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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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직전 부동산 8·29 약발 받나

관망 분위기 속 일부에선 거래 활성화 움직임도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09-06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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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 직전 부동산 8·29 약발 받나
    “아직 모른다. 지켜볼 뿐이다.”

    예년과는 다르다. 정부가 8월 29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뒤 나타난 시장 반응이다. 예년에는 정부 발표 이후 시장이 요동치고 매수 문의가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시장도 조용하고 오히려 팔 사람이 공인중개사에게 전화하면서 시장 상황을 체크한다.

    정부는 8월 29일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이하 8·29 부동산대책)이라는, 정부의 바람을 담은 긴 제목의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시장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강남 3구 “‘경매급’ 초급매물만 매매…3개월간 매매 제로”

    ‘주간동아’는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8월 30일~9월 2일 수도권 일대 주요 아파트 밀집 지역의 시장 반응을 취재했다. “취재보다는 앉아서 하소연부터 들어달라”는 공인중개사들의 말 속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침체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었다. “(이번 대책은) 빚내서 집 사라는 격” “주택거래를 정상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섣부른 평가도 나오고 있었다.



    강남 지역은 이번 대책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방침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2년간 중과 완화 방침이 연장돼, 중과세를 피하려고 연말까지 집을 처분하려고 했던 다주택자의 매물 압박도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 하지만 시장은 조용했다.

    서울 개포동 ‘명문공인’ 김동현 대표는 “강남지역은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완화 대상도 아니어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하루 평균 집을 팔려는 사람 2, 3명이 전화로 분위기를 물어온다. 그나마 대책 발표 후여서 전화가 오는 거다. 아직은 잠잠하다”고 말했다.

    서울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여서, 부동산대책 같은 크고 작은 외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시세는 36㎡(11평)가 6억5000여만 원, 42㎡(13평)은 7억6000여만 원 선에 나오지만 문의는 뜸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거래가 얼어붙어 ‘경매급’ 금액대만 겨우 매매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며 “추석 지나고 10월은 돼야 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와 비대상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초구 잠원동의 상황도 비슷했다. 이곳 ‘금성공인’ 조용진 대표 역시 “급매물을 내놓은 고객이 간간이 전화를 걸어올 뿐, 사려는 사람은 없어 조용한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사실상 부동산 시장은 강남 3구가 주도하는데, 이번 대책에서 강남 3구는 (DTI 완화) 대상에서 제외돼 시간이 지나도 정책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6억~9억 원 아파트 단지도 “사든지 말든지…”

    서울 도곡동의 대표적인 아파트 역시 거래가 실종된 지 오래다. 타워팰리스와 대림아크로빌, 동부센트레빌 등 이곳의 주요 아파트는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사이에 평균 4억 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나타나고 있어, 지난해 9월 수도권 전역 주택에 대해 DTI가 적용되면서 ‘초급매’ 일부만 매매되고 있다. 도곡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하소연이다.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 중대형 평수는 4억~5억 원, 대형 평수는 5억~10억 원, 소형 평수는 6000만~9000만 원 정도 ‘갭’이 형성돼 있어 거래는 실종된 지 오래다. 간간이 전세 계약만 한다. 석 달간 매매가 한 건도 없어 전기세도 못 낼 판이다. 매도자는 손님 오면 연락 달라고 하는데 손님이 없다.”

    그렇다면 이번 대책에서 DTI 완화 대상이 된 6억~9억 원 아파트 밀집지역은 어떨까. 지금까지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집을 살 때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6억 원 이하인 주택만 DTI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조치로 면적 제한 조치를 없애고 금액도 9억 원으로 늘렸다. 그만큼 6억~9억 원 이하 주택이 큰 혜택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요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6억~9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서울 지역은 강동, 양천, 성동, 동작, 마포구 순. 경기 지역은 성남시와 용인, 고양, 안양 등이다.

    하지만 이곳 분위기도 잠잠하긴 마찬가지. 6억~9억 원 사이 아파트가 대부분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6000세대 역시 재건축 아파트로 지정되면서 2006년 112㎡(34평) 매매가가 11억 원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현재 8억5000만 원으로 낮아졌다. 이보다 작은 평수의 아파트 매매가도 15%가량 하락했다. 이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모두 잠잠하다. 매매 계약 체결을 위해 최저가로 흥정하고 있지만 집주인은 대부분 8억8000만 원에 집을 내놓고 ‘사려면 사라’는 식이다. 매도자가 호가를 올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급매로 팔려는 움직임도 없다. 불안정하지만 아직 기대심리가 크다고 보는 것이다.”

