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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포장 제품 파는 ‘알맹상점’, “젊은 고객 호응으로 목표 1000% 달성” [제로 웨이스트]

6월 망원동에 문 연 ‘알맹상점’의 고금숙 대표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무포장 제품 파는 ‘알맹상점’, “젊은 고객 호응으로 목표 1000% 달성” [제로 웨이스트]

고금숙 대표는 “알맹상점을 망할 각오로 시작했다”고 말한다. [지호영 기자]

고금숙 대표는 “알맹상점을 망할 각오로 시작했다”고 말한다. [지호영 기자]

6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문을 연 제로 웨이스트숍 ‘알맹상점’은 여러모로 실험적인 공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없는 소비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에 제로 웨이스트숍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를 내건 알맹상점에서는 무포장 제품만 판매하며 포장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세제나 화장품 등은 친환경 대용량 제품으로 갖추고 고객이 원하는 만큼 재활용 용기에 덜어 판매한다. 

실험을 시작하고 6개월여가 흐른 지금,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망해도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매출 목표를 1000% 이상 달성했다”고 답하며 활짝 웃었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 기준은 임차료와 물건 대금을 밀리지 않고 그를 비롯한 공동대표 3명이 일정 월급을 가져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변화를 느낀다”면서 “알맹상점의 성공 덕분에 다음 꿈을 꿀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원래 패션지 기자를 지망했던 고 대표는 대학 1학년 때 페미니즘 교지를 접한 것이 계기가 돼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졸업 후 10년 동안 여성환경연대에서 일하면서 유해물질과 건강을 다루며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생리대 유해물질 이슈화, 화장품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 등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지금은 환경단체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에 주3일 출근하고, 그 외 시간에는 플라스틱 프리(plastic-free) 활동가로 일하면서 알맹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플라스틱 프리 실천법을 담은 책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를 펴내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사람들

-지난해 나온 책에 코로나19 사태 얘기가 나와 판권을 보니 최근 4쇄를 찍었다. 환경에 관한 책으로는 드문 일이다. 

“환경 책은 어린이용 빼고는 안 팔린다. 처음 책을 쓸 때부터 1쇄만 찍고 당연히 절판될 것으로 생각했다. 4쇄를 찍게 된 상황에 놀라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영향일 거라고 본다. 책은 한 번에 1000~1500부씩 찍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이 팔린 것은 아니다.”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던 알맹상점을 연 이유가 무엇인가. 

“2018년 여성환경연대를 그만두고 동네(망원동)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가 사는 곳부터 바꾸고 싶어졌다. 망원시장에서 ‘알맹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검정 비닐봉지를 없애고 장바구니를 쓰자’ ‘선포장하지 말자’ 같은 운동이었다. 나와 생각이 같은 망원동의 ‘알짜’(알맹이만 원하는 자)들이 중심이 돼 알맹 캠페인(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을 계속하면서 망원시장 옆 카페 한편에서 친환경 세제를 원하는 만큼 덜어 사갈 수 있는 ‘세제소분숍’도 운영했다. 그러면서 알맹상점 같은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망원시장에서는 ‘용기내 캠페인’으로 플라스틱 프리 기반은 깔렸는데, 세제나 화장품은 기반 구축이 안 됐다. 그러다 지금의 알맹상점 공간을 알게 됐고, 아무도 안 와도 알짜 멤버들과 알맹 캠페인을 지지하는 분들은 이용할 테니 전기요금은 낼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다.”



-상점이 주차도 되지 않는 건물의 2층에 자리한다. 

“원래 이곳은 망원동에 거주하는 디자이너의 사무실 겸 갤러리, 창고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대관이 힘들어지면서 공간을 나눠 쓸 사람을 찾았다. 보증금 없이 월세 150만 원만 나눠 부담하는 형태였다. 원래 하나였던 공간은 지금 알맹상점, 영상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창고가 됐다. 최악의 경우 투자금 회수가 안 될 테니 공사가 필요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마침 인테리어가 다 돼 있어 한 달에 월세 50만 원씩만 손해 보면 되겠다 싶어 1년 계약을 했다.”

