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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만 옥죄는 ‘n번방 방지법’, “실효 없는 규제”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국내 업체만 옥죄는 ‘n번방 방지법’, “실효 없는 규제”

  • ● 사생활 침해, 국내 서비스 경쟁력 약화 가능성
    ● 해외 IT기업, 규제 방안은 확실하지 않아
5월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n번방 재발을 막기 위한 방송통신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동아 db]

5월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n번방 재발을 막기 위한 방송통신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동아 db]

많은 피해자를 낳은 n번방 사건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방송통신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은 모두 새로운 형태의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IT업계와 일부 시민 단체는 이 법들의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포털, 메신저 등 통신 서비스를 운영하는 운영사는 물론, 이용자들에게도 손해를 줄 여지가 있다는 것. 

법 개정안에 따르면, 통신 내역을 회사가 수시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통신망 내부에 불법 음란물이 유통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회사가 사용자의 통신 내역을 전부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 회사도 업무 외에 맡아야 할 일이 늘어나니 법 개정안을 반기기는 어렵다. 게다가 음란물 유통 범죄가 이뤄진 해외 메신저 서비스는 법 적용을 받지 않아, 실효성 없는 법 개정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음란물 사전 차단, 사실상 어려워

특히 법률안 개정안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음란물 유통 금지를 위한 기술 조치 의무사항’이다. 이는 원래 웹하드 업체에 적용되는 법령이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 17조 1항에 의거, 웹하드 업체들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확인하는 즉시 삭제하고, 이를 발견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한다. 

음란물을 찾아내는 방법은 신고와, 기술적 조치 두 가지다. 여기서 기술적 조치란 금칙어 인식 기술을 말한다. 온라인 자료의 특징과 명칭을 분석. 기술적으로 웹하드에 올라온 모든 게시물 중 아동, 불법 음란물을 빠르게 검색해내는 방식이다. 음란물을 찾아낸 이후에는 이 자료의 검색 및 전송을 차단해 놓아야 한다. 

IT업계에서는 웹하드에서는 가능할지 모르나, 포털이나 메신저 서비스는 해당 기술 적용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웹하드는 일부 사용자가 경제적 이득을 위해 자료를 올리고, 이를 일반 사용자들이 받아가는 일종의 장터다. 때문에 불법 음란물 유통을 잡아내려면 공급자들의 게시물만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메신저나 포털은 올라오는 자료의 양이 다르다. 게다가 자료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으니, 결국 모든 기록을 전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보안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외려 국내 IT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국내 메신저 업체들도 암호화 기술을 사용. 비밀 대화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대화방에서 오가는 내용을 알 수 없다. 추후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통신 내역을 복구할 수는 있겠지만, 실시간 모니터링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법안이 통과돼, 이를 따르려면, 메신저 서비스 회사는 대화 내용 암호화 기능을 일부 포기해야 할 수 있다.

비공개 대화방 못 보면, n번방 차단?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의 위험도 있다. 사업자가 이용자들의 이메일, 메선저 대화 내역, 비공개 카페 및 블로그, 메모장, 클라우드를 전부 열람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등 IT업계 3단체와 정치·경제·경영 분야 교수진으로 구성된 체감규제포럼은 5월 12일 종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사전 검열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카카오톡과 비공개 블로그까지 (사업자가) 다 들여다보라는 것이냐”라며 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법안의 담당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는 “법 개정안은 개인 간의 사적인 대화를 대상 정보에 포함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개인 대화는 음란물 유통 방지를 위한 검열 대상이 아니라는 것. 방통위 측 설명에 따르면, 사업자는 일반에게 공개된 게시물에 한해서만, 음란물 유통 방지를 위한 확인이 가능하다. 한편 1대1 대화방이나, 비공개 단체 대화방을 사업자가 확인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공개된 게시물의 범위에, 1대1 대화방이나 비공개 단체 대화방이 편입될 가능성도 적잖다. 과거 카카오톡 대화방도 사적 공간이 아니라는 판결이 있었기 때문. 2013년 서울의 한 사립대학 남학생들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음담패설을 해,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이에 일부 남학생들이 학교 측의 처벌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 프로그램은 대화내용이 보존되고 전파 가능성이 높다’며 공개적 공간으로 판단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아직 온라인상의 공개 정보와 비공개 정보를 나누는 기준이 모호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추후 법안을 다듬는 과정(시행령 등)에서 대화방 등 내용도 언제는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n번방 사건이 일어난 곳도 비공개 단체 메신저 대화방이었으니, 입법 의도를 생각한다면 (메신저가 포함될) 가능성은 높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해외 메신저를 주 범행 장소로 사용하는데 왜 국내 메신저에 규제를 하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n번방 사건 등 불법 음란물이 유통된 곳은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 일부 해외 메신저였기 때문. 아직 국내 메신저앱에서는 유사 범죄 사례가 없다. 방통위는 “법제 정비를 바탕으로 해외사업자에게도 차별 없이 법이 적용되도록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겠다. 텔레그램의 경우 해외사업자 중에서도 사업장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며 향후 수사기관, 해외기관과 협조해 규제 집행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안 20대 국회 내 처리 가능성 높아

해당 법안은 5월 20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관련 법 개정안은 5건. 법제처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대안반영폐기 상태다. 이름은 폐기지만 사실상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모아서 한 번에 처리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반발에 나섰다. 법안을 철회하라는 것이 아니라, 21대 국회로 바통을 넘겨 수정하는 시간을 갖자는 주장이다. 코리아스타트업 포럼,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한국소비자 연맹은 5월 17일 해방 법안의 졸속 추진을 중단하라는 공동 의견서를 냈다. 해당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5월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방송통신 3법은 규제의 정도나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 많은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안인만큼 20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다가올 21대 국회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의견수렴, 논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은 법안 통과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같은 날 시민단체들의 지적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n번방 대책에 대해, 기술·관리적 조치와 해외 사업자 법 적용 실효성을 문제 삼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 방통위가 공개 브리핑을 통해 n번방 대책법의 대상이 사적 대화는 아니며, 기술·관리적 조치도 청소년성보호법 시행령을 참고하여 1년 뒤 시행 전까지 인터넷기업협회 등과 충분히 협의하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또 다시 말도 안되는 이유를 내세워 시비를 걸고 있다”며 비판했다.





주간동아 1240호 (p52~5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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