    삼익그린, 신동아, 현대, 한양 아파트 등이 몰려 있는 강동구 명일동의 상황도 비슷했다. 명일동 ‘배한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은 꽤 나와 있지만 매수 수요는 전무하다. 재건축 대상인 삼익그린 2차 125㎡(38평)시세가 7억5000만~8억5000만 원인데, 호가를 올리는 사람도 없지만 급매로 처리하려는 움직임도 전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지역도 사정은 비슷했다. 목동은 교육여건과 생활 인프라가 좋아서 다른 지역과 달리 지난 10년간 집값이 고공행진을 했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4단지 중 7단지를 제외한 구역은 시세가 비슷하다. 역세권인 데다 학교를 끼고 있는 7단지는 다른 단지보다 시세가 높게 형성됐다. ‘목동 부동산’ 홍복선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여기도 모든 계약이 전세 위주다. 지난 5월 7단지아파트 74㎡(20평)이 2건 거래됐는데 5억4000만 원 선이었다. 6억 원이 넘는 중대형아파트는 거래가 전혀 안 된다. 최근 몇 년간 이곳 집값은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았다. 급매물을 내놓은 사람도 연락을 안 한다.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책 발표 이후 은행에서 매매가를 묻는 전화만 온다.”

    인근 ‘부동산 1·2·3’ 김재완 사장은 이번 대책은 미봉책인 만큼 거래 활성화는 요원하다는 의견을 냈다.

    “실질적인 거래는 집값을 떨어뜨림으로써 거래를 유도해야 가능하다. 이번 정책은 빚만 더 지게 하는 임시방편의 성격이 짙다. 이명박 정부가 뚝심이 조금 부족했다. 대출금액보다 집값이 낮아지면 여러 문제가 생기겠지만, 그럼에도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가격을 조금 더 정상화시켜야(낮춰야) 했다.”

    마포구 공덕동 ‘삼성공인중개사무소’ 윤미준 공인중개사는 소형 평수의 거래가 늘 것으로 기대했다. 아파트가 드문드문 들어섰던 공덕동은 5, 6년 전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고, 5호선 역세권으로 각광받으며 여의도, 광화문, 신촌 등지의 직장인이 모여들고 있다. 따라서 이 일대 부동산 관계자는 이번 대책 발표로 그나마 이 지역 20평형대 아파트를 찾는 매수자가 다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7년 4억 원대였던 공덕1차 삼성래미안 82.64㎡(25평) 아파트가 현재도 4억 원 전후여서 그나마 소형 매물을 찾는 손님이 늘 것으로 보는 것이다.

    고사 직전 부동산 8·29 약발 받나
    “장기 하락세 전망 속 실수요자에겐 기회”

    고사 직전 부동산 8·29 약발 받나
    지난해 대표적인 집값 하락 지역으로 꼽혔던 경기 용인 지역도 ‘부동산 활성화’를 기대하지만 분위기는 싸늘하다. 용인시 수지구 건영부동산써브 여규영 공인중개사는 “매매가는 30~40% 이상 내렸다. 112㎡(34평)는 4억5000만 원에 내놓아도 3억8000만 원에 거래되는 실정”이라며 “급매물은 많이 나와 있지만 대책 발표 후 분위기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8·29대책 발표에 따른 기대 심리도 조금씩 피어나고 있다. 8월 29일 서울 한강로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1만5000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고,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에선 급매물을 거둬들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렇다면 실수요자는 이번 8·29대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팔려는 사람은 DTI 완화조치가 끝나는 내년 3월 이전에 급매물이라도 내놓아야 할까.

    정부의 8·29대책이 어느 정도 ‘약발’을 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문가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집값 반등과 거래 증가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조심스럽다는 반응이 주류다. 정부는 내년 3월 이사철까지 어느 정도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 거래량과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실 정부가 DTI 완화를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것도 공급 악재가 주 이유였다. 지난 2007년 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가 대거 분양했던 아파트가 올해 쏟아져 나왔고, 작년 10월부터 보금자리주택이 2만 가구 이상 쏟아져 공급과잉의 원인이 됐다. 내년 수도권 신규 입주 분양은 올해의 절반가량인 6만8000가구(올해는 14만 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예상을 뒷받침한다.

    경기 용인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내년 3월까지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 (DTI 완화) 정책을 연장할 것이다. 그러면 시장 심리가 신뢰를 회복해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고, 자연히 집값도 오르게 된다. 따라서 오르기 전 지금이 매수, 매도 타이밍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부동산 안정과 거래 활성화라는 다소 상반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집값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어서 속단하긴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리서치팀장도 “(이번 대책이)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막아주는 효과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거래가 늘거나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부동산써브 하재윤 상담위원은 “장기적으로 집값 하락세 기조가 유효한 상황이어서 현재는 실수요자 중심의 전략적 매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어 무리한 대출은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라면 이번 조치를 적극 활용하면 ‘짭짤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취득·등록세 50% 감면(4→2%) 제도가 내년 연말까지 1년 연장되는 데다, 생애최초주택 구입자는 연 5.2% 고정금리로 최대 2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져 실수요자에게 유리하다. 다주택자도 중과세 완화기간 중 시세 차익이 적은 집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좋다.

    닥스플랜 봉준호 대표는 “친지들과 부동산 정보를 교환하고 자금조달 계획도 세우는 추석이 지나봐야 8·29대책이 시장에 먹히는지를 알 수 있다”면서도 “부동산시장 회복은 서울 강남의 50평대 아파트 소유자가 다른 아파트를 사야 가능하기 때문에 실수요자 시장은 조금 풀리더라도 투자시장으로서의 부동산은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사 직전 부동산 8·29 약발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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