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5

2021.09.03

LS 차기 총수 구자은 앞에 놓인 길

LS “공정위 상대 행정소송서 과징금 취소 판결”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1-09-0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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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는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8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는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8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S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1차 공판이 8월 10일 열렸다. 현재 업계 관심은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예정대로 LS그룹 총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여부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18년 “LS그룹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LS글로벌)를 키웠다”고 판단해 259억6000만 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LS그룹 오너 일가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6월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등 총수 일가 3인을 포함해 도석구 LS니꼬동제련 대표, 명노현 LS전선 대표 등 총 6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이 2006년부터 약 14년 동안 전기동(동광석을 제련한 전선 원재료) 거래에 LS글로벌을 끼워넣어 ‘통행세’를 챙겨왔다고 주장했다. LS글로벌이 취급한 전기동 일감은 각각 국내 전기동 시장 물량의 40%, 수입 전기동 중계 시장 물량의 약 1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LS그룹 측은 공소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은 “LS글로벌은 계열사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한 구매 법인으로, 거래 물량은 거래 조건의 핵심 요소인 만큼 통합 물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공정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도 법원은 공정위 과징금 산정이 위법하다며 과징금 190억 원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사촌들끼리 10년씩 돌아가며 그룹 맡아

    앞서 7월 22일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는 LS그룹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 전원회의가 1심 역할을 함에 따라 LS그룹이 제기한 소송은 항소심에 해당해 서울고법이 맡았다. 이날 서울고법 재판부는 “피고(공정위)가 2018년 원고들에게 한 과징금 납부 명령에서 원고 LS니꼬동제련 납부 명령 중 34억2100만 원 초과분을 취소하고 LS글로벌 과징금 중 6억8000만 원 초과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또한 “LS전선의 청구를 기각하고 LS니꼬동제련과 LS글로벌, LS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LS그룹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일부 인정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단을 다시 받아 ‘계열사 부당 지원’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이번 판결이 LS그룹 형사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LS그룹 차기 총수의 운명도 결정된다.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돼 탄생했다. 구인회 LS그룹 창업주 동생들인 구태회(셋째), 구평회(넷째), 구두회(다섯째) 3형제의 집안이 돌아가면서 총수를 맡는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자인 구자홍 회장은 초대 LS그룹 회장직을 10년간 유지했다. 그 뒤를 이어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자인 구자열 회장이 2013년 그룹 총수직에 올라 내년 회장 취임 10년 차를 맞는다. 따라서 차기 LS그룹 총수는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자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유력하다. 이르면 올해 말 총수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S그룹은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뉜다. 전선과 비철소재, 산업기계 사업이 중심인 ㈜LS와 도시가스 사업을 보유한 예스코홀딩스, LPG(액화석유가스) 사업 회사인 E1 등이다. ㈜LS와 예스코홀딩스는 지주회사다. ㈜LS 지분은 3형제 집안이 모두 가지고 있고, 예스코홀딩스 지분은 구태회·구두회 집안이, E1 지분은 구평회 집안이 보유하고 있다.

    핵심 지주사인 ㈜LS 지분 관계를 살펴보면 구자은 회장이 3.63%로 가장 많고, 구자열 회장의 맏아들 구동휘 E1 대표이사 전무가 2.99%,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이 1.94%, 구자열 회장이 1.87%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6명의 총 지분은 32.6%로, LS그룹의 오너 일가 지분이 상당하다.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 전경. [사진 제공 · LS그룹]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 전경. [사진 제공 · LS그룹]

    세 집안 중 마지막 오너 2세 되나

    구자은 회장은 LS그룹의 3기 체제 준비를 위해 2018년부터 ㈜LS 사내이사로 활동해왔다. 또한 2019년부터 미래혁신단장을 맡아 그룹 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챙기고 있다. 구자은 회장이 이끄는 LS엠트론은 트랙터 사업에 주력 중이다. 최근 북미 트랙터사업 호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했다. 북미시장에서 트랙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한 덕분이다. 구자은 회장은 LS그룹 차기 회장 선출에 앞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게 중요한데, LS엠트론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해 실적 개선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LS엠트론은 자율작업 트랙터 ‘LS 스마트렉(SmarTrek)’과 원격 관리 서비스 ‘아이트랙터(iTractor)’ 등을 통해 농업 첨단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자은 회장을 끝으로 2세 경영이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세 집안의 3세들도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본규 LS엠트론 최고경영자(CEO), 구동휘 E1 대표이사 전무,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 등이다. 구본혁 사장과 구본규 CEO는 각각 2003년, 2007년 LS전선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구동휘 전무와 구본권 상무도 2013년, 2016년 합류했다.

    현재 LS그룹에 떨어진 발등의 불은 ‘구자은 체제 출범’이다. 계열사 부당 지원 관련 형사소송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구자은 회장의 총수 등판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차 공판은 9월 28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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