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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신중한 기소로 사법 피해자 줄여야

배임죄 무죄판결이 증가한 까닭

신중한 기소로 사법 피해자 줄여야

신중한 기소로 사법 피해자 줄여야

9월 말 1심에서 배임과 횡령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이석채 전 KT 회장.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다.

최근 유독 배임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많아지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일반범죄의 무죄 선고율은 1.2%인 데 비해 배임죄의 무죄 선고율은 4배가 넘는 5.1%를 기록했고, 특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배임죄의 무죄 선고율은 일반범죄의 10배 가까운 11.6%에 달했다.

배임죄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이 특히 어려운 죄에 속한다. 형법 제355조 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해당한다. 재산상 이익이 5억 원이 넘으면 특가법으로 가중처벌된다. 어느 경우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손해의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지 등이 분명하지 않고 포괄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무한히 넓어질 수 있다.

최근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A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며 실적을 높이고 거래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10억 원의 물품대금 지급보증서를 발급해 B사에 넘긴 혐의(특가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C씨(57)에 대한 상고심(2015도6745)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은행 지점장이던 C씨는 2011년 10월 자신 명의로 10억 원의 물품대금 지급보증서를 작성해 B사 측에 건넸다. 지급보증서 발급에는 B사의 신용도 조사와 은행 본점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지만 C씨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C씨는 그 대가로 B사로부터 뒷돈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B사의 거래처에서 이 지급보증서가 정상적으로 발급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돼 B사는 지급보증서를 사용하지 못했다.

C씨는 A은행에 대한 배임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C씨의 배임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사문서 위조 혐의 등도 유죄로 인정해 C씨의 형량을 징역 4년으로 높였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C씨가 지급보증서를 정상적으로 발급하지 않았지만 문제의 지급보증서가 거래에는 실제로 사용되지 않아 A은행이 실질적으로 부담할 금액이 없다”며 “지급보증의 대상인 지급채무 자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이상 단지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준 것만으로 A은행에 10억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가 생겼다고 볼 수 없으므로 C씨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 파기 환송한 것이다.



9월 10일 대법원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일본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계열사인 CJ 일본법인(CJ Japan)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혐의에 대해 “해당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과 주채무자인 팬재팬(Pan Janpan)의 변제능력을 감안할 때 당시 대출금 채무를 자력으로 변제할 능력이 있었다고 보이기 때문에 대출금 전액을 이득액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배임으로 취득한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 금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특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파기 환송했다.

이처럼 최근 대법원은 배임죄와 관련해 손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한 경우, 다시 말해 ‘침해범(侵害犯)’ 수준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위험이 존재해야만 유죄로 판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배임죄 해석이 그만큼 엄격해졌다는 의미다. 따라서 검찰은 배임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좀 더 신중히 함으로써 사법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보다 배임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배임죄는 독일과 일본,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법 항목이다. 독일은 2005년부터 배임죄 법률조항에 ‘경영 판단의 원칙’을 도입해 배임죄에 따른 처벌 여부를 결정할 때 기업인의 경영상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고, 일본도 배임죄를 ‘목적범’에 한해 처벌하고 있어 기업인에 대한 처벌 사례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간동아 2015.10.19 1009호 (p39~39)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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