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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내에 슈퍼컴퓨터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능력 보여주겠다”

존 마르티니스 구글 양자컴퓨터 연구 책임자

“연내에 슈퍼컴퓨터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능력 보여주겠다”

“연내에 슈퍼컴퓨터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능력 보여주겠다”

존 마르티니스 구글 양자컴퓨터 연구 책임자가 8월 29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양자컴퓨터 개발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박해윤 기자]

“저는 양자컴퓨터의 미래를 낙관합니다.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려면 풀어야 할 문제가 매우 많지만 우리는 해낼 겁니다.”

존 마르티니스 구글 양자컴퓨터 연구 책임자가 한 말이다. 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이기도 한 마르티니스 박사는 1980년대부터 양자(量子·quantum)를 연구해온 물리학자다. 교수직을 유지한 채 2014년 구글에 합류해 양자컴퓨터 개발팀을 이끌고 있다. 그의 영입은 양자컴퓨터 연구 분야의 후발주자이던 구글이 순식간에 여러 경쟁자를 따라잡는 분기점이 됐다.



과학기술의 최첨단, 양자컴퓨터

“연내에 슈퍼컴퓨터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능력 보여주겠다”

8월 29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양자컴퓨터 기술에 대해 소개한 프랑코 노리 미국 미시간대 교수.[박해윤 기자]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양자컴퓨터를 입력해보자. 미국, 중국, 영국 등 세계 각국 정부와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이 관련 기술 개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들의 각축전을 마치 스포츠 경기 중계하듯 소개해놓은 언론기사가 숱하다.

구글은 이 ‘경기장’에서 요즘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다. 특히 최근 “올해 안에 양자컴퓨터 능력이 현재의 슈퍼컴퓨터를 넘어서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선언해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자신감의 배후에 바로 마르티니스 박사가 있다.

‘주간동아’는 8월 말 3박 4일 일정으로 내한한 마르티니스 박사를 만났다. 27일 저녁 입국해 30일 오전 떠난 그의 국내 시간표는 양자컴퓨터 분야 국내 연구자들과 만남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29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최한 세미나는 마르티니스 박사와 국내 석학들이 모여 양자컴퓨터 연구 현황과 미래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눈 자리였다. 이 세미나가 끝난 뒤 마주 앉은 마르티니스 박사는 “양자컴퓨터가 발전하려면 더 많은 이가 관련 연구 및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 분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 서로 협력할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독자가 궁금해할 내용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양자컴퓨터가 무엇인지, 왜 각국 정부와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컴퓨터’로 불리지만, 기존 컴퓨터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의 핵심 장치는 반도체 트랜지스터다. 컴퓨터는 트랜지스터에 전류가 흐를 때를 1, 멈출 때를 0으로 인식하고 이 신호를 바탕으로 각종 연산을 수행한다. 이때 1 또는 0 값을 갖는 정보의 기본 단위를 비트(bit)라고 한다. 지금까지 컴퓨터 개발은 반도체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함으로써 컴퓨터의 저장 기능과 작업 처리 속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 수십 년간 트랜지스터가 혁신적으로 작아지고, 이에 따라 컴퓨터 성능이 눈부시게 발전한 건 모두 아는 얘기다.



‘양자 우위’는 가능할까

“연내에 슈퍼컴퓨터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능력 보여주겠다”

존 마르티니스 박사가 양자컴퓨터 개발을 가능하게 만드는 큐비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해윤 기자]

그러나 최근 이 발전 속도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트랜지스터가 점점 더 작아져 원자 크기에 가까워지면 현 방식의 컴퓨터 개발에 기술적 한계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를 돌파할 방법으로 추진 중인 것이 바로 양자컴퓨터 개발이다.
 
