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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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미래 경쟁력 강화냐 ‘3세 승계’ 실탄 확보냐

삼성SDS 연내 상장 추진…장외 시장에서 주가 40% 급등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gmail.com

    입력2014-05-19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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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미래 경쟁력 강화냐 ‘3세 승계’ 실탄 확보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SDS 멀티캠퍼스 건물(왼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SDS가 5월 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구체적인 상장 일정과 계획은 차후에 밝히기로 했다. 이르면 5월 중 상장을 위한 대표 주간사를 선정할 예정이며 이후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공모방식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간사가 선정되면 기업의 부실 여부를 조사하는 실사 조사를 최소 3개월 정도 받게 된다. 이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가를 조사한다.

    삼성SDS 상장설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시장에서 꾸준히 이야기가 흘러나왔으나, 삼성 측은 이를 계속 부인해왔다. 2011년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SDS 우회 상장설이 흘러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삼성SDS는 “삼성SDS의 우회 상장설은 증권업계 소문일 뿐”이라며 “연초에 밝힌 바와 같이 상장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2012년 상장설이 불거졌을 때도 삼성그룹은 이를 부인하며 “4~5년 내 상장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S에서 상장 계획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삼성SDS 측이 밝힌 상장 이유는 해외 사업 확대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업을 전개하는 이유는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SDS는 지난해 경제민주화 논란 속에 삼성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금융 시스템통합(SI) 시장과 공공 분야에서 철수했다.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힌 것이다. 삼성SDS는 2013년 6월에도 국내 공공 및 금융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 철수, 해외 사업 강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SDS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글로벌 물류 IT,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보안,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솔루션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 계획을 밝혔다. 이 분야는 이미 아마존과 구글, 알리바바 등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물론이고 IBM, 오라클, 액센츄어 등 ICT 솔루션 대기업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IT 솔루션·서비스 시장은 규모가 1조9000억 달러(약 1938조 원)로 치열한 경쟁만큼이나 성장성도 높은 분야다.



    물론 최근 수년간 북미와 중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는 IT 기업의 기업공개(IPO) 움직임도 삼성SDS의 상장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은 2012년 5월 나스닥 상장으로 160억 달러(약 16조3200억 원)를 조달해 와츠앱, 무브스 등을 인수했다. 2013년에는 트위터가 뉴욕증권거래소를 통해 상장했으며, 올해에는 웨이보와 알리바바 등 중국발(發) IT 공룡기업의 상장이 성공했거나 차후 예정돼 있다.

    5월 12일 현재 삼성SDS 주식은 장외 시장에서 20만3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장 추진 발표 전인 7일 장외 거래가격이 14만9500원이던 것에 비하면 40%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투자자 사이에 향후에도 주가가 강세를 보이리라는 기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삼성SDS의 전신은 1985년 5월 설립한 삼성데이타시스템주식회사다. 현재 사명으로 바뀐 것은 97년 4월이다. 초기에는 전산운영 업체였으나 2010년 1월 삼성네트웍스, 2013년 12월 삼성SNS를 합병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2013년 말 기준 삼성SDS는 매출 7조 원, 순이익 3240억 원을 내는 우량기업이다. 상장 추진 계획 발표로 주가가 급등한 것을 감안, 직전의 장외 가격(14만7000원)으로 따져봤을 때 시가총액은 10조8023억 원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 18위인 LG전자(10조9644억 원)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삼성SDS의 세 가지 매력

