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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히로뽕’, 그때는 피로 해소제였다

‘히로뽕’, 그때는 피로 해소제였다

‘히로뽕’, 그때는 피로 해소제였다
‘신발매품, 피로 방지와 해소엔! 게으름뱅이를 없애는 ◯◯◯’ 

다소 촌스럽지만 약 78년 전 이런 신문 광고가 있었다. 빈칸에 ‘박카스’라고 채워 넣어도 크게 이상할 것 없는 이 광고의 주인공은 어떤 상품이었을까. 놀라지 말라. 바로 ‘히로뽕’이었다. 맞다. 필로폰 혹은 메스암페타민의 속칭인 히로뽕은 1941년 일본의 한 제약회사가 내놓은 피로 해소제 이름이었다. 

실제로 메스암페타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인들에게 대량 투약됐다. 각성 효과가 강력해 못 먹고 못 자서 피곤한 군인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일본 본토에서 전쟁 물자를 대느라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장시간 노동자에게도 필수였다. 이렇게 메스암페타민이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는 데는 제국주의 일본이 한몫했다. 

흔히 한국을 마약 청정국가라고 한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외국물 먹은 소수의 일탈자를 제외하고 평범한 보통 사람은 마약을 구경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대도시 뒷골목에서 코카인, 헤로인, 메스암페타민 같은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이른바 ‘선진국’과는 비교된다. 

그런 이유로 국내에서 마약은 금기다. 엄한 법적 처벌뿐 아니라 대중의 단죄도 받는다. 아무리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올린 국민 스타라 해도 마약 연루 사실이 확인되면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한다. 혹시 그 스타가 여성이라면 ‘섹스 파티’ 같은 단어가 연관 검색어로 묶이면서 더욱더 심한 질타를 받는다.


3대 마약, 코카인-헤로인-메스암페타민

영화 ‘베테랑’의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 분). [사진 제공·외유내강]

영화 ‘베테랑’의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 분). [사진 제공·외유내강]

따라서 보통 사람이 마약을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뿐이다. ‘베테랑’ 같은 영화에서 재벌 2세의 일탈로 마약이 등장하니 말이다. 사실 한 번쯤 마약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이 영화 때문이었다. 도대체 극 중 형사(황정민 분)는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 분)가 코를 훌쩍거리는 모습만 보고 어떻게 마약 냄새를 맡았을까. 

이 영화에서 재벌 2세가 탐닉한 마약은 ‘코카인’이다. 코카인은 남미 원주민이 오랫동안 약으로 써온 코카 잎에서 뽑아낸 마약 성분을 정제한 것이다. 코카인 1kg을 얻으려면 코카 잎 250kg이 필요하다. 그러니 남미 원주민이 비타민 섭취 등을 위해 코카 잎을 질겅질겅 씹는 모습을 본다고 ‘약쟁이’라고 오판해선 안 된다. 

코카인을 복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코로 흡입하는 것이다. 주사 같은 도구가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코카인 가루를 흡입하면 코의 좁은 점막으로 서서히 흡수돼 안전하다. 그러니 영화나 드라마에서 하얀 가루를 손등이나 지폐에 올려놓고 코로 흡입하는 마약은 100% 코카인이다. 

주로 코로 흡입하다 보니, 코카인 중독자는 코를 훌쩍거리는 경우가 많다. ‘베테랑’ 속 형사가 코를 훌쩍거리는 재벌 2세의 모습을 보고 코카인 중독의 냄새를 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형사는 어쩌면 코를 훌쩍거리는 버릇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코카인 중독의 냄새를 맡았을지 모른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그런 소문이 있었다. 

이제 보기만 해도 아찔한 주사가 등장할 차례다. 코카인과 함께 ‘강성 마약(hard drug)’으로 분류되는 두 가지가 헤로인과 앞에서 언급한 메스암페타민이다. 헤로인의 원료는 양귀비로, 빨간색 양귀비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에서 짜낸 진액을 하루쯤 말리면 아편이 된다. 맞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중국 청 제국 몰락의 시발점이 된 ‘아편전쟁’의 그 아편이다. 

아편은 오래전부터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진통제로 쓰였다. 아편에서 진통제의 대표 격인 모르핀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모르핀을 다시 화학 처리한 것이 헤로인이다. 아편, 모르핀도 만만치 않은 중독성 마약인데, 이것을 다시 정제한 헤로인은 얼마나 강력할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미국도 대마 허용 놓고 고민

헤로인 중독자는 이 독한 마약의 참맛을 느끼려고 흡입하거나 마시는 대신 주사로 직접 몸에 투여한다. 영화에서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액체를 만든 뒤 주사기에 넣어 몸에 주사를 놓는 장면이 나온다면 대부분 헤로인이다. 그렇다면 메스암페타민은? 화학 합성을 통해 만든 메스암페타민은 음료에 타 먹을 수도, 정맥 주사로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메스암페타민 중독자는 당연히 주사를 선호한다. 비싼 돈을 주고 구한 마약을 제대로 즐기려면 몸에 직접 투여하는 것이 즉효니까. 최근에는 원료 식물이 굳이 필요 없는 메스암페타민이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로 세력을 확장 중이라는 사실도 덧붙여야겠다. 

알다시피 ‘마약과 전쟁’으로 유명한 미국 일부 주에서 합법화가 추진되고 있는 대마는 앞에서 언급한 3개와 달리 ‘연성 마약(soft drug)’이다. 대마를 말려 피우면 ‘감각이 예민해지며’ ‘잘 들리고, 잘 보이는’ 것 같은 나른한 기분이 3시간가량 지속한다. 환각 효과가 있지만 강하지 않고, 기분이 좋아 헤헤거리는 정도다. 

이렇게 대마는 술이나 담배와 비교했을 때도 그 해가 크지 않아 세계 곳곳에서 조심스럽게 허용 여부를 고민 중이다. 이런 분위기에는 돈 쓸 데는 많고 돈 들어올 곳은 적은 여러 정부의 고민도 한몫한다. 대마를 합법화해 정부가 통제하면 지하 경제로 흘러들어가는 상당액의 돈을 가로챌 수 있다. ‘한국대마공사’ 같은 회사가 생긴다면 성공 가능성은 100%일 테니까.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지금 대마를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마약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fact)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마약을 해봤던 위대한 인물들, 즉 장 폴 사르트르(철학자), 칼 세이건(과학자), 스티브 잡스(기업인) 등이 이구동성으로 (연성) 마약 예찬을 펼친 모습을 보면서 살짝 궁금하긴 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한마디만 덧붙이자. 마약 하면 곧바로 범죄가 연상되는 국내 상황에서 보통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정확한 마약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럴 때 ‘마약 덕후’를 자처한 평범한 시민이 국내외 공신력 있는 자료들을 총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오후 지음/ 동아시아 펴냄).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더 알면 다친다.




주간동아 2018.09.05 1154호 (p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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