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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4인…육사 전성시대

안보라인 파워맨 4인방, 박근혜 정부 권력 구도에 영향

특‘별’한 4인…육사 전성시대

특‘별’한 4인…육사 전성시대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후 박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본관에 들어서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왼쪽)와 박흥렬 경호실장(오른쪽). 가운데는 허태열 비서실장.

2004년 11월 국방부검찰단(군검찰)이 육군본부(육본)를 압수수색하는 초유 사건이 발생했다. 진급비리 의혹과 관련해 실무부서인 육본 인사참모부를 강제 수사한 것이다. 육본의 거센 저항 속에 군검찰은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그중엔 육군 사조직 관련 문서도 있었다. 하나회, 알자회, 만나회, 나눔회 등 이른바 4대 사조직이다. ‘사조직 관련자 진출 관리’라는 제목이 붙은 문서에는 사조직 결성 경위와 활동 내용, 명단 등이 적혀 있다. 하나회와 알자회가 공인된 사조직으로 언급된 반면, 만나회와 나눔회는 유령조직으로 표기됐다.

육군 사조직 NN회

문서에 따르면, 만나회는 6공 때 L 전 참모총장과 K 전 2군사령관이 주도해 결성한 조직으로, 육군사관학교(육사) 20~29기로 구성됐다. 만나회는 김영삼(YS) 정부 시절 하나회가 숙청된 이후 군 요직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는 나눔회에 대해선 “만나회의 하부조직으로 육사 30기 이후로 구성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만나회 및 김현철(YS 차남)과 연계해 요직을 독식”했다는 것이 문서 작성자 분석이다.

회원 수는 하나회가 250명, 알자회가 120명이다. 이 문서에는 만나회와 나눔회 명단이 없다. 두 조직의 명단은 군검찰이 압수한 또 다른 문서인 ‘참고자료’에 등장한다. 여기엔 만나회 명단과 함께 나눔회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NN회 명단이 있다. 만나회 회원은 45명, NN회 회원은 159명이다. NN회 명단에는 만나회 회원 다수가 포함돼 있다. 문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육사 전성시대를 연 남재준(육사 25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장수(27기)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김병관(28기) 국방부 장관 후보자, 박흥렬(28기) 대통령 경호실장은 모두 NN회 회원이었다.



유령조직이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두 조직의 실재 여부는 알 수 없다. 당시 군검찰은 명단을 근거로 두 조직의 실체를 확인하려다 실패했다. 군 내부에서는 NN회를 조직이라기보다 인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나회 회원들이 반격용으로 만든 명단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어쨌거나 NN회 명단에 든 장교들은 김영삼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군 고위직 및 요직을 차지했다. 한마디로 파워맨들이었다.

육사 전성시대는 말 그대로 육사 출신이 권력을 잡았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 안보라인을 장악한 군 출신 4명이 노무현 정부 때 표출된 특정 사조직 명단에 포함된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이들은 모두 육군 대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때 육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령부(연합사) 부사령관 등 군 최고위직을 번갈아 맡았다. ‘참여정부 군맥의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병관 장관 후보자를 뺀 세 사람은 노무현 정부에서 육군 참모총장직을 물려주고 물려받았던 특별한 관계다.

네 사람의 역학관계는 안보를 중시하는 박근혜 정부의 권력구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견제와 균형 차원의 인사”라는 평가 속에 “서로 간 권력투쟁이 벌써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2007년 대통령선거(대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던 한 예비역 장성은 네 사람의 중용에 대해 “신뢰와 신의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육군 편중 인사는 육사 출신인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영향도 있지만, 해·공군에 대한 섭섭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때 해·공군 주요 인사들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도왔다. 겉으로는 안보 분야가 취약한 두 대선 캠프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들인 모양새였지만, 육군 일색인 박근혜 캠프에서 별 구실을 하지 못하리라는 해·공군 출신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다.

박근혜 캠프 내에서도 육군 출신과 해·공군 출신은 묘하게 갈라졌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당내 경선 때부터 그랬다.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군 출신은 특보단과 자문단으로 나누어 활동했다. 육군 출신은 주로 특보단에서, 해·공군 출신은 자문단에서 활약했다. 이들은 겉으로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견제했다. 육군의 뿌리 깊은 주류 의식과 해·공군의 피해의식이 빚은 어쩔 수 없는 갈등이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대립은 2012년 대선 때도 되풀이됐다.

