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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리뷰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연상연하 커플을 바라보는 대조적 두 시선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사진 제공 · JTBC]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사진 제공 · JTBC]

연상연하 커플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싶은데, 여성들 반응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케이블TV방송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대한 반응 말이다. 

소셜미디어 반응을 보면 전자는 젊은 여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성차별적 시선과 자기 연민으로 찌든 중년 남성의 어쭙잖은 판타지나 채워주는 ‘나쁜 드라마’다. 반면 후자는 여성에 대한 배려심이 철철 넘치는 데다 외모까지 상큼한 연하남 역을 맡은 정해인의 매력 발산으로 여성 시청자들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는 ‘착한 드라마’다.


‘레옹’ 분위기를 풍기는 ‘타인의 삶’

 tvN ‘나의 아저씨’ [사진 제공 · tvN]

tvN ‘나의 아저씨’ [사진 제공 · tvN]

제목만 놓고 보면 의외다. ‘나의 아저씨’라는 제목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체가 젊은 여성이란 걸 바로 알 수 있다. 게다가 ‘귀티 흐르는 귀공자’와 ‘야생마 같은 반항아’ 다음으로 여심 공략의 3대 캐릭터로 불리는 ‘키다리 아저씨’(든든한 후견인)를 대놓고 암시하는 제목 아닌가. 반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철저히 남성 중심적 제목이다. 착하고 예쁜 여성을 싫어할 남성이 있을까. 금상첨화로 돈과 나이도 많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다는데 어떤 남자가 마다하겠는가. 그런데 오히려 시청률 5%대인 ‘나의 아저씨’는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된 반면, 시청률 6%대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30, 40대 여성의 필람극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궁금해 두 드라마를 비교해봤다. 먼저 ‘나의 아저씨’다. 대기업 부장인 마흔다섯 살 박동훈(이선균 분)과 그 부서의 파견 직원인 스물한 살 이지안(이지은 분)이 주인공이다. ‘미생’(2014)과 ‘시그널’(2016)이란 묵직한 드라마를 연출한 김원석과 30대 미혼여성의 심성을 맛깔스럽게 녹여낸 로맨틱 코미디드라마 ‘또 오해영’(2016)의 작가 박해영이 만났다고 해 기대를 모은 tvN 수목드라마다. 하지만 3월 21일 1회에서 20대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 분)이 지안을 상대로 무차별적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논란을 촉발한 이후 페미니스트 평론가들의 도마에 자주 오르는 작품이 됐다. 

눈치챘겠지만 남녀 주인공의 나이 차가 스물넷이나 되는 설정 자체가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페미니즘의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 동훈은 번듯한 사회적 지위를 가졌을 뿐 아니라, 착한 심성과 좋은 매너까지 갖췄다. ‘개저씨들’로 넘쳐나는 한국 사회에선 씨가 말라버린 캐릭터로 보일 만하다. 그에 반해 지안은 조실부모한 전과자인 데다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는 청각장애에 하반신마비다. 비정규직으로 온갖 아르바이트까지 다 하지만 갚아야 할 사채는 줄지 않아 고슴도치처럼 세상에 가시를 잔뜩 세우고 산다. 개저씨들 눈에는 싸가지 없는 20대 여성의 전형이다. 



이런 남녀가 커플이 된다고 할 때는 답이 뻔하다. 남자주인공의 숨겨진 롤리타신드롬을 자극하는 원조교제 아니면 팜파탈 여주인공의 타산적 접근이 초래하는 비극이다. 그런데 정작 드라마는 이 둘이 순수한 ‘솔메이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 물론 그게 가능함을 보여준 아주 드문 예가 있긴 하다. 여성과 아이를 제외하곤 그 어떤 대상도 제거하는 무자비한 킬러 레옹과 결손가정 아동이지만 화초를 사랑하는 마틸다가 그 사례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1990년대나 먹힐 복고풍 드립이 설 자리는 없다. 게다가 동훈은 무당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무골호인이다. 변호사인 아내 강윤희(이지아 분)가 대학 후배면서 직장상사인 도준영(김영민 분)과 바람난 것을 뒤늦게 알고서도 아내를 위해 유야무야 덮으려는 위인이다. 

킬러 본능을 지닌 것은 오히려 이지안 쪽이다. 여중생 때 할머니를 폭행하는 사채업자를 칼로 찔러 죽인 전과가 있다. 목돈 마련을 위해 도준영에게 먼저 접근해 동훈 등 사내정치의 걸림돌을 제거해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한다. 그리곤 동훈의 휴대전화를 도청기로 활용하는가 하면 약물 사용까지 주저하지 않는다. 

드라마의 외형은 동훈이 지안을 보호하는 모양새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순정 가득한 동훈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남몰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산전수전 다 겪은 지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레옹’의 탈을 쓴 ‘타인의 삶’에 가깝다. 영화 ‘타인의 삶’에선 냉혈한에 가깝던 독일 비밀경찰이 공산정권의 감시 대상이 된 극작가를 도청하다 그의 진정성 넘치는 삶에 동화돼 수호천사로 변모한다. 냉혹한 세상에 환멸을 느끼던 지안도 돈 몇 푼에 동훈을 팔아치우려고 그의 일상을 도청하다 남몰래 그를 돕게 되기 때문이다.