양자컴퓨터의 핵심은 양자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작은 에너지 덩어리인 양자는 중첩(superposition)과 얽힘(entanglement)이라는 특수한 성질을 갖고 있다. 한 개의 입자가 여러 속성을 동시에 가진 채(중첩)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얽힘)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기존 컴퓨터 비트는 0과 1 중 한 개 값밖에 갖지 못한다. 하지만 양자비트(quantum bit), 이른바 ‘큐비트’는 0이면서 동시에 1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하지 말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닐스 보어조차 “양자 이론을 접하고 당혹해하지 않는 사람은 양자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기존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러한 물리 현상이 실재한다는 점이다.

이 성질을 컴퓨터 개발에 활용하면 장치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비트 2개는 각각 0 또는 1을 의미할 뿐이지만 큐비트 2개는 00, 01, 10, 11 등 4개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게다가 큐비트가 표시하는 정보량은 큐비트 3개일 경우 8개(2의 3제곱), 4개는 16개(2의 4제곱)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1980년대에 바로 이 성질을 컴퓨터 개발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후 양자컴퓨터 개념은 많은 연구를 통해 ‘이론적으로’ 다듬어졌다.

마르티니스 박사에 따르면 큐비트 50개를 가진 양자컴퓨터의 연산 능력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슈퍼컴퓨터의 컴퓨팅 능력을 합친 것보다 클 수 있다. 큐비트 개수가 300개로 늘어나면 온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 수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처리가 가능해진다. 이만한 능력을 가진 컴퓨터를 만들 수만 있다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신약 개발 등 막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를 전제 조건으로 하는 각종 ‘미래 기술’ 상용화가 빨라질 게 분명하다. 구글을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는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양자컴퓨터 개발에 앞다퉈 뛰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론 세계’에서 완벽한 양자컴퓨터 아이디어를 실물화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양자컴퓨터가 빠른 속도로 막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하려면 양자의 중첩성과 얽힘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마르티니스 박사는 이날 ETRI에서 한 시간에 걸쳐 구글의 양자컴퓨터 개발 노력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구글이 양자성을 극대화하려고 사용하는 방법은 초전도 현상이다. 섭씨 영하 약 270도 환경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해 큐비트를 만들고, 역시 극저온 상태에서 이를 제어해 양자컴퓨터를 구동한다고 한다. 그의 ‘강의’를 들은 뒤 “매우 인상적인 설명이었지만 사실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고 털어놓자 마르티니스 박사는 “충분히 이해한다.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은 얘기일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이 방식으로 구글이 이미 큐비트 9개, 22개짜리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죠. 이후 큐비트 개수를 계속 늘려가고 있어요. 올해 안에 큐비트 50개로 이뤄진 양자컴퓨터를 공개할 예정인데, 그때가 되면 양자컴퓨터의 능력이 특정 분야에서 현 슈퍼컴퓨터 성능을 능가한다는 게 입증될 겁니다.”

마르티니스 박사의 얘기다. 슈퍼컴퓨터는 연산처리 속도를 기준으로 세계 500위 안에 드는 컴퓨터를 가리키는 용어다. 매년 두 번씩 열리는 ‘국제 슈퍼컴퓨팅 학술대회(ISC)’에서 이 순위를 발표하는데, 올해 상반기 1위를 차지한 중국 슈퍼컴퓨터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Sunway TaihuLight)’의 경우 연산처리 속도가 93페타플롭(pf)에 달한다. 1pf는 초당 1000조 번의 연산처리를 표시하는 단위다.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는 1초에 9경3000조 번 연산을 수행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수준에 오른 슈퍼컴퓨터보다 성능이 뛰어난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이른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증명하는 건 현재 양자컴퓨터 연구에 뛰어든 모든 ‘선수’ 앞에 공통적으로 놓여 있는 과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일정 개수 이상 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를 만든다 해도, 이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 연구 생태계

“연내에 슈퍼컴퓨터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능력 보여주겠다”

[박해윤 기자]

