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7

2020.12.04

헬스장 폐쇄 때 쉽게 하는 ‘헬린이’ 운동법

  • 김수빈 유튜브 크리에이터

    mail@subinkim.com

    입력2020-10-0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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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스장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곳 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헬스장을 통한 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미국 텍사스의사협회는 7월 일상의 각종 행동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리스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은 술집에 가는 것, 대형 콘서트에 가는 것과 함께 가장 높은 리스크를 지닌 것으로 분류됐다. 

    한국에서 2~3월 대구 경북과 8월 수도권에서 발생했던 확진자 급증은 다행스럽게도 다른 나라와는 달리 모두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겨울이 오고 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시절부터 줄곧 나오던 우려 중 하나는, 겨울이 오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확진자 증가세를 어느 정도 잡았던 유럽은 이제 2차 유행을 맞았다.

    헬스장 못 가도 운동은 해야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코로나19가 2020년만 망치고 사라질 전염병이 아니란 얘기다. 백신의 개발 완료 시점을 장담할 수도 없거니와 개발 이후에도 부작용 사례 등이 여럿 나올 가능성이 높기에 우리는 아마 2021년도 이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마스크 착용을 필수화하고 환기 시설을 보강하는 등 헬스장도 진화하겠지만 당분간 출입하는 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헬스장에 가기 싫던 사람들에겐 얼마나 좋은 핑계인가. 웨이트도 별로 안 걸어놓고 몇 번 깨작대더니 벤치에 앉아 전화기만 들여다보고 있는 벤치 광개토대왕 앞에서 눈 레이저를 쏘지 않아도 된다. 각종 헬스장 빌런을 안 봐도 된다는 건 좋지만 운동기구도 볼 수 없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운동을 안 할 수는 없다. 우리가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을 학술적인 용어로 ‘저항력 운동(resistance training)’이라고 일컫는데 근손실에 울고 웃는 ‘헬창’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게 바로 이것이다. 

    많은 연구가 저항력 운동의 건강상 효능으로 △음식의 소화관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해 대장암 발병 가능성 저하 △휴식기 신진대사율 증가 △포도당 대사 개선 △혈중 지질 개선 △휴식기 혈압 감소 △골밀도 개선 △관절염 환자의 고통 및 불편 경감 △허리 통증 감소 △유연성 개선 △최대산소용량 개선 등을 거론한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는 저항력 운동을 해야 한다. 조깅이나 등산 정도로는 우리의 건강을 보장할 수가 없다. 그런데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이런 운동을 한단 말인가.

    100만 원짜리 빨래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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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의 창궐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운동기구의 판매가 늘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아예 각종 장비들을 갖춰 ‘홈짐(home gym)’을 만들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집 안에 운동기구를 들여 본 경험이 있다면 이 장비들이 얼마나 빠르게 빨래걸이로 퇴화할 수 있는지도 잘 알 것이다. 필자는 그 리스크를 어릴 적 아버지를 통해 익혔다. 처음에는 로잉 머신이었는데 한동안 거실을 점령하더니 작은 방으로 들어갔고 이윽고 베란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가 이사하면서 버려졌다. 다음 차례는 실내 사이클 기구였다. 이것은 그나마 실용도가 높아서 세탁한 양말이나 속옷을 걸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독립한 이후에는 어떠한 운동기구도 사지 않았다. 장비가 있는 헬스장에 가는 게 낫지 집에서 모든 걸 다 하려 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이제는 단지 내 체육시설이 있는 아파트에 살지만 코로나19로 폐쇄되기 일쑤고 다시 열어도 가기가 꺼림칙하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장시간 하기도 어렵다. 

    ‘헬린이’ 입장에서는 홈짐을 구축하는 건 부담스럽다. 헬스장에서 볼 수 있는 각종 머신들은 특정 부위만 운동할 수 있게 해주기에 전신을 다 커버하려면 막대한 돈이 든다. 참견하길 좋아하는 헬창들은 이렇게 말할 게다. 어차피 머신 운동은 근육 생성에 큰 도움이 안되고, 진정한 헬스맨은 ‘프리웨이트’로 운동한다. 프리웨이트란 바벨이나 덤벨을 사용해서 하는 운동 전반을 가리킨다. 머신의 경우 그 구조에 따라 가동범위가 제한돼 있는 반면 바벨이나 덤벨을 쓰는 운동은 가동범위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많은 이들이 머신보다는 프리웨이트가 더 우월한 운동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고정된 범위에서 가동하지 않기 때문에 각 부위별 협응력과 균형감각을 더 발달시키기 때문이다. 

