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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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없는 수박’이 먹기 편하다

  • 한지엽/한지엽비뇨기과 원장 www.sexyhan.com

    입력2005-03-04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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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 없는 수박’이 먹기 편하다
    본래 섹스의 목적은 종족 번식이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쾌락의 도구이자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편이 되었다. 이렇듯 섹스의 목적이 변화하면서 인류가 짊어지게 된 부담이 바로 피임이다.

    사실 인류의 성적 쾌락 추구는 피임법의 부단한 연구와 함께 해왔다고 할 수 있다. 꾸준한 연구 끝에 프리섹스의 ‘방아쇠’라고 일컬어지는 먹는 피임약을 비롯해 별의별 다양한 피임법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으나 현재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영구피임법을 든다면 정관절제술만한 것이 없다. 흔히 정관수술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수술이라고 말하기에도 무색할 정도다. 정관절제술은 고환(정낭)에서 생산된 정자가 지나는 통로인 정관을 잘라 정자가 정액에 포함되지 못하게 만드는 수술법으로 국소마취를 하고 10여분이면 끝난다. 때문에 임신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피임 성공률이 99%가 넘으며, 피임에 실패하는 경우도 대부분 수술 뒤 정자가 정액에 섞여나오는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섹스를 함으로써 발생한다. 정관절제술을 했더라도 정관에 고여 있던 정자 때문에 임신이 될 수 있으므로 한 달 정도는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효과적인 피임법인데도 많은 남성들과 연인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행여 수술 뒤 성욕이 줄거나 섹스를 즐기는 데 나쁜 영향이 미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산아제한의 일환으로 남성들에게 정관절제술을 무리하게 추진한 데도 두려움의 원인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정관절제술과 성욕, 쾌감은 전혀 상관이 없다. 수술 이후에도 섹스를 방해하는 요인은 전혀 없으며, 성적 능력도 이전과 똑같다. 사정도 같으며 정액의 양에도 차이가 없다. 남성호르몬의 분비도 변함이 없다. 정관절제술로 정액에 정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씨 없는 수박’과 같이 먹기에 편리할 뿐이다.

    실제로 병원의 홈페이지 상담 게시판이나 수술 후기에는 ‘정관수술을 받기 전에는 피임에 신경 쓰다 보니 오르가슴에 방해가 됐는데, 수술 후에는 임신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 편할 뿐 아니라 극치감도 더 크게 맛볼 수 있어 다시 신혼이 된 듯한 느낌’이라는 글도 종종 올라온다. 수술에 따른 부작용을 굳이 말하자면, 수술 부위가 아물기까지 필요한 며칠 동안의 불편함과 음낭 내 감염과 출혈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인데,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으므로 걱정거리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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