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74

2019.01.25

특집 | 90년대생이 온다

가르치려 하지 말라, 유혹하라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고양이 소비자…유튜브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만 살아남는다

  • 입력2019-01-28 11: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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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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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뭐했어?” 

    “어, 프립했어.” 

    젊은 친구들의 이 같은 대화를 엿들은 어른이라면 ‘프립은 또 무슨 신조어인고?’ 하고 궁금해할 것이다. 프립은 요새 한창 유행하는 ‘아싸’(아웃사이더), ‘인싸’(인사이더) 같은 축약어는 아니다. 소셜액티비티 플랫폼 ‘프립’(Frip)을 가리키는 말이다. ‘프립했다’는 것은 이 플랫폼을 통해 일면식 없는 사람들과 어울려 놀았다는 뜻이다. 한강에 노을을 보러 다녀왔다거나, 마카롱 만드는 법을 배웠다거나, 강원도에 가서 스노보드를 탔다거나 등등. 

    주말에 할 게 없으면 친구들과 약속 잡으면 되지 않느냐고? 밀레니얼 세대는 굳이 그러지 않는다. 친구들과 시간 맞추기가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취향도 제각각이므로. 그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내 취향에 맞는 모임이나 액티비티를 고른다. 거기 가서 누굴 만나느냐고? ‘안물안궁’(안 물어보고 안 궁금함)이다. 이런 모임에서 “저는 ◯◯년생이고요, △△회사에 다녀요”라고 자기소개하는 것은 정말 촌스러운 일이다. 구체적으로 뭐 하고 노는지 알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에서 ‘#프립’을 검색해볼 것.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세대

    밀레니얼 세대가 즐겨 이용하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 [사진 제공 · 프립]

    밀레니얼 세대가 즐겨 이용하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 [사진 제공 · 프립]

    ‘소비자로서 밀레니얼 세대’는 이 세대를 주목하는 주요 관점 중 하나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를 아우르는 이들이 주요 소비자 군단으로 등극했을 뿐 아니라, 이들로부터 인정받는 제품과 브랜드가 윗세대로 전파되는 등 이 세대가 소비의 액셀러레이터로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밀레니얼 세대를 잡지 못하면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없다. 



    ‘나도 한때 신세대였고, 반항 좀 했었다’는 생각은 접어두는 게 현명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예전 신세대와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유사 이래 최초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온’ 신세대다. 인터넷으로 초연결된 세상 속에서 방대한 정보를 접하며 자랐기에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음을, 영원한 비밀이 있을 수 없음을 잘 안다. 따라서 ‘나음’보다 ‘다름’을, 수직적 위계보다 수평적 네트워크를 선호한다. 그리고 바람직하게도 기성세대보다 사회적 소비에 관심이 많다. 이들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더 나아지길 소망했다. 더 부유해 보이기를, 더 세련돼 보이기를 욕망했다. 비교 대상이 제한적이던 과거에는 뭐가 더 나은지 따져보거나, 내가 더 뛰어나다고 자신만만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압도적으로 늘면서 무엇이 가장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게다가 밀레니얼 세대는 자라면서 한 번도 ‘나쁜 품질’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이들은 화장품을 고르면서 ‘혹시 수은이 들어 있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KS마크가 아니라 취향이다. 이 상품, 서비스, 브랜드가 내 취향에 부합하는가. 이것이 소비자 선택의 주요 잣대가 됐다. 

    이들은 완벽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3년 전 갤럭시 노트7 배터리 게이트가 터졌을 때 밀레니얼 세대는 ‘기술의 삼성’이 배터리를 거지같이 만들었다며 화내지 않았다. 나도 실수하고, 삼성도 실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수 다음의 행동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빠르고 적극적으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역풍을 맞았을 것이다. 한편 밀레니얼 세대는 브랜드 호핑(hopping)도 심하다.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내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고른다. 이 브랜드가 맘에 들었다고, 그 연대감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방대한 정보와 놀라운 검색 능력을 바탕으로 늘 새로운 시도를 한다. 마케터로서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감자튀김이나 똑바로 만들라”

    엉뚱하고 재밌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배달앱 ‘배달의민족’(왼쪽)과 숙박 대신 여행을 강조해 업계 1위에 오른 숙박앱 ‘야놀자’. [사진 제공 · 배달의민족,야놀자]

