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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북한의 꽃놀이패 ‘광명성 3호’

대내외에 태양절 깜짝쇼 임박…동북아 안보 흔들어 지원 얻으려는 속셈

북한의 꽃놀이패 ‘광명성 3호’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4월 15일은 어떻게 다가올까. 북한 인민군 대부대의 행진이 있고, 축포야회(불꽃놀이)가 열리며, 예고한 대로 북한이 강성대국에 진입했음을 선언하는 행사가 열릴까.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서는 3월 16일 예고한 대로 광명성 3호를 실은 은하 3호를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

북한의 태양절(김일성 생일) 준비가 만만찮아 보인다. 한국이 핵안보정상회의 준비에 노력해온 것 이상으로 치밀한 정치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올 2월 북한은 4월 중순에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이하 당 대표자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2010년 9월 북한은 44년 만에 3차 당 대표자회를 열어 김정은을 후계자로 확정했다. 그 전날 김정일은 김정은에게 대장 군사 칭호를 줬다. 그리고 이 행사를 통해 김정은을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조선노동당 정치국 중앙위원에 임명했다.

북한 지도자는 주석, 국방위원회 위원장, 당 총비서, 당 중앙군사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직을 갖는다. 이 가운데 주석은 김일성에게 영원히 부여하기로 했으니 그 외 4개 타이틀을 차지한다. 김정은은 김정일 장례식 직후인 지난해 12월 29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직을 이어받았다. 그보다 계급이 높은 이영호 차수(총참모장) 등이 있지만 ‘백두산 줄기(김일성 가계)’이기에 전혀 문제없이 최고사령관이 됐다.

북한은 태양절 전에 4차 당 대표자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4월 11일 치른 19대 총선 결과를 놓고 한국이 떠들썩할 때 북한은 이 대회를 통해 새로운 ‘서프라이즈’를 선보인다. 북한은 군권(軍權) 장악을 중시한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바로 최고사령관직을 이어받았으니, 이 행사에서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당 총비서를 향해 약진할 것이다. 총비서를 하려면 정치국 후보위원과 정위원을 거쳐 상무위원이 돼야 한다.

조선노동당을 이끄는 정치국 상무위원은 5명인데 현재 2석이 빈 상태다. 2010년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하던 조명록이 사망했고, 2011년 당 총비서를 하던 김정일이 죽었다. 살아 있는 3명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다. 따라서 김정은을 수직 상승시켜 상무위원에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관심은 남은 한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것.



‘3代 연합 권력’과 강성대국 진입

생전에 김정일은 매제인 장성택, 김경희 부부에게 김정은 후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현재 김경희는 정치국 정위원, 장성택은 후보위원으로 있다. 따라서 두 사람 중 한 명이 상무위원에 올라 당을 이끄는 섭정 비슷한 일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당 총비서에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버지의 관례를 따라 아버지를 영원히 총비서로 두는 것이다.

국방위원장은 북한 헌법이 규정한 자리다. 따라서 조선노동당 행사인 4차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국방위원장에 임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정리하면 북한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겸 당 총비서,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 겸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이라는 ‘조부손(祖父孫) 3대 연합 권력’ 형식으로 강성대국 진입을 축하하는 태양절을 맞는 것이다.

북한은 사상, 경제, 군사로 나눠 강성대국을 완성하려 한다. 사상 강성대국은 주체사상 확립으로 완성했다고 자평한다. 군사 강성대국은 4강에 맞설 수 있는 핵무기 개발로 또한 완성했다고 자평한다. 북한의 고민은 경제 강성대국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놓고 후진타오 등 중국 지도부는 전면적인 개혁, 개방으로 경제를 일으키라고 강권하지만, 북한은 개성이나 나진, 선봉, 금강산 등 제한된 지역에 철책을 치고 문을 여는 ‘모기장 개방’을 고집해 마찰을 빚고 있다.

북한은 경제 강성대국을 완성하지 못한 탓에 2012년을 강성대국 완성이 아닌 진입의 해로 규정했다. 하지만 경제 강성대국에도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평양 만수대 일대에 짓는 3000채 아파트 단지의 완공식을 거창하게 열 전망이다. 태양절 즈음에 아파트 준공식을 열고 복지를 이룬 경제 강성강국에 들어섰다고 선언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내용이기에 태양절 경축용으로는 부족하다. 태양절을 앞두고 북한은 투 트랙 노선을 걸었다.

첫째는 태양절 선물을 마련하려고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을 접촉해 지원을 최대한 많이 받아내는 것이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25만여t의 영양 지원을 받기로 했고 이를 요구해 현실화했다.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으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접촉하고 미사일 발사를 유예했다. 중국으로부터는 옥수수 22만t을 지원받기로 했다. 북한은 ‘스리 쿠션’ 방법으로 한국의 지원도 받아낼 것으로 보인다.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사건을 겪은 한국은 11월 11일 G20 정상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 직전인 10월 30일~11월 5일 남북한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가졌다. 이 상봉에서는 남측 가족이 ‘당연히’ 북측 가족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다. 천안함 침몰 사건 후유증이 가라앉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뤄진 이 상봉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의 방해를 받지 않고 G20 정상회의를 치르려고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북 지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례가 있으니 북한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 측에 뭔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마련한 것이 동창리 발사장에서의 광명성 3호 발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위성은 남북극을 돌아야 하므로 정남(正南)에 가까운 쪽으로 쏴야 한다. 동창리에서 정남으로 발사하면 1단이 우리 서해안에 떨어지니 문제가 된다. 북한은 광명성 3호는 과학위성이라 미국과 북한 간 미사일 발사유예 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한국, 미국, 일본을 동시에 압박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한국 정치판 北風 또 부나

이를 막으려면 상당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 경우 북한이 내걸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그중 하나는지원이 많을 경우 광명성 3호 발사를 연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에 차지 않으면 발사를 강행해 북한 주민과 주변국에 군사 강성대국 완성을 자랑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또 하나의 카드다. 그 후 다시 발사할 수도 있으니 북한으로서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꽃놀이패’가 된다.

이산가족 상봉 후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자, 북한은 G20 정상회의가 끝나고 11일 뒤 연평도 포격전을 일으켜 한국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전쟁을 하겠다는 도발일 수도 있기에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한미연합사령관이 즉각 연평도를 방문했다. 반면 천안함 침몰 때는 사건 발생 10여 일 후 주한미대사와 함께 백령도를 방문했다. 이런 점에 비춰 북한은 3차 핵실험도 강행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카드를 들고 북한은 강성대국 진입을 확인하며 한국을 압박한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까지 미국 등 우호국은 그들 요인의 경호를 위해 협력하겠지만, 이후엔 한국이 중심이 돼 북한 위협을 막아내야 한다. 이 위협이 19대 총선과 18대 대선까지 영향을 끼친다. 북한의 ‘북풍으로 한국 정치 움직이기’가 태양절을 계기로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



주간동아 2012.03.26 830호 (p22~23)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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