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0

2017.08.09

건강

성냥개비만 한 플라스틱 조각이 임신을 막아준다고?

피하장치, 주사제, 호르몬 루프…어렵지 않은 피임의 세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7-08-07 16: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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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가정의학과 의사 선생님 한 분이 미국으로 유학 가는 딸에게 임플라논 시술을 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요새 딸을 외국 보내기 전 자궁경부암 예방주사 접종, 임플라논 시술을 해주는 부모가 제법 많습니다.”

    박혜성 경기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의 얘기다. 임플라논은 성냥개비 모양(4cm×2mm)의 피임기구로, 팔뚝 위쪽의 피부 아래 이식하면 3년간 호르몬이 방출돼 임신이 99% 이상 차단된다. 중간에 제거하면 바로 임신할 수 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사람은 워낙 피임에 신경 쓰는 걸 귀찮아한다. 임플라논은 한 번 시술한 뒤 오랫동안 잊고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귀찮아서든, 쑥스러워서든 우리나라가 ‘피임 후진국’인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공임신중절을 법으로 엄격히 금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임 실패로 원치 않는 임신에 이르는 이가 적잖다. 산부인과 의사들에 따르면 특히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난 뒤 이 문제 때문에 병원 문을 두드리는 이가 많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피임은 어렵지도, 번거롭지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피임법을 크게 △자연주기법 △먹는 피임약 △콘돔 △자궁 내 장치와 미레나 △기타 호르몬 피임법 △불임수술 △살정제 △응급피임약 등으로 분류한다. 이 밖에 질외사정이나 수유를 피임 수단으로 여기는 이도 있다. 하지만 자연주기법, 살정제, 질외사정, 수유 등은 실패율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적절한 피임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콘돔의 경우도 사용법을 정확히 지키면 피임 성공률이 98%에 달하지만, 미숙한 사용자는 임신 확률이 18%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콘돔은 물리적 차단 장치로, 각종 성 매개 질환을 예방하는 데 큰 구실을 한다. 따라서 확실한 피임을 위해서는 ‘콘돔+α(알파)’를 준비하는 게 좋다.



    주의할 것은 세상 어떤 피임법도 모든 사람에게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피임약은 생리통 경감, 여드름 피부 개선 등에 도움을 주지만, 흡연자가 복용하면 혈전을 유발할 수 있다. 임플라논 시술의 경우 부작용으로 체중 증가가 보고된 바 있다. 자궁에 넣어 임신을 방지하는 장치인 미레나는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이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혜성 원장은 “피임할 사람의 건강 상태나 생활 습관, 나이, 성생활 패턴 등을 알아야 그에 알맞는 피임법을 추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피임·생리이야기’(wisewoman.co.kr/piim365)도 피임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내게 맞는 피임법을 찾아라
    피하 이식 장치



    ‘임플라논’이 이에 속한다. 팔뚝 위쪽에 국소마취를 한 뒤 임플라논을 삽입하는 데 1분가량 걸릴 만큼 시술이 간단하며, 장치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 만질 수 있고, 제거 후 흉터가 남기도 한다. 부작용으로 무월경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장치를 제거하면 월경과 임신 능력이 회복된다.

    피임주사


    상품명인 ‘사야나’ 또는 ‘데포’(Depot·피하주사)로 많이 불린다. 이 주사를 맞으면 합성 프로게스테론인 프로게스틴 성분이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경관 점액을 끈끈하게 해 3개월간 피임 효과가 나타난다. 성관계에 방해가 되지 않고 간편하지만, 장기간 주사할 경우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있다.

    질 내 삽입 링


    상품명은 ‘누바링’으로 직경 5.4cm, 두께 4mm의 투명한 플라스틱 링이다. 이를 질 안에 삽입하면 매일 일정량의 호르몬을 방출해 임신을 차단한다. 산부인과 의사 처방을 받아 구매한 뒤 스스로 삽입할 수 있다. 한 번 넣은 후 21일간 뒀다 제거하고 7일간 휴지기를 갖는 방식이다. 사용 시 혈전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호르몬 루프


    자궁 안에 넣는 T자 모양의 플라스틱 기구로 ‘미레나’와 ‘제이디스’가 널리 쓰인다. 장치에서 방출되는 호르몬이 자궁 안에 작용해 미레나는 5년, 제이디스는 3년간 피임 효과가 지속된다. 자궁 내로 관을 집어넣어 기구를 장치하는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하는데, 제이디스는 미레나보다 호르몬 함량이 낮고 크기도 작아 상대적으로 통증이 적은 편이다.

    참고자료 |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젠더건강팀의 ‘우리가 만드는 피임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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