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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Ⅰ낙제점 공천 후폭풍

모바일이 의혹 파일 동원하고 특정인 밀어주고

민주통합당, 국민이 원하는 물갈이 외면 구태 여전

모바일이 의혹 파일 동원하고 특정인 밀어주고

모바일이 의혹 파일 동원하고 특정인 밀어주고

3월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선거대책위 출범식에서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출된 한명숙 대표(앞줄 가운데)가 선거 출마자들과 총선 승리를 외치고 있다.

19대 총선에 출마할 공직후보자추천(이하 공천)을 위한 민주통합당 심사가 마무리됐지만 후유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낙천 예비후보는 당 지도부와 공천 심사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할 태세여서 총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국민이 원하는 물갈이 공천을 하겠다며 민주통합당이 의욕적으로 도입한 모바일 경선은 조직동원 논란으로 얼룩졌으며, 능력 있고 참신한 정치 신인을 요충지에 배치하겠다던 전략공천은 계파별 안배를 위한 돌려막기 회전문 공천으로 귀결됐다는 평가가 많다. 경선을 실시한 선거구에서조차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예비후보를 경선 대상에서 일찌감치 제외시킨 뒤 강자와 약자를 붙이는 방식으로 특정인을 밀어주는 형식적 경선에 머물렀다는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의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유형별로 살펴본다.

# 조직동원으로 얼룩진 모바일 경선

민주통합당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며 의욕적으로 도입한 모바일 경선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조직동원 경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광주 동구의 한 선거운동원의 자살은 민주통합당의 모바일 경선이 경선 현장에서 조직동원으로 변질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다.

민주통합당 경선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모바일 경선 덕을 본 구(舊)정치인이 적지 않다. 김대중 정부 시절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을 지낸 정균환 전 의원이 서울 송파병에서 경선을 통과했고, 강동갑에서도 이부영 전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전남 나주·화순에서는 배기운 전 의원이 공천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들의 귀환을 두고 민주통합당 일각에서는 “조직동원이 가능한 ‘모바일 투표’가 뒷심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 원칙 없는 친노 단수공천

1월 15일 민주통합당이 출범하기 이전의 민주당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천 룰을 만들려고 다양한 노력을 했다. 대표적인 예로 손학규 대표 시절 천정배 당 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주도로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을 결의한 것을 들 수 있다. 시민공천배심원제는 예비후보자간 토론을 갖고 시민공천배심원이 후보자에 대한 사전평가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공표하고 경선을 치르자는 것이 뼈대다. 즉 정성평가를 먼저 실시한 뒤 정량평가를 가미해 양적, 질적 평가를 병행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의 통합에 치중한 나머지 민주통합당 출범 이후 시민공천배심원제를 공천 과정에 전혀 적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통합에 따른 계파별 안배를 더 많이 고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 사례가 1차 공천자 명단에 대거 포함된 친노(친노무현) 인사의 단수공천이다.

단수공천은 민주당이 19대 총선의 전략적 공략지로 선정한 ‘낙동강 벨트’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단수공천의 후유증은 예상외로 컸다. 공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려 단수공천했지만, 오히려 부산에서 점차 커지던 ‘문재인 효과’를 상쇄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부산의 한 예비후보는 “친노 후보를 대거 단수공천하면서 부산에서도 ‘친노가 다 해먹는다’는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낙동강 벨트를 앞세워 부산 공략에 나선 논리가 부산에 여야 경쟁구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는데, 공천 과정에서 일방통행식 단수공천을 남발하는 바람에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부산 정가에서는 문성근 최고위원을 단수공천으로 확정해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정진우 예비후보를 가장 안타까운 사례로 꼽는다. 부산 지역 한 예비후보는 “17대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해 45%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정진우 예비후보와 문성근 최고위원이 경선에서 맞붙었다면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 돌려막기 회전문 전략공천

공천 막바지에 시행한 전략공천도 비판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돈봉투 살포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공천권을 박탈하고 전략공천 지역으로 바꿔 김한길 전 의원에게 공천장을 안겨준 서울 광진갑이 대표적이다. 공천이 확정됐다가 박탈당한 전혜숙 의원은 “한명숙 대표나 임종석 전 사무총장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공천하면서 나에게는 돈봉투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장을 앗아간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더욱이 전 의원 대신 전략공천을 받은 이가 서울 구로을에서 재선의원을 지낸 김한길 전 의원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키웠다. 특정인에게 공천장을 안겨주려고 지역구를 비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것.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자격을 상실한 서울 동대문갑 공천 과정 역시 논란이 많았다. 서울의 한 예비후보는 “함께 뛰던 선수가 부정행위로 실격하면 남은 선수가 부전승으로 올라가는 것이 상식인데, 느닷없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한 뒤 다른 지역에서 낙천한 현역의원에게 공천을 주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느냐”고 말했다. 경기 군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이학영 후보의 전략공천으로 낙천한 안규백 의원을 서울 동대문갑에 전략공천한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인 셈이다.

# 공천 심사결과는 1급 비밀?

민주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점은 낙천자들이 왜 자신이 떨어졌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중랑을에 도전했다 경선 후보에조차 들지 못한 김정범 예비후보는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아야 부족한 점을 보충해 다음에 다시 도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심사 결과를 본인에게까지 비밀에 붙이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오랫동안 법률적 사건을 대리하거나 조언해온 김 예비후보는 “정체성과 도덕성, 당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을 평가항목에 넣었는데, 당비를 얼마나 냈는지, 그동안 사회활동을 하면서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 등을 도덕성과 당 기여도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렇다 할 이력이 없는 후보는 경선에 포함시키면서 도대체 나는 왜 뺐는지 이유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처럼 일방적으로 배제된 예비후보 100여 명을 모아 민주통합당의 공천 잘못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지역구 사유화 논란

민주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일부 지역의 경우 특정인의 지역구 사유화 논란이 제기됐다. 임종석 전 사무총장과 정봉주 전 의원, 이용희 의원의 지역구가 대표적이다. 당 안팎의 반발에 부닥쳐 임 전 총장이 공천장을 반납한 서울 성동을에는 임 전 총장과 가까운 홍익표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전략공천했고,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갑에는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였던 김용민 씨가 전략공천 수혜자가 됐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선진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용희 의원의 지역구에서는 아들 이재한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한 예비후보는 “민주당이 이명박(MB) 정권에 대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강부자(강남부자) 정권이라 비난했는데, 이번 민주통합당 공천은 ‘노이사’(친노·이화여대·486) 공천이라고 비난받는다”며 “총선에서 어떻게 MB정권과 새누리당의 잘못을 비난할 수 있겠느냐”고 힐난했다.



주간동아 2012.03.26 830호 (p16~17)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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