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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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게임’도 못 이긴다?

민주당 구체제 혁파 없이는 파괴력 발휘 못 해

  •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입력2012-09-10 0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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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화 게임’도 못 이긴다?

    8월 29일 경기 수원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안철수 원장.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흥행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큰소리치던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후보 경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지고 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재미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예고도 없는 밋밋한 게임이 전개된다. 후보간 가시 돋친 언사가 오가지만 정작 국민은 싸울 만하다고 평가하기보다 “저 사람들 왜 저런 일로 얼굴 붉히고 싸우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쪽이 많은 듯하다.

    앞으로 승부가 재미있어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식으로 마무리한다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 단일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객관적 사실 가운데 하나는 민주당 후보가 안 원장에게 많이 밀린다는 것이다. 다자간 지지율에서는 물론, 야권 후보 적합도에서도 밀리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의 양자대결 경쟁력에서도 그렇다.

    이런 약세구도를 경선 흥행을 통해 바꾸지 않으면 사실상 단일화에서 패배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면 컨벤션효과 등으로 어느 정도 지지율 상승은 있겠지만, 문제는 그 상승폭과 지속가능성이다. 단순히 다수가 1인으로 좁혀졌다는 컨벤션효과로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는 폭은 그리 높지 않다. 2~4위 후보 지지율을 다 흡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선출될 후보를 지지할 긍정적(positive) 이유를 창출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지지율 상승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박근혜 vs 안철수 대결이 유력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민주당 대선 후보가 현실적으로 집중해야 할 포인트는 단순 지지율에서 안 원장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대선 여론조사 결과로 확인해야 한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광주·전남 경선 직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에 비해 확장성이 더 좋고, 시대흐름을 구현하는 상징성이 강하다면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안 원장이 자기 생각을 담은 책을 통해 자신은 야권 후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고, 대선 일정상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 원장이 나가야 이긴다”는 일반적 세평은 민주당 후보에게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안 원장에게 승산이 더 있다는 것이 현재의 합리적 추론이라 하겠다.

    민주당 후보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사실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민주당 스트레스’ 때문이다. 민주당이 인기 없으니 그 당 후보도 덩달아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민주당이 새로워지는 모습을 보이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즉,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공식 선출된 후보가 민주당 혁신을 주도한다면 상당한 호평을 받을 수 있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로 상징되는 민주당의 앙시앵레짐(구체제), 이른바 낡은 민주당을 혁파한다면 그것이 던지는 신선한 충격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특히 그 후보가 문재인 의원이라면 파괴력은 더 클 것이다. 현재 문 의원은 역량이나 자질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얘기가 많다.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기획해 육성한 후보라는 인식, 당의 활력을 저해하는 일부 친노 인사들의 패권주의적 행태 탓에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후보가 혁신의 깃발을 들고, 자신을 떠받치는 것으로 알려진 이해찬-박지원 체제를 자기 손으로 무너뜨린다면 그 순간 문 후보는 명실상부한 민주당의 새 리더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안 원장과의 야권 단일화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길은 단일화 방법이나 룰(rule)에 매달리는 것이다. 내용보다 형식, 즉 기술적 묘수로 난국을 타개하는 것이 일종의 ‘민주당 스타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야권 지지층은 본선 경쟁력이 강한 후보를 뽑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이 열망이 살아 있는 한 민주당이 룰에 집착해도 지지율 격차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지지율 싸움과 별개로 상징성 측면에서도 민주당은 안 원장보다 불리하다. ‘박근혜 대 안철수’와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 가운데 어떤 쪽이 시대흐름이나 양자간 차이를 더 극적으로 보여줄까. 아마도 전자일 것이다. 낡음 대 새로움, 기성 대 변화의 대결이란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는 노무현 프레임 때문에 그런 상징화 효과가 떨어진다.

    투표자 이끌 긍정적 요소 필요

    정치에서는 구도가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구도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후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새누리당과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를 쟁점을 통해 쉽고 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또 그렇게 구축한 구도를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열세에 놓인 민주당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단일화 게임에서 승자가 되긴 어렵다.

    이번 대선에서 반이명박(MB) 정서가 첫 번째 요소로 작용한다면 야권의 고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냥 MB를 심판하려고 투표장에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에는 불행한 일이지만, 이미 반MB 정서는 이번 대선의 핵심 요소가 아니다. 따라서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설 만한 긍정적 요소가 필요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아직 이 점에서 지지부진하다. 지금 시점에서 대선을 전망한다면 여권이 유리해 보이는 이유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민주당의 사정에 상관없이 이기는 구도를 창출할 수도 있다.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성공해 부족한 2%를 채운다면 야권 단일후보라도 박 후보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 후보의 광폭행보도 이런 측면에서 의미 있다. 그러나 핵심은 역시 박 후보의 정체성이다. 과거에 연연해 박정희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무리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서 화해하는 모양새를 연출해도 중도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대선을 100일 정도 남겨놓은 9월 초 현재 대선 본선 전망은 야권에 불리한 흐름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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