    엉뚱하고 재밌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배달앱 ‘배달의민족’(왼쪽)과 숙박 대신 여행을 강조해 업계 1위에 오른 숙박앱 ‘야놀자’. [사진 제공 · 배달의민족,야놀자]

    그리하여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이 된 비즈니스 환경에서 마케팅은 4.0 버전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마케팅 1.0은 제품 자체에 중심을 둔다. ‘천연암반수로 만든 생수’라는 점을 드러낸다. 마케팅 2.0은 제품이 고객에게 주는 이점을 강조한다. 천연암반수로 만들었기에 ‘피부에 좋은 생수’라고 속삭인다. 마케팅 3.0에서 소비자는 상품이 아닌 브랜드 자체를 소비한다. 롯데칠성음료가 생수 ‘아이시스’에 핑크빛 브랜드 정체성을 심은 것이 그 예다. 마케팅 4.0에 이르면 브랜드가 인격화된다. 사람들처럼 웃고 떠들고 또 실수도 하면서 그 나름 사회생활을 한다.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2016년 2월 미국에서 오랜 맞수 맥도날드가 버거킹을 ‘디스’하는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맥도날드는 지점 수가 많아 5km만 가면 되는데, 버거킹에 가려면 258km를 운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버거킹은 한 운전자가 맥도날드 매장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광고로 맞섰다. 멀리 있는 버거킹까지 운전해 가려고 맥도날드에서 졸음을 물리쳐줄 커피를 산다는 것이다. 이러한 광고 맞대결을 본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서로 자신이 더 잘났다고 싸워대는 게 대체 무슨 의미냐는 거다. 이미 소비자는 ‘햄버거는 버거킹이, 감자튀김은 맥도날드가 더 맛있고, 커피는 둘 다 별로’라는 평가를 마쳤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에 맞불을 놓은 버거킹에는 “감자튀김이나 똑바로 만들라”는 일침을 가했다. 

    반면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이나 숙박앱 ‘야놀자’는 밀레니얼 세대를 제대로 이해한 마케팅을 보여준다. 배민과 야놀자는 ‘음식을 빨리 배달해준다’거나 ‘숙소를 저렴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치믈리에(치킨+소믈리에) 자격시험,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등 히트작을 낸 배민신춘문예, ‘너 먼저 씻어’라는 문구가 새겨진 수건 등 재미난 물건만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배민문방구 등을 통해 배민은 엉뚱하고 재밌고 친근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야놀자는 숙박 대신 여행을 팔기 시작하면서 여타 숙박앱들과 격차를 벌리고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고객의 여행 후기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강원 홍천군의 작은 맛집들과 연합해 페스티벌을 열거나 ‘이불 밖은 짜릿해 이색 액티비티’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여행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떠나는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속삭인다. 앞으로는 ‘내가 더 잘났다’고 떠드는 회사보다 배민이나 야놀자처럼 소비자가 공감하는 콘텐츠로 다가가는 회사가 경쟁사와 간격을 벌리며 독보적 존재가 될 것이다.

    무심한 듯 거리 두고, 정 없이 돌아서고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특성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캣(cat) DNA 소유자’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개는 눈앞 밥그릇을 놓고 싸우지만, 고양이는 상대 어깨 너머를 바라본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비유하는 데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이들은 고양이처럼 집단보다 개체를 중요하게 여기고, 무심한 듯 거리를 두며, 정 없이 돌아서기도 한다.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기르는 인구가 점차 증가해 2년 후에는 강아지를 기르는 인구를 앞선다고 하는데, 이러한 반려동물 트렌드의 변화도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기업 마케팅의 핵심은 가르치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대신 유혹해야 한다. 이들 세대의 가치에 맞는 톤으로, 그들이 카리스마를 느끼는 방식으로 브랜드 포지셔닝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법론을 제안한다. 

