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74

2019.01.25

인터뷰-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지난 10년은 병원 혁신, 앞으로 10년은 신약 개발”

올해 인수 10년…美 메이오클리닉의 한국 유일 파트너로 발돋움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9-01-28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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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미국 병원 순위를 선정해 발표하는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시에 있는 메이오클리닉(Mayo Clinic)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 미국 병원 종합 1위로 선정했다. 메이오클리닉이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병원 MGH(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와 존스 홉킨스 병원(Johns Hopkins Hospital)을 제치고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한 해 2조 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메이오클리닉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직 때 수술을 받은 병원으로 유명하다. 그뿐 아니라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여사, 골프계의 전설 아널드 파머,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등이 이곳에서 치료받았다. 

    미국 최고 병원으로 인정받은 메이오클리닉이 지난해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과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파트너십을 맺었다. 1월 22일 오후 이왕준(55)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명지병원 뉴호라이즌힐링센터에서 만났다. 

    명지병원이 한국에선 유일하게 메이오클리닉의 파트너가 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명지병원에 오면 메이오클리닉과 똑같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e컨설팅 같은 원격진료를 통해 메이오클리닉 의료진의 소견, 우리 의료진과 논의한 결과 등을 전달받을 수 있다.”

    ‘환자 제일주의’가 병원의 이데올로기

    명지병원은 소아응급센터는 물론, 경기북서부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명지병원은 소아응급센터는 물론, 경기북서부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히려고 노력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서는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서 생존할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경영과 서비스 혁신으로 ‘환자 중심’의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앞으로는 혁신과 글로벌, 그리고 통합적 의료시스템으로 ‘환자 제일주의’를 하나의 이데올로기로까지 승화해 나가겠다.” 

    이 이사장과 마주 앉은 뉴호라이즌힐링센터는 ‘환자 경험(Patient Experience)’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려고 만든 최고급 병실이었다. 고급 휴양시설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명지병원을 인수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나. 

    “‘명지 15경’에 환자 경험과 헬스케어 디자인 등 10년간의 병원 혁신이 잘 응축돼 있다.” 

    명지 15경? 

    “우리 병원에는 다른 병원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공간이 여러 곳 있다. 해마루, 숲마루, 누리마루, 예술치유센터 등이 병원 혁신의 트렌드와 상상력을 보여주는 공간들이다. 건강검진센터인 숲마루는 숲의 건강한 느낌을 고스란히 옮겼다. ‘해가 가장 잘 드는 곳’이란 뜻의 해마루는 정신병동이 갖고 있던 부정적 이미지를 밝고 명랑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환자와 내방객을 잘 응대하려면 내부 고객인 직원부터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직원들 건의에 따라 마련한 누리마루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직원 휴식공간이다. 국내외 병원 관계자들이 우리 병원의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하려고 찾아온다. 싱가포르의 응텡퐁 종합병원 관계자들도 ‘최첨단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했는데 명지병원을 보고 부족한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싱가포르 병원 관계자들이 명지병원의 어떤 점을 높게 평가했나. 

    “우리 병원이 ‘아시아적 가치’를 잘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하더라. 자신들은 전산과 물류시스템, 응급센터와 중환자실 등을 최첨단 시스템으로 구비했지만 고유한 특성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우리 병원도 세계 유수의 병원을 벤치마킹해왔지만 그대로 베끼지 않고 한국, 나아가 아시아 정서에 맞게 적용하고자 노력했다. 뉴호라이즌힐링센터의 히노키탕, 환자와 가족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 환자와 가족이 예술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 등이 그런 사례다.”

    4차 병원혁명의 메카

    뉴호라이즌힐링센터에서 포즈를 취한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숲처럼 꾸며놓은 명지병원 건강검진센터 ‘숲마루’와 본관 6층에 있는 ‘러시아 스트리트’. [박해윤 기자]

    뉴호라이즌힐링센터에서 포즈를 취한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숲처럼 꾸며놓은 명지병원 건강검진센터 ‘숲마루’와 본관 6층에 있는 ‘러시아 스트리트’. [박해윤 기자]

    명지병원 로비에 들어서면 중앙에 자리 잡은 그랜드 피아노와 대형스크린, 그리고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 ‘상상스테이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상상스테이지에서는 매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음악 공연이 펼쳐진다. 그뿐 아니라 예술치유센터 주최로 의료와 예술의 융·복합 예술치유페스티벌인 ‘마음의 소리와 만나다’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또 로비 한쪽 벽면에 설치된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의 작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병원 6층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가는 느낌을 주는 ‘러시아 스트리트’가 조성돼 있다. 이처럼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예술치유는 명지병원을 병원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 이사장이 구상하는 명지병원의 비전은 뭔가. 

    “지난 10년이 환자 중심으로 병원을 혁신하는 과정이었다면 미래 10년은 병원의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기간이 될 것이다. 캔서롭, MJ셀바이오 등 자회사를 통해 항암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명지병원의 임상 능력을 바이오 연구개발과 접목해 세계적인 신약 및 치료제 개발로 꽃피우도록 하겠다. 헬스케어 비즈니스를 통해 가장 혁신적인 글로벌 통합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병원 인수 10년 만에 병상 수를 2배, 매출액을 3배로 끌어올린 이 이사장은 명지병원을 ‘4차 병원혁명의 메카’로 만들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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