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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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특별기획 | 민의 왜곡 주범 ARS를 어찌할꼬

여론조사 공천? “어이없네”

기계가 묻고 태반이 무응답…단점 드러난 ARS 조사 방식은 배제해야

  •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quick00@daum.net

    입력2016-01-08 17: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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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국민경선이라 부르는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한다고 선언했다. 공천이 정당 내부 행사라는 점에서 공천후보 선택은 소속 당원들의 의사를 수렴해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일반 유권자의 의사를 묻겠다면 측정이 정확해야 할 것이다. 선호 정당이 없다는 유권자가 70%에 달하는 작금의 정치 환경을 감안할 때 공천을 위한 설문조사는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실감하지 못한 채 상향식 공천이라는 명분이 정당민주화와 정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는 정치권의 몰이해가 걱정된다.
    정당들이 구상하는 국민경선은 전화조사를 통해 당원과 일반 유권자의 의사를 각각 집계하고 이를 일정 비율로 혼합해 공천후보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선 절차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독특한 방식이다. 첫 번째로 당원과 일반 유권자의 의사를 혼합해 결정하는 방식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국민경선의 기본 골격은 미국 예비선거다. 미국 50개 주가 (연방법이 아닌) 주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예비선거를 치르지만 당원과 일반 유권자의 투표 결과를 비율에 맞춰 혼합해 사용하는 주는 없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방식

    두 번째로 전화조사를 통해 경선후보들의 지지율을 조사하고 그 결과만으로 공천후보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국가도 한국밖에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론조사에 대해 과잉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한계와 그 결과의 사용 범위에 관한 이해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전체 모집단에서 추출한 샘플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 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타당하지 못하다. 투표율이 낮아 대표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을 여론조사로 뽑는 방식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투표율이 극히 낮은 재·보궐선거에 대해서도 모두가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지, 대안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당선자를 뽑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같은 논리로 정당 공천 역시 선거의 일종인데 전화조사로 후보를 결정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ARS(Automatic Response System)라는 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한 조사 결과로 공천자를 결정한다면 이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다.
    현행 선거법상 ARS를 이용한 여론조사와 그 결과를 발표하는 일이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주요 조사기관 40여 개가 속한 ㈜한국조사협회가 2014년 7월 ARS 여론조사를 수행하지 않기로 결의한 것이 ARS 조사의 한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감대를 보여준다. ARS 방식을 사용하는 조사기관들은 이를 두고 조사업계 거대기업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 행위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는 맞는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 및 조사 관련 학자들 모임인 한국통계학회와 한국조사연구학회도 ARS 조사에 대해 한국조사협회와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
    ARS 조사는 어떤 문제가 있기에 조사기관들과 학자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낮은 응답률로 인한 대표성 결여다. 우리 일상의 흔한 경험을 떠올려보자. 구매한 상품의 애프터서비스(AS)를 받고 나면 가끔 고객만족도 평가를 요청받는 경우가 있다. 바쁜데 귀찮은 전화다. 그나마 조사원이 직접 공손한 목소리로 요청하면 마지못해 응한다. 그런데 녹음된 음성이 흘러나오면 가차 없이 끊어버린다. 조사원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 구조가 바로 조사 방식에 따른 응답률 차이를 가져온다.
    응답률이 낮다는 것은 모집단의 특성이 올바로 측정되지 못하고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응답률이 낮을 때는 다른 집단에 비해 응답률이 낮은 집단의 응답률이 더 많이 낮아지기 때문에 왜곡현상이 심해진다.
    이해를 돕고자 비유를 하면 경제가 나빠지면 평균적으로 모두의 소득이 낮아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 현상과 같다.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이 낮다는 것은 가뜩이나 대표성이 취약한 집단, 예를 들어 20대 응답률 저하가 가장 심하게 나타나게 돼 왜곡의 폭이 더 커지게 된다.



    낮은 응답률로 인한 대표성 결여

    실제로 리얼미터가 2015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한 조사의 표본을 보면 유선 ARS 응답률은 5.5%로 유선전화면접의 26.8%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ARS 조사에서는 1만2908통의 전화가 연결된 후 거의 대부분이 거절하거나 중도에 응답을 포기해 754통만이 조사를 완료했다. ARS에 응답한 사람과 거절한 사람의 수를 비교해보면 응답한 사람이 오히려 특이한 경우다. 한마디로 응답자들이 전체 모집단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전화면접의 경우 전수조사에 기초한 정부 자료를 바탕으로 성별, 연령, 거주지 등에 따라 응답자 수를 할당하고 거기에 맞게 조사한다. 그러나 ARS 조사에서는 그러한 통제가 없다. 그 결과 리얼미터의 표본집단 연령 분포를 보면 전체표본 2135명 가운데 50대 이상이 1406명으로 65.9%에 이른다. 그리고 20대는 겨우 2.7%이다. 정부 통계에서 50대 이상은 42.7%이고 20대는 17.8%로 집계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리얼미터 분석에서는 가중치를 부여했지만 가중치는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차악(次惡)일 뿐 결코 표본의 왜곡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RS 조사의 장점으로 직접 조사원에게 응답할 때보다 더 솔직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꼽는다. 사회규범이나 도덕에 어긋나는 답변을 기대하는 경우라면 그러한 주장이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선호 후보를 택하는 공천후보 조사에서는 그런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 설문에서 언급한 후보 가운데 1명을 고르는데 면접원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ARS 조사의 또 다른 장점은 적은 비용이다. 대략 전화면접조사 비용의 3분의 1 이하로 조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비용 절약이 공천후보 선출의 중요성에 우선할 수 없다. 좋은 후보를 공천하고 궁극적으로 자질 높은 공직자가 선출돼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조사비용 절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가치다.
    여론조사는 추출된 표본의 정보에 기초해 모집단의 의견을 추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오류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조사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결과가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많은 고려사항 가운데 하나일 뿐 유일한 정보가 아님을 강조한다. 공천에서 여론조사가 결정적이라면 다른 조사에 비해 단점이 명백한 ARS 조사 방식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 ARS 조사 자체가 엉터리라는 뜻이 아니라, 오류 가능성이 전화설문조사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경제적 비용의 잣대가 민주주의의 대표성보다 중시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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