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약금액의 3배에 달하는 ‘위약벌(違約罰)’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약벌은 계약 당사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상대방에게 손해배상과 별도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적인 벌금의 일종이다. 계약 당사자가 채무 이행을 강제하고자 정한 위약금이라는 측면에선 비슷해 보이지만, 민법 제398조 2항에 따라 감액될 수 있는 ‘손해배상예정’과 달리 위약벌은 감액이 인정되지 않는 게 기존 판례였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A씨 등 3명이 전 동업자 B씨 등 2명을 상대로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대금지급의무를 지키지 않았으니 위약벌로 정한 금액을 물어내라”며 낸 위약벌 청구소송(2014다14511)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2015년 12월 10일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A씨 등은 B씨 등과 함께 2005년 10월 회사를 설립한 뒤 발행 주식 총수인 6만 주를 서로 나눠 가졌다. 하지만 회사 경영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반복되자 이듬해 A씨 등 3명이 가진 주식을 B씨 등 2명에게 몰아주고 58억 원을 받은 뒤 동업관계를 청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반할 때는 손해배상과 별도로 위약벌 146억 원을 물기로 했다. 하지만 B씨 등이 약속한 주식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A씨 등이 위약벌 146억 원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1, 2심은 “신속하고 확실하게 동업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고, 서로 불신이 심해 합의 이행을 담보할 수단이 필요했던 점에 비춰보면 위약벌이 과도하게 무겁지 않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민법 제398조 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위약벌 약정은 채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정해지는 것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 조항을 유추 적용해 감액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약정된 위약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公序良俗)에 반해 무효가 된다”고 밝히고 “이 사건의 위약벌이 146억 원으로 A씨 측이 B씨 측으로부터 이행받기로 한 당초 58억 원의 3배 가까이 되는 점, A씨 측은 이 사건의 위약벌과 별도로 B씨 측의 채무 불이행으로 입은 손해의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약벌 약정은 과도하게 무거워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판단하고, 위약벌 146억 원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2013년 5월 ㈜한원월드비전이 ㈜김종학 프로덕션 등을 상대로 낸 위약벌 소송 상고심(2013다7608)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25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한원월드비전이 김종학 프로덕션과 맺은 위약벌 약정이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해 얻어지는 원고의 이익에 비해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겁다고 단정할 수 없고, 보유 주식 처분금지 조항이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실 위약금 소송은 부동산매매계약, 연예인의 방송출연계약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9월 KDB산업은행 측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금호산업 매각을 연내 매듭짓도록 하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매각가의 5%를 위약벌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위약벌은 손해배상 예정의 위약금과는 별도로 약정해 계약 이행을 강제하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계약 이행을 위해 약정하는 위약금은 제재적 기능과 손해배상적 기능을 동시에 갖춘 경우가 많다. 이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로 엄밀하게 구별해 이분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당사자들의 의사나 거래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계약 내용과 이행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위약금을 약정하고자 할 때 위약벌만큼 강력한 수단은 없다. 하지만 너무 과해 공서양속에 반할 정도면 무효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