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3

2015.11.16

과감한 목표 재설정으로 살아남기

벽에 부딪혔을 때

  • 남보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elyzcamp@gmail.com

    입력2015-11-16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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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감한 목표 재설정으로 살아남기
    살다 보면 삶의 방향과 속도, 목표 등을 재설정하지 않고는 도저히 변화할 수 없을 것 같은 벽에 부딪힐 때가 있다. 이런 이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동기 부여 스토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솔개의 거듭나기’다.

    ‘솔개는 다른 맹금류에 비해 두 배의 삶을 삽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솔개가 스스로 자신의 부리와 발톱을 부러뜨리고 뽑는 고통을 감내함으로써 새 부리와 발톱을 가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솔개의 거듭나기 스토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한 조류연구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죽죠. 부리가 뽑혔는데, 당연히.”

    야간 사격을 위한 조건

    우리 주변의 굉장히 그럴싸한 이야기는 대부분 누군가 만들어낸 것일 개연성이 높다. 설령 솔개가 정말 제 부리와 발톱을 새것으로 간다고 치자. 일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은 그럼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일까. ‘당신의 삶에 비전을 부여하라.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아라’ 같은 말을 처음 들을 때는 가슴이 두근두근하지만, 출근시간 지옥철에서 흘린 땀이 아직 식지도 않았는데 부장의 고함소리에 또다시 식은땀이 나는 직장인에게는 비전이나 목적 같은 건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



    그러나 적어도 반복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찾아 해결하고, 이미 정한 목표를 재설정하는 노력은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구체적인 방법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참고할 만한 기준이 있다면 일은 한결 쉬워진다. 이때 ‘야간 사격의 원칙’이 도움이 될 것이다.

    야간에는 빛이 적어 대상과 주변환경을 식별하기 어렵다. 이에 더해 눈 망막에 있는 원추세포는 어두운 곳에서 활동량이 적어진다. 이 때문에 야간 사격 시 목표물을 맞추려면 주간과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과학적으로 정리한 것이 ‘야간 사격의 원칙’이다. 사격과 관련한 미국 육군의 야전교범은 ‘FM 3-22.9 사격술(Rifle Marksmanship) 2008’이다. 이 야전교범의 한 장인 ‘야간 사격술’에서는 다음과 같은 야간 사격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적응시의 원칙이다. 적응시란 낮은 조명 아래서 물체를 볼 수 있도록 눈이 스스로 조절되는 과정, 그렇게 된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30분 내외가 소요되고 빠른 사람은 8분 내에도 눈이 어두운 환경에 적응한다. 그러므로 야간 사격을 하기 전에는 준비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손전등을 사용하거나 빛이 있는 쪽을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이원시의 원칙이다. 이원시는 표적 의 중심을 보지 않고 상하좌우로 6도에서 10도 정도 어긋난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눈과 대상물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축을 중심으로 상하좌우 6도에서 10도 정도에 있는 간상체(세포)에 상이 맺힌다는 뜻이다. 다만 시야가 6도에서 10도를 벗어나면 눈 아래 15도에 있는 맹점에서 걸려 대상물을 잠시 놓칠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셋째, 주변시의 원칙이다. 주변시는 보고자 하는 대상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으로 불규칙하게 시선을 옮기면서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물을 볼 때 상이 맺히는 눈 안쪽의 간상세포는 4~12초가 지나면 기능이 마비된다. 따라서 한곳을 오래 쳐다보지 말고 시선을 불규칙하게 움직여 간상세포의 사용-회복 시간을 주는 것이 지속적인 관측에 유리하다.

    결정 늦추고 심사숙고할 것

    과감한 목표 재설정으로 살아남기

    미국 육군의 야전교범 ‘FM 3-22.9 사격술(Rifle Marksmanship) 2008’.

