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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팬들의 ‘성지’ 될 수 있을까

루피와 도라에몽 인형 사고, 빨강머리 앤 전시 보고

애니메이션 팬들의 ‘성지’ 될 수 있을까

서울 용산 ‘팝콘D스퀘어’ 가보니 |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팝콘D스퀘어.’ 이름을 들으니 갑자기 팝콘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테마파크 6층에 복합문화공간 ‘팝콘D스퀘어(PopconDSquare)’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왜 ‘팝콘’이지?’였다. 알고 보니 ‘팝콘D’는 POPular culture에 CONtent, 그리고 DAEWON MEDIA(대원미디어)를 더해 만든 말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놀랍고 즐거운 체험의 가치를 공유하겠다’는 대원미디어의 계획을 담은 공간이다. 2월 10일 문을 연 팝콘D스퀘어의 운영시간은 아이파크몰과 동일하다. 오전 10시 30분 문을 열고 월~목요일에는 오후 8시 30분, 주말(금~일요일)에는 오후 9시 닫는다. 

이런 공간을 만든 대원미디어가 어떤 곳인가. 누리꾼들이 꾸려가는 위키백과인 ‘나무위키’를 보면 ‘한국 오덕후와 듀얼리스트들의 돈을 가장 많이 흡수하고 있는 회사’라고 설명돼 있다. 1977년 문을 연 대원미디어(옛 대원동화)는 국내 최초 애니메이션 제작 및 배급 기업이다. 자회사로는 대원씨아이와 학산문화사가 있다. 87년 국내 최초 TV 애니메이션 ‘떠돌이 까치’를 시작으로 ‘달려라 하니’ ‘영심이’ 등 30여 개의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원피스’ ‘유희왕’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콘텐츠를 국내에서 독점 배급하고 있다. ‘덕후’용 콘텐츠에는 일가견이 있는 회사다. 

대원미디어는 같은 건물 다른 층에 국내 최초 ‘닌텐도 전문 상설매장’과 애니·만화·게임 전문점 ‘애니메이트’, 지브리 전문매장 ‘도토리숲’을 운영하고 있다. 팝콘D스퀘어를 통해 기존 매장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캐릭터와 엔터테인먼트의 종합문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


추억의 캐릭터 빨강머리 앤과 파트라슈

2월 10일 문을 연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테마파크 6층 ‘팝콘D스퀘어’. 대원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명작극장전’을 관람하는 사람들. [홍중식 기자]

2월 10일 문을 연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테마파크 6층 ‘팝콘D스퀘어’. 대원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명작극장전’을 관람하는 사람들. [홍중식 기자]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팝콘D스퀘어는 대원미디어의 뉴 브랜드이자 향후 대원미디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40여 년의 사업 노하우를 쏟아부어 만든 이정표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2월 27일 오후 팝콘D스퀘어를 찾았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한 장면 같은 숲길을 지나니 빛나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평일이지만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가득했다. 팝콘D스퀘어는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참고로 같은 층에 있는 체험형 어린이 테마파크는 팝콘D스퀘어와는 다른 공간이다). 전시를 위한 ‘대원 뮤지엄’과 캐릭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애니랜드’, 브런치 메뉴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 ‘팝버블’ 등이다. 사진기자와 이 순서대로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팝버블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나마 상대적으로 한산한 전시장부터 보기로 한 것이다.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만나볼 수 있는 대원 뮤지엄의 개관 전시 ‘세계명작극장전’. [홍중식 기자]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만나볼 수 있는 대원 뮤지엄의 개관 전시 ‘세계명작극장전’. [홍중식 기자]

첫 번째 존에서는 세계명작극장의 원작이 된 동화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일본 거장 감독들이 소개됐다. 두 번째 존에서는 애니메이션 스케치와 레이아웃, 원화, 채색화, 배경화 등 오리지널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세 번째 존에서는 ‘빨강머리 앤’과 ‘플란다스의 개’ 명장면을 실제 크기의 피겨로 재현해놓았다. 네 번째 존에서는 ‘플란다스의 개’ ‘톰 소여의 모험’ ‘엄마 찾아 삼만리’를 더빙 버전으로 상영하고 있었다. 전시장에서는 이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방영될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을 법한 나이 때의 어린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작품에 한껏 몰입한 상태였다. 마지막 존은 브라운관 포토존과 아트숍이었다. ‘빨강머리 앤’에서 앤과 다이애나가 함께 숲길을 지나는 모습을 아름다운 유화로 표현한 엽서가 눈에 들어왔다.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아 한참 구경했다. 

