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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태양 에너지 확보 나선 석유 부국 사우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211조 원짜리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의기투합

태양 에너지 확보 나선 석유 부국 사우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환담하고 있다. [SPA]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환담하고 있다. [SPA]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명실 공히 세계 최대 석유기업이기도 하다. 사우디의 부와 자부심을 상징하는 아람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보유하고 있다. 원유 보유량은 2610억 배럴로, 미국 최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의 10배나 된다. 이 회사는 하루 10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데, 이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2.5%를 차지하는 수치다. 수도꼭지에서도 석유가 나올 것 같은 아람코는 다란의 본사 주차장 지붕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10MW의 전력은 본사 건물에 공급된다. 아람코는 이런 태양광발전을 통해 연간 3만 배럴 정도의 석유를 절약하고 있다. 

사우디에선 석유를 ‘알라의 축복’이라고 부른다. 국토의 90%가 사막인 사우디가 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검은 황금’인 석유 덕분이다. 사우디의 원유 매장량은 세계 2위 규모로 2683억 배럴로 추정된다.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16%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사우디는 원유 수출 세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사우디 정부는 석유 수출로 번 오일머니로 국민에게 무상 교육, 무상 의료, 전기와 수도 무상 공급, 에너지 보조금 지급은 물론, 높은 연봉의 공공 일자리를 제공해왔다.


석유 없는 사우디의 미래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아람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아람코]

그런데 사우디는 지난해부터 세계 원유 생산국 1, 2위 자리를 러시아와 미국에 내주고 3위로 내려앉았다. 국제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한때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졌던 원유 가격은 지금 60달러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의 이런 노력에도 앞으로 국제유가는 중·장기적으로 하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미국이 셰일오일 붐에 힘입어 늦어도 2019년에는 러시아마저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말 하루 1000만 배럴을 넘은 데 이어 올해 말 1100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태양광, 수력, 풍력, 조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게다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각국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적극적으로 감소시키면서 화석연료인 석유의 소비를 줄이고 있다. 또 석유는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다. 이에 사우디는 석유에만 목을 매면 더는 생존하기 어렵다고 보고 ‘석유 없는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사우디가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사우디 왕정의 최고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는 3월 27일 미국 뉴욕에서 재일동포 3세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총 2000억 달러(약 211조 원)를 투자해 2030년까지 200G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5월 말까지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뒤 이르면 올해 말 1단계 공사가 시작된다. 1단계 공사에서는 50억 달러(약 5조 원)를 투입해 발전규모 7.2GW의 태양광발전소 두 곳을 먼저 건설한다. 공사비 50억 달러 중 10억 달러는 소프트뱅크가 조성한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로, 나머지 40억 달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며 성공을 자신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일자리 10만 개가 창출될 뿐 아니라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으로 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400억 달러 규모의 비용도 절감될 전망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그동안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해 ‘비전 2030’ 계획이라는 사우디의 국가개조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비전 2030 계획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해외 상장이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던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도 올해 말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의 지분 5%를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해 비전 2030 계획에 투자할 국부펀드인 퍼블릭 인베스트먼트 펀드(PIF)의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 계획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5000억 달러를 들여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네옴 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의 사막지대에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2만6500km2 규모로 건설될 계획이다. 네옴 시티에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만 사용되며 경비, 배달 등 단순 반복 작업과 노인·유아 돌보기 등은 로봇이 대신한다. 자율주행자동차와 무인 드론이 운행되고, 무선 초고속 인터넷이 사용된다. 사우디 정부는 이 도시를 거점으로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같은 신기술, 3D 프린팅과 로봇 등 첨단 제조업, 약학 등 바이오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21세기 디지털 세계의 승부사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의 조감도(위).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가 미래형 신도시 네옴의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neom.net, 빈 살만 트위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의 조감도(위).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가 미래형 신도시 네옴의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neom.net, 빈 살만 트위터]

빈 살만 왕세자는 손 회장이 자신의 이런 야심 찬 계획을 실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 회장은 2016년 9월 당시 일본을 방문한 빈 살만 왕세자를 독대하고 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미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차세대 기술에 투자해줄 것을 설득했다.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산업을 구축하려던 빈 살만 왕세자는 손 회장의 구상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손 회장이 지난해 5월 출범한 비전펀드에 450억 달러(약 47조5000억 원)를 투자했다. 이처럼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네옴 시티와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소 건설 등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손 회장은 앞으로 사우디 사막에 ‘제2 애플과 구글’을 만들겠다는 포부까지 보이고 있다. 

손 회장은 규슈 사가현의 재일동포 집안에서 4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대구 출신인 할아버지는 일제 때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간 탄광노동자였다. 어린 시절 일본 제일의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한 손 회장은 미국에서 유학하며 정보기술(IT)이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가 1981년 9월 자본금 1000만 엔으로 설립한 소프트웨어 도매업 전문회사 소프트뱅크는 현재 일본 최고 IT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손 회장은 해외 유명 IT기업들과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서 소프트뱅크의 사세를 확장해왔다. 60세가 되던 지난해 은퇴하려던 그는 이를 번복하고 미래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앞으로 AI와 IoT가 현존하는 모든 산업의 틀을 바꿀 것”이라며 “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1세기 디지털 세계의 승부사’라는 말을 들어온 손 회장과 ‘석유 없는 사우디의 미래’를 꿈꾸는 빈 살만 왕세자가 새로운 ‘사막의 기적’을 창출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8.04.11 1133호 (p48~49)

  •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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