    그렇다면 이러한 야간 사격의 원칙을 어떻게 목표 재설정에 적용해볼 수 있을까. 첫째, 때로는 결정의 시간을 늦춰보라는 것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목표를 재설정한다는 것은 일종의 협상이다. 어떤 안이 좋을지, 이익은 어떻게 조정할지 등을 두고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다 최종안에 도달하면 더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을 연구하는 이들은 이익의 최대화를 위해서는 협상을 최대한 지연하라고 조언한다. 적시에 신속히 결정하고,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 여기면서 즉각 실행해야 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을 보면 성급한 결정을 후회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동시에 이는 결정에 이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는 뜻이다. 과거 4년간 교회 고등부 성가대 지휘를 맡은 적이 있다. 접촉시간이 많아지면서 진로상담도 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선생님, 저 고민 있어요”라고 말할 때 “그래, 고민을 며칠이나 했니”라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2시간도 고민하지 않고 답부터 찾았다는 점이다. 고등학생 대다수가 자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학 학과를 선택하는 데 채 2시간도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후에 대학 청년부 학생들과도 이 문제를 놓고 대화를 해봤는데 결과는 비슷했다. 도서관이나 집에서 필요한 자료를 가지고 일일이 분석하거나 컴퓨터로 비교검색을 하면서 어떤 직업이 자기 적성에 맞는지 2시간 이상 고민했다는 학생은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둘째,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 말고 문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화두와도 맞닿는 말이다. 우리가 목표를 재설정한다는 것은 목표 달성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한다. 그래야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또다시 목표를 바꿔야 하는 불운을 피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과 ‘문제 자체의 제거’를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무실 복사기 담당은 종이가 걸리는 오류가 발생할 때마다 서비스센터 직원을 부르고 부품을 새것으로 바꿨다. 그러나 부품을 바꿔도 종이는 계속 걸렸다. 서비스센터 직원도 “이게 왜 이러지. 다른 데는 괜찮거든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문제의 원인은 직원들이 복사할 때 사용하는 훼손된 이면지였다. 새로 온 기관장은 부속실 비서에게 매일 아침 전국 일간지 주요 뉴스를 프린트해서 달라고 했다. 사건 사고라도 있는 날은 100장 넘게 프린트를 했다. 부속실 비서는 이면지를 버리지 않고 박스에 넣어 복사기 옆에 뒀다. 박스에서 이면지를 꺼내고 박혀 있던 스테이플러 침을 제거하는 건 누군가에겐 귀찮은 일이다. 대충 손으로 찢어내듯이 제거하거나 더러는 부주의하게 그냥 넣기도 했다. 이것이 고장 원인이었다. 이 원인의 연계고리를 볼 줄 모르면 아무리 좋은 복사기를 들여놓아도 문제는 계속 발생한다.

    셋째, 배경과 맥락을 먼저 이해하라는 것이다. 2004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대학원생 5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적이 있다. 여러 배경과 동물이 담긴 사진들을 각각 섞어 서로 다른 배경과 동물의 조합으로 된 화면을 보게 하는 것이었다. 대상자는 미국인 25명, 중국인 25명이었는데 실험 결과는 흥미로웠다. 미국인은 대부분 호랑이, 말 같은 눈앞 사물에 주목했고 중국인은 대부분 들판이나 대나무숲 같은 뒤쪽 배경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언싱커블 에이지’ 저자 조슈아 쿠퍼 라모는 자기중심적, 대상중심적 사고를 가진 미국인 학생보다 주위 모든 것을 중요시 여기고 배경을 살필 줄 아는 중국인 학생의 미래잠재력이 더 크다고 했다. 끝없는 변화가 당연시되는 세계에서는 환경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맥락을 찾아내는 직관이나 통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목표 재설정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재설정한다고 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세스에만, 혹은 목표 자체에만 매달려서는 올바른 설정값을 찾기 힘들다. 목표를 둘러싼 환경과 제약, 가능성과 도전 등 배경과 맥락을 동시에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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