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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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야, 패션이야

IT 기기 혁신적 성능만큼 디자인이 제품의 중요한 요소로

  • 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okmun@etnews.com

    입력2014-09-22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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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정보기술) 기기에서 디자인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더욱이 패션업계는 IT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바야흐로 패션과 IT가 만나는 시대다. 스마트 혁명을 이끌어온 애플의 행보만 봐도 그렇다. 9월 9일 애플이 발표한 스마트 시계 ‘애플워치’는 새로운 IT 기기라기보다 패션 아이템에 가까웠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IT업계에서 사용하는 ‘시리즈’라는 말 대신 패션업계에서 사용하는 ‘컬렉션’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애플은 이번 행사에 패션 전문잡지 기자를 대거 초청하기도 했다. 다양한 색상과 시곗줄 등 여러 컬렉션으로 제품을 선보인 점도 애플로선 처음 있는 일이다. 다양한 색상과 시곗줄의 조합을 고려하면 34개 스마트워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세로 길이 기준 38mm와 42mm 두 가지 크기에 색상은 6가지이고, 사용자 취향에 따라 시곗줄을 바꿀 수 있다.

    단순한 액세서리로서만이 아닌, 스마트 워치로서 새로운 기능도 선보였다. 애플워치는 건강관리 기능을 탑재해 개인의 움직임을 세세히 분석, 건강관리가 가능하게 했다. 이번에 첫선을 보인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전자결제 시스템은 기기를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도 결제가 이뤄지는 기능이다. 애플은 NFC 전자결제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신용카드업체뿐 아니라 차량 공유형 콜택시 서비스 ‘우버’, 음식점 예약 서비스 ‘오픈테이블’, 소셜커머스 서비스 ‘그루폰’과 연계해 이들 서비스를 자사 전자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시장 반응 엇갈린 애플워치

    하지만 애플은 발표 내내 애플워치가 ‘시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마트폰과의 연결에 주안점을 두거나 스마트폰의 축소판이던 기존 스마트워치에는 일침을 가했다. 시계임을 강조한 만큼 시계가 가진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과 함께 액세서리로서의 구실도 충실히 할 수 있게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애플 디자인 총괄 수석부사장 조너선 아이브는 “우리는 몸에 착용하고자 디자인한 기기에 특화된 여러 기술과 완전히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적용했다”고 말했다.



    물론 애플의 첫 번째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영상이 공개되는 순간 참석자들은 큰 함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낼 만큼 현장 반응은 뜨거웠지만, 기대 이하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기존 스마트워치보다 좀 더 패셔너블한 정도의 스마트워치로는 1년여를 기다려온 소비자를 만족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애플이 내놓는 스마트워치는 디자인이 좀 더 다르리라는 기대가 컸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은 한동안 디자인을 강화하는 행보를 걸어왔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생 로랑의 전 최고경영자(CEO) 풀 드네브를 영입한 데 이어 10월엔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전 CEO 앤절라 아렌츠를 영입했다. 최근에는 산업디자인업계 유명 디자이너인 마크 뉴슨을 수석부사장급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을 지켜본 이들이 애플이 만드는 시계는 기능은 물론, 디자인에서도 좀 더 다르리라는 예상을 내놓았던 것이다.

    디자인에 공을 들이면서 패션과 IT의 접목을 시도하는 기업은 애플만이 아니다. 웨어러블 기기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패션’을 빼놓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구글은 6월 미국 패션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VF)와 함께 디자인한 ‘구글글래스’를 선보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구글이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을 가진 이상 앞으로도 패션업계와 계속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 기기야, 패션이야

    LG전자의 ‘G워치R’는 원형의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워치다(왼쪽).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 ‘삼성 기어S’.

    삼성전자도 ‘기어 시리즈’의 성공을 위해 패션업계와 손잡았다. 삼성전자는 9월 초 미국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에서 진행된 뉴욕 패션위크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다. 또한 몽블랑, 스와로브스키에 이어 프리미엄 진 브랜드 디젤과의 협업도 발표했다. 알렉산더 왕, 모스키노, 니콜라스 커크우드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협업에 나선 삼성전자는 최근 ‘테크×패션 토크’ 포럼을 개최하고 카린 로이펠드, 스테판 강, 안드레아 로소 등 패션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패널과 주요 매체들을 초대해 웨어러블 기기와 패션의 컬래버레이션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날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패션 브랜드와의 협력 기회를 적극 모색할 것”이라며 “웨어러블 기기를 중심으로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과 IT업계, 협업과 경쟁

    이동통신업계도 패션업계와의 협업에 주목했다. LG유플러스는 6월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캐주얼 제조·유통 일괄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SPAO)와 ‘U+보드’를 선보였다. 고객이 옷을 입은 모습을 360도로 돌려볼 수 있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거나 출력할 수 있는 서비스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현재 30억~50억 달러 규모에서 향후 5년 내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패션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뜨면 기존 시계 산업 규모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패션업계에서도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라본다.

    대표적인 예가 시계다. 시계시장의 절대 강자인 스위스 업계까지 스마트워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그룹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의 고급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TAG Heuer)는 내년 초 독자적으로 개발한 스마트워치를 내놓는다. 장클로드 비버 LVMH그룹 시계사업부문 회장은 9월 14일(현지시간) 스위스 매체 ‘NZZ 암 존탁’ 일요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태그호이어 브랜드로 내년 봄쯤 스마트워치를 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신제품이 분명 애플 복사판은 아닐 것”이라며 “다른 회사의 행보를 뒤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서도 덧붙였다. 비버 회장의 이 발언은 애플워치 발표 후 나온 것이라 업계에서는 스마트워치 시장의 성장에 패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라고 분석했다.

    태그호이어뿐 아니라 스위스 최대 시계 제조업체 스와치그룹도 스마트 기능을 장착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닉 하이에크 회장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 기능을 장착한 시계를 내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출시할 디지털 시계에는 헬스케어 기능 등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만큼 모두 이 시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며 “패션과 IT업계가 협력뿐 아니라 경쟁까지 하는 관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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