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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2 전성기 맞은 중국 한류스타

이정현, 추자현, 장서희…일방통행 벗어나 현지화 전략으로 왕서방 사랑을 한 몸에

제2 전성기 맞은 중국 한류스타

제2 전성기 맞은 중국 한류스타

가수 겸 배우 이정현은 한국에서도 주가가 높던 시절부터 10년 넘게 현지에서 활동하며 탄탄히 기반을 다졌고 그 덕에 중국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한국 가수 반열에 올랐다.

올해 초 1990년대 열풍을 불러온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터보, 쿨, 지누션 등 쟁쟁한 가수들 틈바구니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 가수는 이정현이었다. ‘와’와 ‘줄래’를 부르며 무대 연출에도 직접 관여했던 이정현의 무대가 끝난 후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을 선보였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정현은 지금도 전성기다. 다만 한국에서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내 활동은 대폭 줄었지만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높은 인지도를 쌓은 몇몇 연예인은 웬만한 한류스타 못지않은 수입을 올리며 그들만의 한류를 구축하고 있다.

이민호, 김수현 등 내로라하는 스타가 중국 프로모션을 소화할 때 중국 업체 측이 전용기를 한국으로 보내 그들을 ‘모셔가는’ 건 이제 새롭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이 전용기를 이정현과 배우 추자현 등도 탄다. 한국에서는 톱클래스로 분류되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이른바 ‘왕서방이 사랑하는 스타’이기 때문이다.

중국, 충성도 중시하는 나라

이정현, 추자현 외 장서희, 채연, 배슬기 등은 한국에서 섭외 1순위에 꼽히는 스타가 아니다. 한국에서 인기가 하락해 잊혔다기보다 한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 기간 이들은 중국 활동에 매진했다. 장시간 중국에서 입지를 다진 결과,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방송된 이후 중국 내 한류가 촉발되며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현은 한국에서도 주가가 높던 2000년 ‘와’를 들고 테크노 여전사 콘셉트로 일찌감치 중국 시장 문을 두드렸다. 이후 10년 넘게 현지에서 활동하며 탄탄히 기반을 다진 결과 중국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한국 가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제2 전성기 맞은 중국 한류스타

최근 줄줄이 탄생한 한중 커플은 한류스타에 대한 중국인의 호감도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 중국 스타와 열애 중인 배우 송승헌(위)과 추자현.

추자현도 마찬가지다. 2006년 영화 ‘사생결단’으로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까지 받았으나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그는 이듬해 중국으로 넘어가 데뷔작 ‘초류향전기’를 선보였다. 이후 2011년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중국판인 ‘회가적 유혹’에 출연해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4년간 담금질이 필요했다. 이 작품은 당초 원작 주인공이던 장서희에게 출연 제안이 갔으나 본인이 고사하며 추자현에게 기회가 왔다. 중국 시장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존재감을 키운 데 대한 일종의 보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정통한 배경렬 레디차이나 대표는 “중국은 ‘충성도’를 중시하는 나라다. 따라서 단순히 중국 시장에서 돈을 벌 목적으로 일회성 방문이나 프로모션을 벌이는 해외 스타에 대한 반감이 존재한다”며 “그래서 이정현과 추자현 외에도 장나라, 강타 등과 같이 2000년 초반부터 꾸준히 중국 활동을 해온 한류스타는 한국 내 인기와 별개로 중국에서 여전히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내 한류는 일방통행이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판권을 중국 측에서 구매해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출연 배우의 인기가 상승하면 중국 측 요청에 따라 거액을 받고 팬미팅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소화하거나 일회성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고작이었다.

중국 측에서 끊임없이 자국 영화나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제안하지만 성사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구가하는 한류스타의 경우 굳이 중국 작품에 출연하려 들지 않는다. 중국 대중문화산업이 한국에 비해 낙후돼 있고,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행태가 중국인의 심기를 건드렸다. 사회주의국가인 중국과 중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먹튀’이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후 중국 미디어산업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한국의 콘텐츠 도입을 장려한 것이 아니라, 연이어 규제를 내놓으며 빗장을 걸었다. 중국의 자체 제작 콘텐츠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돈만 벌어가는’ 일부 한류스타에 대한 경계심이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이어진 것이다.

왕서방이 사랑한 스타들은 바로 이런 중국인의 심리를 적절히 공략했다. 한국 활동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중국 활동에 몰두하면서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이들은 중국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도 대부분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중국어로 대화한다. 서툴지라도 중국 문화와 융화하기 위한 노력을 앞세운 ‘맞춤형 한류’로 어필한 것이다.

배경렬 대표는 “오랜 기간 중국에서 활동한 이정현이나 추자현의 국적이 중국이라고 착각하는 중국인도 있다”며 “거대한 영토를 가진 중국의 경우 지역별로 쓰는 중국어가 다르기 때문에 한류스타의 발음이 조금 어눌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엄밀히 말해 중국은 ‘한류를 앞세운 스타’보다 ‘중국화된 스타’를 선호한다. 한국인이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한 톰 크루즈에 열광하지만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그보다는 한국계로 국내 작품에 자주 참여하는 다니엘 헤니를 더 가깝게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줄줄이 탄생한 한중 커플은 한류스타에 대한 중국인의 호감도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 지난해 탕웨이가 김태용 영화감독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만 해도 “중국 여신을 한국에 뺏겼다”는 반응을 보이던 중국인과 중국 언론은 배우 채림이 중국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가오쯔치와 결혼하고, 추자현 역시 동료 중국 배우 위쇼우광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크게 반겼다. 게다가 데뷔 후 한 번도 공식 열애를 선언한 적이 없던 배우 송승헌이 유역비와 사귄다고 고백해 양국을 대표하는 톱스타 커플이 탄생한 것을 고무적으로 바라보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한류, 중국 자본 종속 우려

하지만 한편에서는 “한류가 중국 자본에 종속돼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한류는 케이팝(K-pop)과 케이드라마에 이어 케이예능까지 해외로 진출하며 아시아에서 대중문화산업을 주도해왔다. 이에 맞서고자 ‘바이 코리아’에 나선 중국 자본은 스타를 넘어 한국의 유능한 감독, 작가, 제작 스태프 등 인력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고기를 사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배우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중국이 한류의 단물을 모두 빨아들인 후 지갑을 닫으면 한류는 세계 시장에서 중국에 뒤처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타가 늘고 있다는 것은 중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예부터 문화 자긍심이 높았던 중국은 한국에게 주도권을 뺏긴 것을 자존심 상해했다. 이런 상황을 역전하려는 중국 시장에 대응하려면 중국 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우리의 ‘맨 파워’를 지키고 국내 시장에서 적극 활용하는 자구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10.12 1008호 (p70~71)

  •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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