    삼성그룹 미래 경쟁력 강화냐 ‘3세 승계’ 실탄 확보냐

    5월 1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로비에서 방송되는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SDS를 SK C·C와 곧잘 비교한다. 매출액 기준 규모는 삼성SDS가 3배 정도 앞서지만, 두 기업 모두 SI 업체로 업계에서는 양대 축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삼성SDS 상장과 관련해 증권가에서 공모가를 추정할 때도 SK C·C와 비교해 산정하는 상대가치평가(Relative Valuation)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상대가치평가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유사 기업의 거래 관련 배수를 이용해 대상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SI 업체의 경우 주로 주가순이익비율(PER·주가÷주당 순이익)로 계산한다. PER로 계산했을 때 SK C·C의 최근 PER 수치인 35배를 적용하면 삼성SDS 공모가는 14만8000원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할인율 10~15%를 적용하면 공모가는 12만5800~13만3200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시장 예측대로 공모가가 정해질 확률은 낮다. 삼성SDS 상장과 관련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것 외에는 결정된 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상장 방식, 구주매출(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 가운데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 신주 발행 또는 구주와 신주 병행 등도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또 거래세, 양도차익세, 상장 프리미엄도 고려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장외 시장에서의 삼성SDS 주가 급등과 관련해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2010년 5월 상장한 삼성생명은 상장 발표 전까지만 해도 장외에서 주가가 4만~7만 원대에서 거래되다 발표 이후 15만 원 근처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실제 공모가가 11만 원으로 정해지면서 장외에서 샀던 투자자는 손해를 봤다. 공모로 투자했다 해도 상장 이후 형성되는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삼성SDS의 상장에 기대감를 놓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다음 3가지 정도로 분석된다.

    첫째는 이익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삼성SDS의 재무제표를 열어보면 꾸준한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삼성SDS의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은 모두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삼성그룹의 후광 효과이기도 하다. 삼성SDS는 전자와 석유화학, 건설,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삼성그룹 내 유일한 SI 업체로, 안정적인 일감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IT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하기도 한다. 지난해 상반기 쿠웨이트 유전시설 감시 사업과 관련한 일회성 비용 등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감소하긴 했으나, 이미 전년에 순이익 4000억 원대를 달성했고, 향후 50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견실한 재무구조도 삼성SDS의 매력이다. 삼성SDS는 사실상 무차입 경영 상태다. 삼성SDS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7168억 원)이 단기 차입금과 장기 차입금의 합(436억 원)보다 16배 이상 많다. 부채비율은 36.5% 수준으로 경쟁사인 SK C·C(119%), LG CNS(170%)보다 훨씬 낮다.

    삼성그룹 미래 경쟁력 강화냐 ‘3세 승계’ 실탄 확보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 사장.

    마지막 이유는 그룹 오너가 지분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되는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이 45% 이상 지분을 보유하던 삼성SNS를 지난해 9월 삼성SDS와 합병하면서 삼성SDS의 지분 11.25%(870만4312주)를 확보한 상태다.

    오너가 지분을 들고 있는 기업의 장점은 SK C·C를 보면 알 수 있다. SK C·C의 최대주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SK C·C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2009년 11월 상장한 SK C·C의 주가는 상장 두 달 만에 공모가 3만 원의 2배로 뛰었다. 2년 후인 2011년 10월엔 5배가 넘는 16만 원 근처까지 급상승했다. 최근 6개월 평균 주가는 13만8000원 정도다.

    SK C·C의 주가 상승에는 견고한 실적도 한몫했지만, 주가 부양책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 SK C·C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이를 떠받쳤다. 상장 후 세 번에 걸친 자사주 매입으로 발행 주식의 12%를 자기 주식으로 보유하게 된 것. 여기에 SK C·C가 쏟아부은 돈은 약 6250억 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SDS의 여력을 볼 때 향후 자사주 매입보다 실적 향상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11.3% 보유

    삼성SDS 자체와는 별개로 시장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삼성그룹의 후계구도다. 삼성SDS의 연내 상장 결정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삼성그룹의 후계구도 밑그림이 한층 명확해진 것 아니냐는 의미다. 삼성SDS의 상장 여부는 그동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열쇠로 여겨져 왔다.