-왜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먼저 했나. 

“시민단체에서 13년간 일하면서 무수히 많은 대안적 가게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시장이 얼마나 잔혹한 곳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자영업자가 하루 12시간 쉬지 않고 일해도 먹고살기가 힘든 현실이다.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자는 건데, ‘과연 될까’ 싶었다. 물론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네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알짜’ 중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걸 ‘셀프 그린뉴딜’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을 지키고 싶다고 우리가 4차 산업혁명에 뛰어들 수는 없지 않나. 그 대신 성공 가능성이 낮으니 망해도 잘 망하자고 생각했다. 우리가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지 못해도 우리가 왜 망했는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실험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다. 무엇보다 리필 스테이션이 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기업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먼저 시작할 수는 없다. 대기업은 ‘된다, 호응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따라 나서기 때문이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살아남겠다는 그 이상의 목표를 거둔 것 같다. 

“맞다. 고객이 하루 최소 50명, 주말에는 70~80명이 방문한다. 월매출 2000만 원을 찍었다. 지원 사업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지만 월세와 물건 대금을 밀린 적 없고 나와 양래교 대표, 이주은 대표 모두 월급을 또박또박 가져간다. 월급은 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최소 기본급을 정하고 각자 일한 시간만큼 시급 1만 원을 더해 가져가는 방식이다. 공동대표 3명 모두 사정이 있어 일주일에 36시간만 영업을 하는데, 그걸 감안하면 엄청난 매출이라고 생각한다. 물건을 팔고 남는 마진은 높지 않다. 제로 웨이스트의 문턱을 낮추고 싶어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알맹상점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준 일등 공신은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곳까지 찾아와준 분들이다. 경기 일산, 광명 등에서 백팩을 메고 찾아와 3kg통에 세제를 리필해 가는 분들을 보면 감동을 받는다. 그만큼 플라스틱 쓰레기가 싫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이런 리필숍이 동네마다 작게라도, 숍인숍 형태로라도 많으면 좋겠다.”

-요즘 하루가 다르게 제로 웨이스트숍이 생겨난다. 

“맞다. 반가우면서도 걱정될 만큼 많이 생기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숍 개장을 고민하는 분들이 우리 상점을 많이 찾아온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며칠만 지켜보면 매장을 여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수익이 되느냐다. 그분들이 공통 묻는 질문이 ‘얼마 버느냐’ ‘이런 사업으로 먹고살 수 있느냐’다. 정부 지원 없이 운영된다는 점에서도 고개를 갸웃한다. 보통 이런 일을 할 때는 지원 사업을 따내 도움을 받는다. 과거 공익캠페인을 할 때 우리도 그랬는데, 문제는 서류작업에 내 시간의 절반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원 사업 없이 살아남는 걸 보여주는 게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인건비를 낮게 책정한 이유다. 올해는 성공한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면 내년에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고 싶다. 임금도 적정하게 책정하고 4대 보험도 가입하고.”

일회용 컵을 들고 찾아온 밀레니얼 세대

고금숙 대표는 소분 판매를 위해 ‘맞춤형 화장품 제조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호영 기자]

고금숙 대표는 소분 판매를 위해 ‘맞춤형 화장품 제조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호영 기자]

-성공을 예감한 것은 언제였나. 

“오픈하고 두 달가량 지났을 때부터다. 어느 날부터 일회용 컵을 손에 든 낯선 얼굴들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인터넷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제로 웨이스트는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원하는 만큼 사면서도 쓰레기도 없는 실용적인 문화를 좋아하는 젊은 층이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자기 주도적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치소비를 보여주는 그들에게 제로 웨이스트는 정치사회적 신념이나 취향을 표현하는 미닝아웃(meaning+comming out의 합성어) 방법으로도 활용되는 것 같다. 이런 젊은 세대 사이에서 특이한 상점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영업이 궤도에 오르게 됐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지 않을까. 