    1. 힘 빼라, 지루한 것은 재미가 없다 

    LG생활건강의 세탁세제를 광고하는 유튜브 영상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 [사진 제공 · 유튜브]

    LG생활건강의 세탁세제를 광고하는 유튜브 영상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 [사진 제공 · 유튜브]

    지난해 봄 유튜브에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라는 B급 코드의 영상이 올라왔다. 주인공(광고대행사 직원)이 ‘불토’(불타는 토요일)에 친구와 클럽에 갔다 광고주(LG생활건강)의 호출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 일하는 자신의 처지에 ‘빡쳐서’ 만든, 갖은 욕설과 광고주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는 영상이다. 1분 30초짜리 이 영상은 광고주를 욕하는 데 1분 10초를 사용하고, 제품(세탁세제) 홍보에는 고작 20초를 할애한다. 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80만 건을 넘어섰다. 해당 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이 영상에 열광한 이유LG생활건강의 세탁세제를 광고하는 유튜브 영상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는 갑을관계에 시달리는 자신들의 처지를 정확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영상 제작자는 LG생활건강의 광고대행사 직원 허지혜 씨다. 거기에 더해 대기업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협력업체 직원의 주말을 습격할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어차피 그 누구도 “나는 을에게 부당한 요구를 절대 하지 않는다”는 갑의 주장을 믿지 않는 세상이다. 그래서 이 대기업의 ‘셀프디스’는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LG생활건강이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려는 ‘용기’는 박수받을 만하다.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B급 코드는 그저 웃기고 재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내가 너 같고, 네가 나 같다’는 수평적 패러다임의 한 표현이다. 언제까지나 B급 코드가 유행하진 않겠지만, 그 후속 코드는 수평적 패러다임이 더욱 강화된 버전일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수평적 패러다임에 올라타지 않은 기업은 밀레니얼 세대를 유혹할 수 없다.

    2. 판부터 깔고 메시지는 무심하게 던져라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제작한 한강물 샤워 영상. 필터 샤워기 성능을 직접 실험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진 제공 · 블랭크코퍼레이션, 유튜브]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제작한 한강물 샤워 영상. 필터 샤워기 성능을 직접 실험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진 제공 · 블랭크코퍼레이션, 유튜브]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즐겨 하는 사람이라면 녹물을 깨끗한 물로 바꿔주는 ‘퓨어썸 샤워기’ 동영상을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성일화학이라는 무명의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샤워기를 연간 21만 개가 팔리는 스타 상품으로 키운 주인공은 미디어 커머스 스타트업 블랭크코퍼레이션(블랭크·전 블랭크TV). 이 회사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고민을 다룬 동영상을 선보인다. 이것이 소비자로부터 공감을 얻어 자연스럽게 매출로 이어지게 하는 전략이 매우 탁월하다. 

    블랭크는 퓨어썸 샤워기를 알리려고 원룸, 아파트 등에 사는 일반인의 샤워기를 반으로 절단해 녹슨 내부를 보여준다. 또 한강물로 직접 샤워하며 이 샤워기가 오염물질을 얼마나 여과시키는지를 실험한다. 이외에도 마약베개, 세탁조 클리너 등 여러 히트 상품을 냈고, 이에 힘입어 2018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980억 원, 영업이익 155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가 2016년 설립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성장세다.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를 유혹하려면 “우리 제품이 최고다”라는 직접적인 어법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고양이를 유혹하려면 고양이가 돼야 한다. 달려들지 말고 주변을 맴돌며 이들에게 필요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3. 소소하게, 작게…많이 버리고 더 가까이 밀착하라   

    블랭크코퍼레이션, 마켓컬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사업 전략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블랭크코퍼레이션 홈페이지(위)와 배우 전지현이 모델인 마켓컬리 TV 광고. [사진 제공 ·마켓컬리]

    블랭크코퍼레이션, 마켓컬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사업 전략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블랭크코퍼레이션 홈페이지(위)와 배우 전지현이 모델인 마켓컬리 TV 광고. [사진 제공 ·마켓컬리]

