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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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8-11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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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꺾일 줄 모르는 흥행 기세가 대단합니다.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웨스턴 장르를 결합한 액션 활극 ‘놈놈놈’은 관객 수 475만명을 동원, 7월 한 달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한동안 침체 국면을 면치 못했던 한국영화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주역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현상을 지켜보노라면, ‘좋은 놈’은커녕 ‘괜찮은 놈’조차 눈에 띄지 않아 무척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른바 ‘무서운 초딩들’이란 제목으로 인터넷상에 퍼진 초등학생 욕설 동영상 파문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명박 XXX’ ‘야 이 ○○, 니만 잘살면 다가’ ‘니가 그러면 난 널 살인하겠다’….

    문화체험학습을 위해 서울을 찾은 경남 마산지역 일부 초등학생들이 촛불집회 수배자들이 기거하는 조계사 임시천막 농성장에서 방명록에 적었다는 이 내용을 보면서 섬뜩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 겁니다.

    물론 문제의 동영상이 한 농성자가 초등학생들에게 초코파이와 사탕 등을 주면서 욕설을 하도록 유도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는 경찰의 수사 결과 밝혀지겠지요.



    만일 이런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자신의 정치적 동기 때문에 순수한 동심에 상처를 낸 사건의 장본인은 그야말로 ‘나쁜 놈’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폭언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현상에 대한 가치판단이 미숙할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조장하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까지 찍어 대중에 유포한, 극히 본질적이고도 불량한 죄질 때문입니다.

    하악하악

    <b>편집장</b></br> 김진수

    동영상 ‘제작자’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유포를 통해 ‘흥행’엔 성공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제작자의 의도에 맞는 조작을 가함으로써(어디서 많이 접해본 듯한 사례 아닌가요?) 가뜩이나 낮은 IT(정보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 수준을 또 한 번 끌어내린 셈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험악하다지만 정녕 ‘좋은 놈’은 찾기 힘든 걸까요? 문득 ‘팍팍한 인생을 거침없이 팔팔하게 살아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소설가 이외수 씨의 베스트셀러 에세이 제목이 떠오르네요.

    ‘하악하악’.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게 더위 탓만은 아닐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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