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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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SBS 재허가 추천, 방송위만 힘 과시?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12-09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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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SBS 재허가 추천, 방송위만 힘 과시?

    SBS 서울목동 사옥.

    “재허가 심사는 더 이상 통과 의례가 아니다.”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이하 방송위)가 8월23일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방송 사업자의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밝힌 포부다. SBS를 비롯한 민영방송을 겨냥한 듯한 이런 서슬 퍼런 자세는 이전에 보였던 방송위의 나약한 모습과 비교됐다.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SBS 관계자)

    으름장은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방송위는 12월6일 전체회의를 열어 올해 말로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SBS에 대해 조건부로 추천을 의결하기에 앞서 세 차례나 보류했다. SBS가 1990년 설립 당시 세전 순이익의 1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SBS에 대한 방송위의 재허가 보류가 이어지면서 논란은 방송계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불붙었다. 한나라당이 추천 유보를 방송위의 ‘SBS 길들이기’로 규정하고 “정권이 민영방송을 장악하려고 한다”면서 음모론을 제기한 것.



    “창조적으로 아부를 하는 KBS MBC와 비교했을 때 정권의 구미에 맞지 않았을 것이다.”(한나라당 이계진 의원)

    여기에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 방송위로부터 해마다 지원금을 받는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SBS 퇴출’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내면서 정권-시민단체-방송위가 합작한 ‘SBS 죽이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방송위가 SBS에 대한 재허가 결정을 거푸 유보한 것은 현실적인 이유가 더 컸다는 지적이 많다. 법률 자문 결과 사회 환원 약속이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자문단의 의견이 가타부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

    “방송위에서 SBS 길들이기는 없었다. 순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게 허가 조건인지 아닌지에 대한 자문단의 법적인 검토가 오락가락했다. 재허가 결정이 늦어진 것은 그래서다.”(방송위 한나라당 추천 상임위원 A씨)

    ‘주간동아’가 입수한 지상파 재허가 추천 심사위원 명단에서 일부 ‘편향성’이 눈에 띄는 인사는 경남대 정상윤 교수(정치언론학부)와 이덕우 변호사 정도. 당연직으로 심사위원장을 맡은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출신 성유보 방송위원도 언론개혁론자다. 정 교수는 올 2월 ‘SBS 족벌세습 기도와 민영방송 개혁’ 토론회에서 SBS가 족벌 경영을 연상케 한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조선일보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민간법정’에서 재판장을 맡은 언론개혁론자로, 노무현 대통령과 임종인 의원(열린우리당)이 속해 있던 법무법인‘해마루’ 출신이다.

    그러나 이들은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심사위원을 위촉받는 과정에서 추천됐을 뿐 방송위가 개입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들 인사가 참여한 심사 결과 SBS는 재허가 기준 점수로 설정된 650점을 통과했다. 다만 순이익의 1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이 문제가 돼 상임위원 전체회의에서 논의가 길어졌을 뿐이다.

    ‘민영방송 장악음모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SBS 구하기’에 나섰던 한나라당이 발을 뺀 이유도 ‘SBS 길들이기’를 의심할 만한 사안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한나라당에서 나온다.

    물론 방송위가 세간의 의혹을 자초한 측면 또한 없지 않다. 성유보 심사위원장은 “창업주(윤세영 회장)가 창사 이래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발언하는 등 의혹을 자초하는 발언을 해댔다. 소유 경영 분리는 사실 재허가의 핵심 이슈조차 아니었을 뿐 아니라 소유 경영 분리 자체가 지고의 선도 아니다.

    방송위 고위관계자는 “재허가 결정은 결국 ‘결심’의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윤세영 회장이 밝힌 사회 환원 미납금 510억원 가운데 300억원을 3년에 걸쳐 나눠 내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과 90년 허가 당시 약속했던 순이익의 15% 사회 환원 약속을 2005년부터 이행하라는 게 방송위의 주문이다. 결국 허가해줄 것을 주변 상황을 살피며 미룸으로써 의혹이 부풀려졌지만, 방송위의 힘은 충분히 과시한 셈이 됐다.

    아무튼 방송위가 가진 막강한 권력은 이번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방송위는 재허가 권한뿐 아니라 SBS와 지역민방을 제외한 모든 공중파 사장 임명에 결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방송위원 9명 중 대통령이 3명을 추천하고, 국회가 6명을 추천한다. 방송위 의결은 9명 가운데 절반이 넘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집권당이 되면 방송위를 사실상 장악할 수 있다. 게다가 방송위는 더 이상 유약하지 않다. 방송위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관련 법률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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