연하남에 대한 판타지는 한국 여성의 특권?

[사진 제공 · tvN]

[사진 제공 · tvN]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표리부동한 드라마다. 겉만 보면 여성을 대상화하는 척하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 누나와 동년배 여성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연하남을 대상화한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매장 관리를 맡은 서른다섯 살 윤진아(손예진 분)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절친의 남동생인 서른한 살 서준희(정해인 분)와 ‘썸’을 타는 사이가 된다. 진아는 처음엔 “내가 업어 키우다시피 했다”며 준희를 우습게 봤지만 주변에서 경험할 수 없던 남성다움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귀공자, 반항아, 후견인의 매력을 두루 갖춘 매력남이다. 물론 연하남인 만큼 그중에서도 샤방샤방한 ‘귀공자’ 이미지를 가장 앞세우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의 전작인 ‘또 오해영’을 연상케 한다. 진아는 노처녀로 늙어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진짜배기 사랑을 갈구하며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키덜트 여성이다. 겉으론 ‘프로’로 평가받지만 내면의 여린 공주는 붕대를 둘둘 감고 있다. 그러다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주는 남자를 만났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한동안 비밀연애만 하다 결국 그 사랑을 쟁취한다. 

차이점은 그 남성이 네 살 연하 남동생의 친구이기도 해 비밀연애가 더 짜릿하다는 점과 그에게 맘껏 어리광을 부려도 된다는 점에 있다. 준희는 연하남이면서도 진아에게 칭얼거리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맘껏 어리광 부리고 싶어 하는 진아의 소꿉놀이 상대가 돼줄 줄 안다. 그러면서 진아의 상처받은 자아를 보듬어주는 성숙함까지 갖췄다. 힘겨운 사회생활에 지친 누나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휴식 같은 남자친구’다. 덕분에 정해인은 소셜미디어 활동에 적극적인 30, 40대 여성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국민 연하남’에 등극했다. 

현실에선 이런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백마 타고 나타난 어린왕자님’이란 소리다. 뭐 한국 드라마 대부분이 남자주인공을 판타지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크게 탓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하나는 ‘또 오해영’의 주인공 오해영(서현진 분)은 힘겨운 연애를 통해 세상을 탓하는 불평꾼에서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주체적 인물로 변모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존재로 거듭난다. 반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진아는 굴러들어온 떡에 감지덕지하는 수동적 여성의 모습을 찢고 나오는 주체성을 드러내는 데 한계를 보인다. 드라마 ‘아내의 자격’ ‘밀애’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속물근성에 찌든 중산층의 허위의식에 맞서는 여성을 형상화해온 연출가 안판석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장밋빛 코드가 너무 강하다.


X세대여 반성하라

또 다른 문제는 ‘나의 아저씨’와 형평성에서 발생한다. 어린 남성을 그렇게 대상화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여성들이 그 대척점에 선 ‘나의 아저씨’에는 냉정한 리얼리티의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성이다. 연하 이성에 대한 판타지는 여성만이 전유해야 하고 남성, 특히 중년 개저씨들에겐 언감생심이란 이런 발상은 공정하지 못하다. 

한국 드라마의 주요 시청자층은 여성이지만 2010년 이후 특히 40, 50대 남성 시청자가 급증했다. 그런데 30, 40대 여성을 위한 판타지는 참아줄 수 있어도 40, 50대 아저씨의 판타지는 참을 수 없다는 이중 잣대는 도대체 어떻게 합리화될 수 있을까. 

그 실마리는 공히 두 드라마 속에 그려진 40대 중년 남성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그들은 술만 마시면 여직원과 스킨십을 시도하고 여성 비하나 성희롱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여직원의 사생활에 대해 함부로 ‘감 내라 배 내라’ 떠들면서 멘토로서 조언해야 할 때는 입을 다문다. 자신들의 젊은 시절 고생담은 무용담으로 포장하고, 젊은 세대의 아픔은 그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무시하기 일쑤다. 책임감이나 일에 대한 열정을 강조하지만 정작 자신이 십자가를 져야 할 일이 생기면 면피하기 바쁘다. 

이는 ‘나의 아저씨’가 X세대의 집단적 자기 연민에 부화뇌동하기에 불편하다는 젊은 세대의 비판과 공명한다. 김도훈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의 칼럼 ‘너의 X세대 아저씨’는 정곡을 찌른다. 