“물론이다. 원래 지진이 나기 전 동물들이 먼저 감지하고 도망간다고 하지 않나. 그런 것처럼 마침내 사람들도 지구의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지난여름 긴 장마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였지 않나. 사람들 모두 ‘이대로 가면 큰일 나겠다, 뭐라도 해야겠다’ 같은 절박함을 느꼈는데, 막상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 분리배출이라도 제대로 해야겠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야겠다 결심하고 실천에 나선 듯하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얼마나 되나. 

“제로 웨이스트숍 가운데는 식품을 파는 곳도 있는데 우리는 망원시장에서 취급하지 않는 공산품과 세제, 화장품 같은 것들을 판매한다. 지금 이곳에는 400여 종의 제품이 있다. 여름에 가장 인기 있던 제품은 세척해 재사용이 가능한 빨대였고, 요즘은 천연수세미와 고체 형태로 만든 샴푸바, 설거지바가 잘 나간다. 용기를 가져와 직접 필요한 양만큼 덜어 무게를 재고 사가는 세제, 화장품 등의 리필제품은 항상 잘 팔린다.”

-제조사로부터 포장재 없이 납품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매장에 입고할 제품 리스트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플라스틱 프리 ‘덕후’였던 우리 3명이 사용 중인 제품들만 모아도 됐다. 문제는 소량으로, 그것도 포장 빼고 납품을 받는 일이었다. 삼베 마스크를 만드는 곳이 있는데 얼핏 종이로 보이던 포장지 안에 코팅이 돼 있었다. 포장을 빼 달라고 하니 제품이 흰색이라 때가 탈 것을 우려했다. 우리가 책임진다는 조건으로 납품 계약을 했다. 가장 문제는 원하는 만큼 덜어 팔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을 공급받는 일이었다. 화장품은 공장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최소 100kg, 200kg 단위로 공급받아야 하는데 우리는 1년 안에 제품을 모두 판매할 자신이 없었다. 구매 비용 또한 부담이었다. 그래서 20kg짜리 공급을 요청했는데 다 거절당했다. 

그러다 아로마티카를 만났다. 원래도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우리의 제안을 듣고 맞춤형 화장품 제조관리사 자격증(‘화장품법’ 제3조에 따라 맞춤형 화장품 제조 및 소분 판매 시 전문 자격증을 지닌 맞춤형 화장품 제조관리사를 둬야 한다)을 취득할 예정이라며, 리필과 플라스틱 줄이기를 사명으로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공장에서 우리만을 위한 20kg짜리 제품을 생산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최근에는 제조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자체 리필 스테이션의 문을 연 데 이어 아예 20kg짜리 벌크(별도의 설명서나 박스 등의 구성품 없이 내용물만으로 유통되는 제품) 라인도 만들었다. 돈이 안 되는 일인데 참 대단한 회사다. 리필통 재사용 시스템까지 만들어 위생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리필통 관리는 어떻게 하나. 

“세제의 경우 절반은 세척과 소독 과정을 거쳐 재사용하고, 그렇게 안 될 때는 폐기한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개인이 사서 버리는 것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줄어든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세척과 소독은 업체에서 해주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해서 보낼 때도 있다. 화장품은 100% 통으로 주고받는다. 모든 업체가 통 관리를 해주지는 않는데, 업체에서 관리하면 미생물 검출 실험기를 활용해 좀 더 철저한 위생 관리가 가능하다. 기기 가격이 120만 원이라 우리도 휴대용으로 하나 살까 고민 중이다. 이렇게 관리가 안 될 때는 역시 일정 기간 사용하고 통을 폐기한다. 솔직히 리필 판매를 하면서 위생과 안전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기업이 이런 부담을 나눠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유통 과정에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대용량을 공급하고, 리필 판매가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깔아 소매점은 그냥 열심히 팔 수만 있게 해주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리필 판매 시스템 확대, 대기업이 나서야

-올해 들어 아모레퍼시픽, 이마트, 올가가 리필 판매를 시작했다.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나섰다는 것은 리필이 이제 주류 문화가 됐다는 의미다. 대기업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이 나서야 멋진 소분 기계가 나온다. 우리는 펌프밖에 없는데, 이마트는 리필 자판기로 판매에 나서지 않았나. 돈이 들어가야 더 깨끗하고 편리한 재사용 문화가 만들어진다. 대기업과 동네 리필숍의 역할은 다르다고 본다. 대기업은 위생과 안전의 문제 때문에 법이 정한 정석대로 할 수밖에 없다. 반면 동네 가게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생태계와 관련해 느끼는 변화가 또 있나. 