    그동안 대기업 IT 서비스 업체들이 장외 시장에 남아 있었던 이유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구실을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업체들은 그룹 내 수요만으로도 성장에 필요한 매출을 올릴 수 있었고, 비상장사로서 공시 의무,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등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SDS는 연내 상장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목적을 내세웠지만, 증권가에서는 경영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그룹 경영권을 이양하는 과정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조달책으로 삼성SDS의 상장이 꾸준히 언급돼왔는데, 비상장기업인 삼성SDS가 IPO를 통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면, 주식 가치 급등과 함께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삼성전자 3.38%(6.7조 원), 삼성생명 20.76%(3.9조 원), 삼성물산 1.37%(1.4조 원)의 가치는 약 11.9조 원이다. 이를 그룹 3세에 상속할 경우 상속세만 약 6조 원이 필요하다. 이 중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는 삼성생명을 제외한다면 현금 약 4조 원이 필요하다.

    현재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삼성SDS의 주식을 주당 20만 원으로 봤을 때, 이를 적용한 시가총액은 약 16조 원이다. 이 가격 수준에서 상장이 이뤄질 경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3세 전체의 보유 지분 가치는 세전 약 3조 원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런 지분 가치를 향후 주식 맞교환이나 구주매출, 담보 설정 등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 데 필요한 세금이나 그룹 내 지분 확보가 필요한 핵심 계열사 주식 매입에 동원할 것으로 본다. 삼성SDS의 지분 11.3%를 가진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최소 1조2000억 원대, 각각 3.9%를 가진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최소 5000억 원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22.6%), 삼성물산(17.1%), 삼성전기(7.9%)가 삼성SDS의 지분을 많이 들고 있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 주식을 처분해도 괜찮을 것이라 분석한다. 그룹 3세가 자기 지분을 특별히 갖고 있지 않아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삼성SDS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주축 순환출자 고리와 무관한 비핵심 계열사이기도 하다.

    이와는 반대로, 추정되는 상속세에 비해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상장으로 확보할 자금이 훨씬 적다는 점에서 삼성SDS의 주식을 처분해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는 견해도 있다. 또 이 부회장은 삼성SDS의 3대 주주이기 때문에 상장 이후 6개월간 보호예수에 해당돼 즉각 현금화할 수도 없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2개다. 하나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큰 고리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로 이어지는 작은 고리다.

    삼성그룹 순환출자를 둘러싼 핵심은 향후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느냐 여부다. 삼성그룹 처지에서 봤을 때, 삼성생명(7.21%)과 삼성물산(4.06%)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면서 삼성전자 지배만 유지하면 된다. 큰 고리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이 순환출자 시작점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지분율 25.1%)이기 때문이다.

    삼성 측 “지배구조 단순화”

    작은 고리에서는 삼성SDI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7.18%)을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방법으로 취득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지가 포인트다. 현 시가총액에 삼성SDI의 지분율을 곱해 단순히 계산해보면 7600억 원 정도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여기에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작은 고리 시작점에 이 부회장이 대신 들어가면서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순환출자 구조의 밖에 있는 삼성SDS가 최대한 공모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문제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어떻게 승계할 것이냐는 것이다. 방법은 상속세 4조 원을 내거나 지분 절반을 현물로 출자하는 것이다. 또 이 지분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고 문화재단 등에 넘기는 방식도 등장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시장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후 펼쳐질 시나리오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상속이 이뤄질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단일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금융지주회사가 된다.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소유를 금지한 현행법에 따라 그룹 구조개편의 필요성도 대두하게 된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은 보유한 자사주를 바탕으로 인적 분할을 한 후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하고 삼성생명은 중간 지주회사로 전환해 지배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한편에서는 삼성그룹이 현 상황을 유지해도 지배구조 유지에 무리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변화를 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양수(2013년 9월), 삼성생명의 계열사 보유 삼성카드 지분매입(2013년 12월), 삼성SDI의 제일모직 흡수합병(2014년 3월) 등에 더해 삼성SDS 상장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승계 구도 강화와 관련한 분석이 쏟아진다.

    그러나 삼성그룹 측에서는 경영권 승계보다 기업 경쟁력 강화와 지배구조 단순화가 최근 사업 재편과 상장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여러 추측과 분석을 하지만, 사업 개편으로 시너지 효과와 미래 경쟁력을 높이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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