육사 전성시대에 대한 세간 인식은 곱지 않다. 해군 예비역 장성은 “박근혜 정부에서 해·공군은 고생 좀 할 것 같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육·해·공군 합동성보다 육군 주도의 통합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들어 육군 독주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한 군사평론가는 “국방부와 합참을 장악한 육군이 정부까지 장악했다”며 “대북강경론자인 육군 대장 출신들의 집단사고가 남북관계를 극한대립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 성향 강하지만 속살은 달라

특‘별’한 4인…육사 전성시대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

안보라인 요직은 군 인사와 국방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군 수장인 국방부 장관이야 말할 것도 없고, 관례상 국정원장과 대통령 경호실장 입김도 셀 것으로 보인다. 안보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의 영향력은 두 사람보다 크면 크지 작지는 않을 것이다.

군 출신이 으레 그렇듯 네 사람은 모두 보수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패가 갈린다. 남재준 후보자와 김병관 후보자의 성향이 비슷하고, 김장수 내정자는 박흥렬 경호실장과 가깝다.

남 후보자가 원칙적 보수, 혹은 강경 보수라면 김장수 내정자는 합리적 보수다. 예컨대 남 후보자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 부정적이다. ‘보수 군심(軍心)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육군 참모총장을 지냈지만, 전역 후 공개적으로 노 정부의 안보정책을 비판했다.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에 반대했고, 지금도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

반면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방부 장관으로 전작권 전환 협정에 서명한 김장수 내정자는 생각이 다르다. 한미동맹 못지않게 한국군의 자주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두고 벌써 보수 진영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 3차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자 강경 보수주의자들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거나 무효로 하고 연합사 해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월 하순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에서는 김장수 내정자를 제명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 내정자가 전작권 전환을 예정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직후였다.

북한에 대한 시각도 차이가 난다. 남 후보자는 강경하다. 북한은 ‘타도 대상’이기 때문에 조금도 타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남북 국방부 장관 회담을 경험한 김장수 내정자는 유연한 편이다. 강경책과 대화를 병행해 실리를 추구하자는 전략이다.

김병관 후보자는 성품이나 기질 면에선 김장수 내정자와 비슷하지만 전작권과 한미동맹, 북한 문제에 관한 한 남 후보자와 가깝다. 김병관 후보자와 남 후보자는 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흥렬 경호실장과 김장수 내정자의 친분은 알려진 것 이상으로 깊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 내정자가 육군 참모총장을 할 때 박 경호실장은 참모차장이었다. 2006년 11월 김 총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영전하자 박 차장이 참모총장에 올랐다. 당시 유력한 참모총장 후보였던 김병관 1군사령관과 김관진 3군사령관(현 국방부 장관)을 제치고 박 차장이 총장에 임명되자 군 안팎에선 “김장수 작품”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야전군사령관이나 연합사 부사령관을 거치지 않은 비(非)작전 특기(인사 특기) 장교가 최고 지휘관이 된 것은 육군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두 사람과 친한 군 관계자는 “남재준을 국정원장에 임명한 것은 김장수-박흥렬 라인에 대한 견제로 보인다”며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1996년 두 사람은 1군사령부 작전처장과 관리처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당시 박흥렬과 가까웠던 내가 어느 날 김장수에게 인사하러 갔는데, ‘박흥렬 새끼’라는 이유만으로 크게 반기며 밥을 사주더라.”

네 사람은 현역 시절 대체로 평판이 좋았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3월 군 수뇌부 인사를 앞두고 대통령비서실 안보라인 관계자가 군내 여론을 수집해 작성한 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김병관 후보자 지지 분위기

특‘별’한 4인…육사 전성시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新정부 군 인사방향’이라는 이 보고서는 주요 장성 31명에 대한 평을 담았다. 육군 26명, 해군 3명, 공군 2명이다. 당시 7군단장 김장수 중장에 대해서는 “하급자로부터 존중받는다” “호남 출신 동기생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이 실렸다. 합참 전력기획부장이던 김병관 소장은 “동기생, 부하들로부터 신망도가 높다” “전력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하급자들과 토의식으로 업무를 추진한다”고 호평받았다. 합참 작전부장 박흥렬 소장도 “상하 신뢰가 두텁다” “합리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등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 보고서에는 당시 연합사 부사령관이던 남재준 후보자에 대한 평은 없다. 하지만 그가 참여정부 첫 육군 참모총장에 오른 걸 보면 청와대 평가가 나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남 후보자의 별명은 ‘생도 3학년’ ‘작은 이순신’이다. 공사 구분이 엄격하고 정의감이 투철한 반면, 지나치게 원리원칙을 따져 융통성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남 후보자와 여러 차례 근무했던 육군 고위 장교는 그의 성품에 대해 “원칙을 중시하고 금전문제에 결벽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육군 참모총장 재임 중 군검찰 진급비리 수사로 부하 장교들이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지휘관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한편 군 내부에서는 김병관 후보자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워낙 이런저런 의혹이 많이 제기돼 “힘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지만, 최근 “무조건 임명한다”는 박 대통령 의중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2013.03.11 878호 (p12~14)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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