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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오사카都’ 공약 내건 하시모토는 일본판 박원순?

오사카부 지사 사임 후 시장 선거 출마 …일본에서도 무당파 약진은 관전 포인트

‘오사카都’ 공약 내건 하시모토는 일본판 박원순?

‘오사카都’ 공약 내건 하시모토는 일본판 박원순?

오사카부 도심 모습.

한국에선 서울시장 선거가 정치권에 격진을 일으키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재산 기부 의사를 밝히는 등 정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에선 이달 말 오사카(大阪)시장 선거가 큰 관심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단체 출신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승리한 10월 말, 일본에선 광역단체장인 오사카부(府) 현역 지사가 한 등급 낮은 기초단체장인 오사카시장 선거(11월 27일)에 나서기 위해 사임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일어난 것.

“이중행정 타파 오사카부·오사카시 통합”

오사카부는 간사이(關西) 지방을 대표하는 인구 886만여 명의 지방자치체(이하 자치체)로, 전국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가운데 도쿄도(東京都), 가나가와현(神奈川縣)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자치체다. 이 같은 거대 자치체의 수장이 인구 267만여 명의 오사카에서 시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임기 도중 사임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왜 이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지사 사임에 따라 지사와 시장을 동시에 뽑는 ‘오사카 더블선거’를 주도한 주인공은 변호사 출신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2). 와세다대 정경학부를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법률 관련 TV 프로그램 등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2008년 1월 오사카부 지사 선거에서 당선한 인물이다. 달변인 데다 지사 재직 때 개혁성향의 정책 등을 추진해 오사카 지방에서 인기가 높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가 지사 임기(내년 2월말까지) 도중에 하차한 것은 자신의 지론인 ‘오사카도(都) 구상’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하시모토 전 지사는 지사 재임 중 현재의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를 통합해 ‘오사카도’라는 새로운 자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오사카는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고, 전국 3위의 인구에다 막대한 재정도 지녔다. 그러나 오사카부와 오사카시가 별도로 체육관이나 미술관 같은 시설을 짓고, 항만과 도시 계획을 중복되게 세우는 등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는 지사 취임 후 “부와 도를 해체해 오사카도란 하나의 자치체를 만들면 이중행정의 낭비를 해결할 수 있으며, 남는 재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침체된 오사카 경제를 성장시키는 전략을 일원화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와 함께 오사카시를 해체해 인구 30만 명 정도의 8∼9개 특별자치구로 만든다는 게 그의 오사카도 구상이다.

이 구상을 실현시키려고 그는 지난해 4월 ‘오사카유신의 모임’이라는 지역정당을 만들어 대표를 맡았다. 그의 취지에 동조하는 민주당과 자민당의 오사카부의원이 여기에합류했다.

하시모토 전 지사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4월 오사카 부의원 선거에서 ‘오사카유신의 모임’ 소속 후보가 과반수 이상 당선됐다. 오사카시 등의 시의원 선거에서도 ‘오사카유신의 모임’이 제1당이 되는 기세를 올렸다. 오사카도 구상에 대해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지사는 “일본에서 도(都)란 이름을 붙이는 자치체는 두 개가 필요없다”며 못마땅해하나 오사카지방에선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게 사실. 각 매스컴의 여론조사에선 오사카도 구상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하는 의견보다 1.5배 내지 2배 정도 높다.

오사카도 구상에 대해 히라마쓰 구니오(平松邦夫·62) 오사카시장(무소속)은 “오사카시를 산산조각낸다. 절대 반대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하시모토 전 지사는 지사 재임 중 오사카도 구상에 필요한 오사카시의 협력을 얻으려면 자신이 “사임해 시장에 출마하는 수밖에 없다”고 공언해왔다. 시장 선거가 가까워지자 그는 이 약속을 지켰다. 지사에서 시장으로 말을 바꿔 타기 위해 사임하는 강수를 둔 것. 하시모토 전 지사는 지사 후보로는 ‘오사카유신의 모임’ 간사장으로 자신의 측근인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47) 부의원을 내세웠다. 지사 및 시장 선거에서 동반 승리한 후 오사카도 구상을 추진해나간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하시모토 전 지사는 “정치는 독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과격한 발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반대파로 부터는 오사카도 구상 역시 그 같은 과격 발언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민방 아나운서 출신으로 재선을 노리는 히라마쓰시장은 이번 시장 선거가 “(하시모토 전 지사의) 독재로부터 오사카시민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한다.

기존 정당은 후보 못 내고 구경만

그러나 하시모토 전 지사 측이 지사 및 시장선거에서 모두 승리한다 해도 오사카도 구상을 실현하는 데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각 정당의 지도부는 오사카도 구상에 반대하거나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의견이 많고, ‘오사카유신의 모임’은 국회 의석이 없어 당장 관련법 개정 추진이 어렵다. 그래서 기존 정당들은 하시모토 전 지사가 이끄는 ‘오사카유신의 모임’이 다음 단계에는 국회 진출을 노릴 것이라 보고 경계한다.

일본 정치는 1955년 출범 이래 자민당이 50여 년간 장기집권하면서 여당과 야당 모두에 실망한 무당파층이 크게 늘어났다. 2009년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뀐 후에도 기존 정당들이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가운데, 지방선거에선 무당파층의 약진이 더 두드러진다. 사실상 무당파인 ‘오사카유신의 모임’이 앞서 지방선거에서 크게 신장하고, 하시모토 전 지사가 이번 시장 선거에 출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오사카 더블선거에선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제1야당인 자민당도 단독으로 지사 시장후보를 내지 못한 채 각 당의 오사카부 및 시지부가 히라마쓰 시장 등 무소속 후보를 지지,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역시 후보를 내지 못한 공명당은 당원들에게 각자 알아서 자주투표를 하라는 방침을 내렸으며, 공산당은 지사 후보만 냈다.

그래서 오사카시장 선거는 주요 정당 후보자 없이 하시모토, 히라마쓰 두 후보 간 대결로 압축됐다. 각 정당이 하시모토 전 지사에 대항할 만한 마땅한 후보가 없자 후보를 내지 않은 채 히라마쓰 후보를 지지하는 전략을 세운 것. 정당정치가 실종한 격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여당 후보를 이긴 데는 기존 정당에 실망한 무당파층의 지지가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무당파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인 한국과 내각책임제인 일본의 정치를 단순 비교하는 데는 문제가 있지만 무당파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기존 정당이 제 소임을 다 못 하기 때문인 점은 같다. 하시모토 후보의 시장 당선 여부는 ‘기존 정당의 쇠퇴, 무당파층의 약진’이 계속될 것인지 하는 점에서 주목된다. 나아가 내년 한국 총선과 대통령선거에서 무당파현상이 어떻게 나타날지도 관심거리다.



주간동아 2011.11.21 813호 (p48~49)

  •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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