 적잖다.

재계에서는 현대맨으로 불리고 해운업도 잘 아는 김경배 신임 대표 낙점이 산은의 매각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진행될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인사로, 산은이 현대차그룹에 인수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자연스레 나온다. 김 내정자가 M&A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HMM 내실 다질 시기라는 시각도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와 HMM이 합병해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 글로비스 홈페이지]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와 HMM이 합병해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 글로비스 홈페이지]

현대차그룹의 M&A 주체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19.99%)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물망에 오르는 분위기다. 현대글로비스와 HMM이 합병되면 중복되는 사업 영역이 많지 않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운반과 벌크선이 주된 사업이고, HMM의 주요 매출원은 컨테이너선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오랜 숙원인 경영권 승계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은 10대 대기업 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출자 구조가 이어진다. 정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현재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의 승계 지렛대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재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와 HMM이 합병해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정 회장의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A를 진행할 때 기업과 기업의 결합처럼 보이지만, 협상 관계자들 같은 인적 요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만약 현대차그룹이 협상 대상이 된다면 현대맨 출신 임원은 충분히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HMM을 굳이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김 신임 대표를 내정한 것 역시 현대글로비스 재임 시절 뛰어난 성과와 평판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적잖다. 2016년 현대차그룹은 정부로부터 HMM 전신인 현대상선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한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해운업을 겸하지만 자동차 운반선만 운영할 뿐 컨테이너선 등 현대상선의 사업 분야와는 근본적으로 달라 인수 시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20년에는 20년 넘게 보유했던 HMM 소액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현대글로비스의 존재 이유는 현대차그룹의 경쟁력 강화에 있다고 본다”며 “HMM을 인수하는 순간 을이 돼야 하는 구조인데 그런 선택을 하겠냐”고 분석했다. 이어 한 교수는 “HMM 매각설이 돈다는 건 그만큼 실적이 좋아졌다는 방증이지만, 지금은 민영화보다 내실을 다질 시기”라며 “산은이 과거 한진해운 파산 등을 기억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에서 대륙횡단철도와 연결되는 전용 터미널 매입을 검토하는 등 HMM의 탄탄한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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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29호 (p32~33)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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