개관 전시는 5월 20일까지 열린다. 관람 요금은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만 24개월~12세) 6000원. 워낙 오래된 작품들이라 아이보다 부모 세대가 더 열광할 것 같았는데, 막상 둘러보니 정감 가는 그림체와 흡인력 있는 줄거리 때문인지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의외였다.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주제에 국한하지 않고 공간과 어울리는 다양한 전시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라에몽 인형 사고 빨강머리 앤 커피 홀짝

도라에몽과 원피스, 짱구 등 애니메이션 팬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애니랜드’. [홍중식 기자]

도라에몽과 원피스, 짱구 등 애니메이션 팬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애니랜드’. [홍중식 기자]

전시를 둘러보고 상품숍인 ‘애니랜드’로 향했다. 애니랜드는 ‘도라에몽’ ‘짱구는 못 말려’ ‘원피스’ ‘오소마츠상’ 등 인기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그전까지는 스타필드 고양점에만 있었다. 손가락만 한 피겨부터 초등학생 키만 한 봉제인형까지 다양한 제품이 마련돼 있었다. 이외에도 가습기, 키보드, 마우스패드, USB 저장장치, 열쇠고리, 충전 케이블, 스티커, 에코백, 간식거리 등을 판매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가방에 달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도라에몽 인형을 하나 샀다. 원하는 ‘굿즈’를 모으고 싶다면 한 번 정도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반대였다. 한참을 둘러본 후에야 ‘팝버블’에 자리가 나서 냉큼 앉았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브런치 메뉴 외에도 빨강머리 앤 세트와 맥주 등을 팔았다. 키즈카페에 가면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를 위해 맥주를 판다더니 이곳도 딱 그런 분위기였다. 아이는 달콤한 에이드를 마시고 어른은 맥주를 한잔하며 넓은 공간에서 여유를 누리면 되겠구나 싶었다. 1만4500원짜리 빨강머리 앤 세트를 사고 음료와 케이크, 빨강머리 앤이 그려진 텀블러와 포스터를 받았다. 저녁을 먹지 못한 터라 브런치 메뉴인 ‘크리스피 갈릭 파스트라미’(5500원)도 주문했다. 우유 아이스크림콘인 ‘실크 랑그드샤 콘’(3500원)도 먹고 싶었지만 참았다.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홍대 앞에서 ‘원피스 카페’를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반영했다. 전통적인 카페 브랜드가 아니라서 쉽게 준비할 수 있으면서도 맛과 질도 보장되는 메뉴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였다. 브런치 메뉴가 아주 매콤하니 맛있었다. 사진기자와 눈치를 보다 하나 더 시킬 뻔했다. 취재차량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맥주까지 주문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보통 이런 복합문화공간 안에 있는 카페는 구색을 맞추는 수준이 대부분인데 음식 맛이 좋아 만족스러웠다. 다만 ‘팝버블만의 특별함’이 없는 건 아쉬웠다.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도라에몽 카페’에서 ‘도라에몽’이나 ‘진구’를 그려주는 ‘아트라테’를 마신 적이 있는데, 이렇게 기억에 남을 만한 메뉴는 없었다. 대원미디어 관계자에게 이런 메뉴를 추가할 계획은 없는지 묻자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반영한 메뉴를 고민 중이다. 다만 국내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도라에몽 라테’나 ‘원피스 라테’를 맛볼 수 있다면 애니메이션 팬들의 호응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발견할 일이 잔뜩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니까요. 뭐든 미리 다 알고 있다면 시시하지 않겠어요?”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대원미디어는 이곳을 재방문하는 관람객을 위해 ‘시시하지 않은 것들’을 올해 안에 공개할 계획이다. 라이브 극장인 ‘대원 콘텐츠 라이브’와 특별한 이벤트 공간을 오픈하는 것이다. 3월에는 팝콘D스퀘어나 애니랜드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손거울 또는 달력을 증정하고, 대원뮤지엄에서는 전시를 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는 사람 중 선착순 200명에게 에코백과 전시 포스터를 증정한다. SNS에 글을 올리고 인증하면 팝버블에서 음료 10%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다. 주말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토·일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되는 감미로운 버스킹 공연도 놓칠 수 없다.


라이브 극장과 이벤트 공간도 오픈 예정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다양한 음료와 브런치 메뉴를 즐길 수 있는 ‘팝버블’의 주요 메뉴. [홍중식 기자]

다양한 음료와 브런치 메뉴를 즐길 수 있는 ‘팝버블’의 주요 메뉴. [홍중식 기자]

나중에 팝콘D스퀘어는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원소스 멀티유스(One-Source Multi-Use)에서 이제는 멀티소스 멀티유스로 나아가는 단계다. 이곳을 애니메이션 팬들을 위한 구심점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덜 붐비는 지금 찾아야 그나마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방문객이라면 지갑을 주의할 것. 소매치기보다 무섭다는 ‘지름신’이 언제 어디에서 급습할지 모른다. 예쁜 딸을 둔 사진기자에게 이날 둘러본 팝콘D스퀘어를 평가해달라고 하자 “아이랑 올 때는 여러모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빠의 사랑과 걱정이 동시에 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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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애니메이션 #급작스런지름신주의 #카페메뉴도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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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18.03.14 1129호 (p76~80)

  •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 홍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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