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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푸틴은 일거양득 오바마는 진퇴양난

해법 없는 시리아 내전…IS 소탕 명분 러 대규모 군사 개입, 美의 아사드 정권 축출 난망

푸틴은 일거양득 오바마는 진퇴양난

푸틴은 일거양득 오바마는 진퇴양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시리아 군사 개입이라는 ‘전략적 묘수’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진퇴양난에 빠뜨렸다.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군은 9월 30일부터 시리아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한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공습작전에 나섰다. 국제사회에서 공공의 적이 된 IS를 소탕한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걸었지만, 러시아의 군사 개입 속셈은 정권 붕괴 위기에 빠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구하려는 것이다.

내전이 4년 7개월째 계속되면서 아사드 정권은 시리아 전체 영토의 20%밖에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내전 발발 이전 30만 명 수준이던 정부군 병력은 탈영과 전사 등으로 8만 명으로 줄었다. 러시아군은 현재 시리아 서부 항구 도시 라타키아 인근에 공군기지를 구축하고 Su-25 전투기, Su-24 전폭기, Su-34 폭격기 등과 헬기, 탱크,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대공포, 레이더 등을 배치했다. 흑해함대 소속의 해병대 등 지상 병력 2000명도 포진시켰다. 러시아 공군기들은 드론과 정찰위성의 지원을 받으며 연일 공습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군의 공습이 IS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알카에다 계열의 알누스라 전선은 물론,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해온 온건 반군까지 공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아사드 정권에 반대해온 모든 세력이 대상이다. 미국은 그동안 IS 격퇴와 아사드 정권 축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온건 반군을 훈련시키고 무기까지 제공하는 등 군사 지원을 계속해온 것. 이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의 온건 반군 공격에 분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IS 같은 테러단체와 알아사드의 퇴진을 바라는 온건 반군을 구분하지 못한다”며 “이는 재앙으로 가는 레시피(recipe)”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9월 28일 유엔 총회에서도 두 나라는 시리아 내전 해법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한 바 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알아사드는 폭탄으로 무고한 어린이를 학살한 폭군”이라며 축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아사드 군대만이 IS와 맞서 싸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리아 내전 사태가 미국과 온건 반군 연합 대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 연합 간 무력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냉전 종식 후 러시아의 첫 해외파병으로 시리아 내전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셈이다.

시리아는 이란과 함께 중동지역에서 러시아의 긴밀한 우방이다. 특히 알아사드 대통령의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재임 1971~2000년) 때부터 친(親)러시아 노선을 표방해왔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 러시아는 중동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요충지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중동지역 중앙에 있는 시리아는 이라크, 이스라엘, 레바논, 요르단, 터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데다, 러시아가 해외에서 유일하게 운용하는 타르투스 해군기지가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71년 시리아로부터 이 기지를 임차해 지중해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타르투스 해군기지의 가치

게다가 시리아는 러시아의 주요 무기 수출 시장이다. 현재 시리아 정부군이 보유한 전체 무기의 50%가 러시아산. IS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같은 이슬람권인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남부지역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는 체첸을 비롯해 다게스탄, 압하지야, 잉구셰티야 등 러시아 남부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준동하는 것을 매우 우려해왔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고립과 서방의 경제 제재조치로부터 벗어나려는 목적도 있다.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 개입에는 이란의 충동질도 한몫했다. 이란은 7월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인 알쿠드스 부대의 카셈 술라이마니 사령관을 모스크바에 특사로 보내 “러시아가 무력 개입하지 않으면 아사드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면서 러시아를 설득했다. 술라이마니 사령관은 그동안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군의 IS 격퇴작전을 지원해온 이란군 총책임자다. 이때부터 양국 고위 외교관과 장성, 전략가들이 비밀리에 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란이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지금까지 지원해온 군사고문단 대신 지상군 병력 수백 명을 시리아에 파견한 것도 러시아와의 조율에 따른 것이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러시아와 군사 공조에 나선 것은 같은 시아파인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이 축출될 경우 가장 중요한 동맹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전체 인구 2200만 명의 74%가 수니파지만, 통치는 12%밖에 안 되는 알라위파가 하고 있다. 알라위파는 시아파의 분파 가운데 하나다. 중동지역 시아파는 이란을 비롯해 이라크 집권세력(전체 인구 60%)과 시리아,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일종의 ‘초승달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러시아가 공군기지를 구축한 라타키아는 시리아 알라위파의 근거지이자 알아사드 가문의 고향이다. 이란군은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민병대와 함께 라타키아 외곽에 방어선을 구축하면서 러시아 공군기의 지원을 받아 작전을 벌일 계획이다.

오바마, 방법이 없다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중동 각국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란의 숙적이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의 공습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란을 견제하려면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해온 사우디는 형제국가인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과 합세해 국제연합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으며, 온건 반군에 무기와 자금도 지원해왔다. 국제연합군에 참여해 IS를 상대로 공습을 벌이는 터키도 러시아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고 IS에 영토 일부를 빼앗긴 이라크는 “러시아가 이라크에도 와준다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수도 바그다드에 러시아, 시리아, 이란 등과 함께 IS 격퇴를 위한 정보센터를 설립했다.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인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대장은 바그다드의 정보센터를 통해 중동 각국과 IS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랍연맹을 주도하는 수니파의 큰형 이집트도 러시아의 군사 개입에 호의적이다.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의 개입은 테러 확산을 막고 IS 격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친미국가인 이스라엘의 태도는 한층 더 묘하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서 러시아군과 충돌을 막고 협력할 수 있는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시리아 내전 사태를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에 무기 공급을 차단하고 골란 고원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러시아의 협력을 요청했다. 요컨대 러시아가 이런 약속을 해준다면 시리아 군사 개입을 어느 정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미국은 고민에 빠졌다. 온건 반군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할 경우 러시아군과 정면충돌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IS 격퇴를 위해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인정할 경우 아사드 정권 축출이라는 목표를 상실할 게 분명하다. 시리아 정부군과 온건 반군은 물론, IS와 알누스라 등 테러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적과 아군의 구별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적의 적은 내 편’이란 공식도 깨진 상태. 선택지가 없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시리아 내전사태가 자칫하면 ‘최악의 유산’으로 남을 수도 있는 위태로운 국면이다.



주간동아 2015.10.12 1008호 (p52~54)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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