    요즘 ‘마켓컬리’가 핫하다. 연이어 투자를 유치하더니 급기야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한 TV 광고까지 선보였다. 마켓컬리의 성공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그 시작이 매우 작았다는 것이다. 이 스타트업은 2015년 사업을 개시하면서 딱 하나의 니즈에 집중했다. 장 보거나 요리할 시간은 없지만, 아침에 뭔가를 먹고 출근하길 원하는 소비자. 그래서 새벽배송을 개시했고, 점차 맞벌이 부부뿐 아니라 전업주부, 1인 가구, 프리미엄 식재료를 선호하는 소비자 등으로 고객층을 확대했다. 지난해 거래액 5000억 원을 돌파한 쇼핑몰 모음 앱 ‘지그재그’는 취향이 독특한 소비자에게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맞춤 추천을 했고, ‘지그재그에선 아무리 특이한 아이템이라도 구할 수 있다’고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거창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지 않는다. 바로 지금, 내 취향과 형편에 맞는 삶을 추구한다. 이들이 100명이라면 100가지 취향이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면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소소하면서 작게 타깃을 설정하며, 좀 더 가까이 그들에게 밀착할 것을 권한다. 그래야 밀레니얼 세대가 매력을 느낀다. 매력이 통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4. 브랜드 콘텐츠, 말하고 싶은 것 말고 소비자가 알고 싶은 것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레드불 TV(왼쪽). 비누 브랜드 도브(Dove)는  ‘Choose beautiful’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 아름다움을 재정의한 브랜드로 거듭났다. [사진 제공 · 레드불, 도브]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레드불 TV(왼쪽). 비누 브랜드 도브(Dove)는 ‘Choose beautiful’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 아름다움을 재정의한 브랜드로 거듭났다. [사진 제공 · 레드불, 도브]

    3~4년 전만 해도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많은 기업에게 코카콜라 브랜드와 관련 콘텐츠를 한데 모아놓은 ‘코카콜라 저니(CocaCola Journey)’는 일종의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웹사이트를 찾아가지 않는다. 이들은 기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입시키는 콘텐츠에는 관심 없다. 

    이제 기업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알고 싶은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좋은 예가 에너지 음료 레드불의 ‘레드불 TV’다. 레드불 TV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길 만한 콘텐츠를 다룬다. 익스트림 스포츠와 관련한 이벤트, 축제,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전달한다. 레드불은 자신을 에너지 음료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에너지 음료를 팔게 된 미디어 회사(a media company that happens to sell energy drinks)’라고 정의한다.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레드불 TV는 2017년 구글플레이 어워드에서 ‘최고의 TV 앱’을 수상했다.

    ‘바람직한 몬스터’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은 다양하다. 각 플랫폼은 성격에 맞는 콘텐츠를 실어야 한다. 블로그는 정보 전달, 페이스북은 뉴스, 인스타그램은 비주얼, 유튜브는 스토리에 집중해야 한다. 이 모든 걸 다 할 수 없다면, 최소한 ‘갓튜브’, 유튜브를 포기해선 안 된다. 밀레니얼 세대는 된장찌개 끓이는 법을 블로그에서 찾지 않는다. 유튜브를 검색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검(실시간 검색어)에는 둔감하지만 유튜브 인기 동영상에는 민감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시대에도 기업과 브랜드가 점령해야 하는 것은 결국 이데올로기다. 비누 브랜드 ‘도브’는 인종, 나이, 몸매 등에 제한을 두지 않은 다양한 일반인을 모델로 내세우고 관련 캠페인을 벌였다. ‘나 자신을 아름답다고 여기자’는 메시지를 꾸준히 던져 ‘아름다움’을 재정의한 브랜드로 거듭났다. 미국 뉴욕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은 젊음, 희소성, 뉴욕, 반항 등과 동의어로 통한다.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배민이 웃기고 유쾌하고 쿨하다는 이데올로기를 점령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통할 이데올로기를 예상해보자면 착함, 공유,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이 아닐까 싶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돈을 벌 때도, 쓸 때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일과 생활의 균형, 즉 워라밸 못지않게 자신의 일과 사회적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만족을 느낀다. 이들은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가 아프리카나 남미에 기부되는 운동화 같은 제품을 선호하고, 출근길에 동물보호기금에 몇천 원을 기부한다. 진화생물학적으로 과거 세대와 전혀 다른 특질을 보이는 개체를 ‘바람직한 몬스터(Hopeful Monster)’라고 한다. 우리가 현재 맞닥뜨린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몬스터라고 나는 믿는다.


    최명화는… 

    마케팅 전문가. 맥킨지&컴퍼니, LG전자, ㈜두산, 현대자동차 등에서 마케팅 및 브랜드 담당 총괄 임원을 지냈다. 현재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마케팅교육회사 CMO캠퍼스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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