    머신보다야 필요한 장비가 적지만 프리웨이트를 안전하게 하려면 파워랙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파워랙과 바벨, 무게추 등을 다 구입하려면 최소 100만원은 넘게 든다. 규모가 크기에 작은 방 하나를 점거하거나 가족의 눈총을 받으며 거실에 둬야 하고, 파워랙의 무게만도 50kg가 넘기 때문에 당근마켓에 무료나눔을 하더라도 가져갈 수 있는 용자가 많지 않다. 결정적으로 빨래를 얼마 널 수도 없다.

    특별한 장비 없어도 된다

    실험 결과는 다르다. 프리웨이트와 머신의 운동 효과를 비교한 연구들 대부분은 둘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무엇으로 운동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선택해야 할 것이지만 머신을 사용하는 것이 프리웨이트에 비해 부상 가능성이 훨씬 낮았다. 특히 상체 운동은 특별한 장비 없이도 충분한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푸쉬업(팔굽혀펴기)이나 풀업(턱걸이) 같은 운동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2017년의 연구는 벤치프레스와 푸쉬업이 비슷한 강도에서 유사한 근력 향상을 가져왔다고 결론짓는다. 

    하체 운동은 상체에 비해 보다 까다롭지만 그렇다고 값비싼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다. 세계신기록 3개를 보유한 파워리프터 그렉 누콜스는 저항밴드(resistance band) 세트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항밴드는 흔히 풀업밴드로 불리며 턱걸이를 도와주는 도구로 사용되지만 저항밴드만 있으면 푸쉬업부터 스쿼트까지 거의 모든 프리웨이트 동작을 보다 강한 강도로 할 수 있다. 심지어 무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운동법과의 차이점도 관측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 2016년의 실험은 1RM(1회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중량)의 70%로 운동한 것과 아무런 중량을 들지 않고 그저 최대한의 힘을 가한 것과의 근육 증가를 비교했는데 둘 사이에는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특별한 플랜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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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반복해야 한단 말인가? 2011년의 리뷰 논문은 헬스 업계(?)에서 널리 사용하는 1RM이라는 기준이 실제 운동의 강도와 큰 연관이 없다면서 그 대신 ‘순간 근육 실패(momentary muscular failure)’를 기준으로 설정할 것을 권한다. 순간 근육 실패란 휴식 없이 더는 반복할 수 없는 순간을 가리킨다. 이 지점에 다다르도록 훈련을 하면 무게를 얼마나 들었는지와는 상관없이 근력 발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헬린이들을 괴롭혔던 ‘1세트에 10~20회를 반복하고 3~5세트를 할 것’과 같은 규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2019년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3개 그룹이 일주일에 사흘 8주간 운동하면서 한 그룹은 1세트만, 다른 그룹은 3세트, 마지막 그룹은 5세트를 실시했다. 더 많은 세트를 할 경우 훈련 시간은 늘어났지만 근육 생성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2011년의 리뷰 논문은 일주일에 1회 또는 2회 운동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갖가지 복잡한 운동 루틴보다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운동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운동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강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근육은 더 자극을 받지 못한다. 장비 없이 맨몸으로만 하는 경우엔 반복회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저항밴드를 사용하면 저렴하고 간편하게 강도를 높일 수 있다. 

    강도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운동을 했고 어느 단계의 저항밴드를 써서 순간 근육 실패가 올 때까지 몇 번을 했는지를 기록한다. 직접 필기해도 되지만 21세기니까 이를 도와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필자는 Strong이란 앱을 쓰는데 무료 버전으로도 충분하다)을 사용하자. 얼마나 운동에 진전이 없는지를 그래프로 만들어 보여준다. 

    가성비를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저항밴드와 풀업 바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저항밴드는 대여섯 개가 든 세트로 사는 것이 좋은데 운동 중간에 끊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10만 원 정도 하는 고품질로 사자. 풀업 바는 해외의 경우 문틀 위에 걸 수 있는 구조의 제품을 많이 쓰고 또한 상당히 안정적인데 한국의 아파트에는 그런 문틀이 없어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문에 고정하지 않고 바닥에 세워서 쓰는 철봉 같은 형태의 제품이 안전하긴 하나 무게와 부피가 큰 편이다. 국내에서는 문틀 사이에 고정하는 제품이 많이 판매되는데 제품의 안정성이 천차만별이니 잘 살펴보고 사자. 코로나19로 위축된 세계 경제에 좀 더 기여하고 싶다면 여기에 무게 조절이 가능한 덤벨을 추가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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