“제로 웨이스트 물건을 공급하는 작은 기업이 많아졌다. 천연수세미나 꿀랩 같은 제품이 개발되고 예전 같으면 외국에서 수입했어야 할 고체치약, 대나무 밴드 등을 국내에서도 살 수 있다. 이런 국내 기업과 거래하면 ‘개별 포장을 빼달라’고 주문할 경우 ‘당연하죠’라는 반응이 되돌아온다. 문제는 일반 회사와 거래할 때다. 반품하지 않겠다,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가장 나쁜 경우는 수입 제품을 공급받을 때다. 현지에서 만들 때 이미 포장되기 때문에 ‘포장을 빼달라’고 요청하면 수입 후 포장을 빼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이미 쓰레기가 만들어졌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 그래서 일부 제품은 현지에 ‘포장을 빼달라’는 요청과 함께 직접 벌크로 주문한다. 국내 제품의 경우에는 판매가 받쳐주기 시작하면서 벌크 요청이 가능해졌다. 실리콘 물약병, 꿀랩, 실리콘랩을 그렇게 900개, 1000개씩 구매한다. 처음에는 망할까 봐 이런 제품들을 20개씩 구매했다. 오픈 초기에는 상상도 못 하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업체 대표들도 놀란다. 어떻게 살아남았느냐고. 게다가 요즘은 자기 회사 제품을 입고해달라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 정말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것 중에는 채식이 있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있으면 즐겨 먹는데, 망원시장에 채식 가게가 없다. 온라인으로 채식만두 하나만 주문해도 어마어마한 포장재가 함께 온다.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와 채식을 결합한 ‘알맹푸드’를 생각하고 있다. 편의점처럼 아주 간편하게 채식 음식을 팔고 다양한 샐러드 소스를 자기 통에 담아주는 가게. ‘알짜’ 중에 비건 셰프가 있다. 오늘 그분을 만나 정말 그런 형태의 숍을 할 건지 말 말 건지, 투자금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일주일에 몇 시간 일할 수 있는지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려고 한다.”

-역시 망원동이 무대가 되나. 

“비대면이 유행이라지만 나는 온라인에는 관심이 없다. 돈을 벌려면 온라인을 해야겠지만 알맹상점의 경우 홍보를 위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이용하는 정도다. 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싫어 먼 이곳까지 와 알맹이만 사 가는 분들을 볼 때마다 그냥 어느 곳에나 자전거 타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그런 가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동네에는 중고품을 거래하는 아름다운가게와 마켓인유가 있다. 이런 대안공간이 동네에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다. 나는 사람이 모여야 에너지가 생긴다고 믿는 사람이다.”

-굉장히 즐거워 보인다. 

“즐겁다. 내가 생각한 그 이상의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더 멋진 일들을 하고 싶다. 연말 캠페인으로는 아파트가 거의 없는 망원동, 서교동, 합정동 지역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 쓰레기로 번 돈을 쓰레기 처리의 말단에 있는 분들을 위해 쓰는 거다. 알맹상점에서는 우리 인건비만 나오면 된다. 그 이상의 수익으로는 쓰레기 처리 생태계를 지지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

-코로나19로 일회용기 사용이 늘고 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환경부 로드맵이 있었다. 내년부터 호텔 어메니티 리필 제품 사용, 일회용 우산 비닐 사용 금지, 일회용 컵 보증금제 등이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다. 과대포장이나 재포장 금지, 택배 박스 재사용 시범 사업도 계획돼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코로나19 사태가 멈추게 하거나 퇴보시켰다. 감염 우려로 금지됐던 일회용기 사용이 다시 허가됐다. 하지만 일회용기를 계속 사용하면 기후변화, 환경오염 같은 위기로 또 돌아올 것이다. 오히려 지금 더 깨끗하고 안전한 재사용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간동아 1268호 (p24~29)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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