양자컴퓨터가 제구실을 하려면 0이면서 동시에 1인 양자 상태가 작동 중 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양자는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해 미세한 자극만으로도 본래의 성질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연산 결과가 틀릴 수밖에 없다. 연산이 진행되는 동안 양자가 온전한 상태(coherence·결맞음)를 유지하도록 주변 환경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전자나 원자핵의 양자 현상을 정밀 제어해 연산을 수행하게 하고, 이후 연산 결과물인 양자 상태를 정밀 측정해 연산 결과를 확인하는 데도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캐나다 벤처회사 ‘디웨이브’ 등 일부 기업이 이미 큐비트 수가 100개 이상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는데도, 과학계가 이를 진정한 의미의 양자컴퓨터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마르티니스 박사는 이에 대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 중 하나는 양자컴퓨터의 ‘신뢰도(fidelity)’를 높이는 것”이라며 “구글은 다양한 알고리즘 개발과 정밀한 조작 등을 통해 양자컴퓨터의 오류 발생률을 낮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구글뿐 아니라 세계 여러 연구실에서 많은 학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초전도 양자컴퓨터 회로를 개발하고 이를 실험하면서 양자컴퓨터 성능을 빠른 속도로 개선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멀게만 느껴지던 ‘양자 우위’가 성큼 다가오게 됐다는 게 마르티니스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구글은 과학자가 일하기에 이상적인 회사다. 양자컴퓨터 개발이 매우 어려운 과제이고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충분히 이해해준다. 우리가 비용 걱정 없이 연구개발을 진행하도록 자금을 지원하면서, 또한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해 다른 과학자들과 공유하는 것도 허용해줬다. 그 덕에 우리는 우리의 성과를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고, 또 그들의 성과를 우리 연구에 반영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마르티니스 박사가 바쁜 일정 중에 한국을 찾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머잖아 양자컴퓨터 개발 분야에서 구글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데, 여기 와서 당신의 노하우를 공개하고 의견을 나누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금 저의 관심사는 다른 양자컴퓨터 개발자가 아니라 바로 자연이에요.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물질(양자)을 이해하고 잘 이용할 방법을 찾아내는 건 매우 어려운 도전이죠. 그 결실이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된다면 가능한 한 더 많은 연구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 활동에 뛰어들도록 독려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새로운 미래

“연내에 슈퍼컴퓨터 뛰어넘는   양자컴퓨터 능력 보여주겠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소인수분해 원리를 응용해 만든 현재의 암호체계는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사진 제공·암스테르담 국립수학전산학연구소(CWI)]

그는 빠르면 올해 안에 대중에게 공개할 ‘50 큐비트 양자컴퓨터’가 특정 계산이나 문제 해결 면에서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해 ‘양자 우위’를 입증한다 해도 그것을 상용화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 결실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현재 슈퍼컴퓨터가 담당하는 기상 예측은 물론, 인간 신경망 분석 등 미시 분야에서부터 광대한 우주 분석까지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지능 총량을 뛰어넘어 스스로 진화하는 이른바 ‘싱귤래리티’(singularity·기술적 특이점) 시점을 2045년으로 예측했다. 양자컴퓨터가 실용화하면 이 시기도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박성수 ETRI 책임연구원은 양자컴퓨터의 강력한 암호해독 능력에도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계산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복잡한 소인수분해 문제 풀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현 암호체계는 모두 ‘뚫릴’ 수밖에 없다. 박 연구원이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양자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미국이 이 분야 연구에 매년 2억 달러(약 2200억 원) 규모의 정부자금을 지원하고, 영국 정부가 2014년부터 5년간 1억2000만 파운드(약 1745억 원)를 투입하는 등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배경에는 이러한 안보적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양자정보통신 기술개발 사업’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ETRI가 마르티니스 박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8월 18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양자통신, 양자컴퓨터의 부상’이라는 주제로 원탁토론회를 여는 등 학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마르티니스 박사는 “한국에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기쁜 일”이라며 “실용적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좋은 협력관계를 맺게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입력 2017-09-05 09:37:00

  • 대전=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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