한국 X세대는 인구학적으로 매년 80만 이상이 출생한 1968~76년생을 가리킨다. 이들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단군 이래 가장 축복받은 세대다. 이전 386세대와 달리 87년 민주화를 누리면서 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고도성장의 끝물을 맛보며 개인주의를 꽃피웠다. 또한 다른 세대를 압도하는 인구로 100만 장 앨범, 1000만 영화 관객, 시청률 50%를 견인한 세대이기도 하다. 아이돌그룹이 ‘삼촌팬’과 ‘이모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역시 이 세대가 가진 ‘티켓파워’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 세대는 자신들이 누리는 이런 문화권력이 이례적인 축복이라는 것을 대부분 자각하지 못한다. 그보다 자신들이야말로 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며 한국 대중문화를 선도했다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 그래서 다른 세대의 눈에는 ‘갑질’로 보이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너의 X세대 아저씨’는 이를 이렇게 콕 꼬집는다. 

“386 꼰대들은 그냥 꼰대잖아. 어차피 말이 안 통해. 그런데 X세대 꼰대들은 이러는 거지. ‘이런 게 새로워? 니네보다는 내 아이디어가 더 신선하지 않아?’ 당연히 누가 더 싫겠어. 말 안 통하는 꼰대보다는 지가 더 생각이 젊고 자유롭다며 뻐기는 상사가 더 싫지.” 

그렇다. ‘나의 아저씨’의 남자주인공 동훈은 드라마에서 1974년생으로 등장한다. 동훈의 우애 깊은 3형제는 극의 축이다. 22년 다니던 회사에서 잘린 뒤 자영업을 하다 신용불량자가 된 첫째 상훈(박호산 분)은 70년생이다. 영화판에서 20년을 굴렀지만 감독 데뷔를 못 한 막내 기훈(송새벽 분)은 77년생이다. 삼형제가 모두 X세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이들은 모두 진정성 넘치는 삶을 살려다 좌초한 ‘루저’로 등장한다. 차가운 현실에 밀려난 상훈과 기훈은 전 직원이 단 두 명인 청소업체를 운영하며 입에 풀칠을 한다. 유일한 예외였던 건축구조기술사 동훈 역시 사내정치에 밀리다 ‘오쟁이 진 남편’이 됐다는 점에서 결국 동일 운명체다. 이들은 ‘나만의 세상’에 갇힌 채 지독한 자기 연민에 빠져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럼에도 ‘나의 아저씨’를 주목하는 이유

[사진 제공 · JTBC]

[사진 제공 · JTBC]

X세대의 무의식적 갑질에 상처받은 여성과 젊은 세대에겐 이런 모습조차 특권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다른 세대도 모두 겪는 일인데 왜 당신들 세대만 예외여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항변인 것이다. 

사실 동훈 3형제가 겪는 고난은 20대 초반인 이지안이 겪은 간난신고에 비하면 애교에 가깝다. 그런데도 지안이 오히려 동훈을 남몰래 돕는다는 설정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나의 아저씨’는 교훈적이다. 지안이 수많은 개저씨 가운데 동훈을 특별하게 주목하게 된 이유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그의 공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못 본 척 해주는 센스까지 갖췄다. “아버지가 뭐 하시냐”는 질문을 무심코 던졌다 “그런 건 왜 묻느냐”는 지안에게 바로 사과할 줄 알고, 아내의 불륜 사실을 자신이 안다는 것을 끝까지 내색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동훈은 X세대의 대명사가 아니다. 그 반면교사에 가깝다. 형 상훈이 직장생활을 힘겨워하는 동훈에게 “회사 사표 쓰고 나오는 순간 너 바로 나 된다”고 한 말 역시 자기 연민 수준을 뛰어넘는다. 나르시시스트는 결코 자신을 희화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생 기훈 역시 자신이 잘나가던 시절 ‘갑질’ 대상이던 여배우 최유라(나라 분)가 청소부가 된 자신에게 “망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말을 듣고 과거를 반성할 줄 아는 남다른 능력을 보여준다. 

‘나의 아저씨’는 현실 때문에 이상을 포기하는 것에 익숙한 40대 직장 남성의 공포에 기반을 둔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일에 치여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해보고 늙는 것 아닌가 하는 30대 직장 여성의 두려움을 바탕으로 하는 것과 닮은꼴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그 두려움을 로맨틱 코미디의 문법으로 위로하는 쉬운 길을 택했다. 네 살 차이밖에 안 되는 진아-준희 커플은 세상의 편견과 오만을 사뿐히 물리칠 능력을 이미 내장한 캐릭터들이다. 반면 ‘나의 아저씨’는 40대 중반인 정규직 남성과 20대 초반인 비정규직 여성의 연대라는 지극히 어려운 해답을 모색한다. 동훈-지안 커플은 스물네 살 나이 차만큼 ‘툭하면 갑질하는 개저씨’와 ‘지밖에 모르는 싸가지 없는 아이’라는 세대적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더군다나 멜로드라마의 ‘전가의 보도’와 같은 사랑이 아니라 우정으로. 익숙한 성공 공식에 충실한 드라마와 낯설고 힘겨운 길 찾기에 도전한 드라마. 당신은 둘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주겠는가.






주간동아 2018.04.25 1135호 (p60~63)

  • |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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