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통계청이 밝힌 한국의 청년(15~29세)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였고, 같은 시기 일본 청년실업률은 5~6%대로 나타났다. 물론 실업자에 대한 일본 내 정의가 타국에 비해 느슨한 결과고 실제로는 이보다 더 나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치보다 피부로 느끼는 젊은 세대의 실업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청년실업 문제와 아울러 부모와 동거하는 자식이 늘어나는 새로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오래전 부모가 사망했는데도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부모의 연금을 받아 생활비로 쓰다 발각됐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무기력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에서는 젊은 세대의 문제를 함축한 세 가지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첫째, ‘프리터’는 프리랜서와 아르바이터의 조합어로 계약직, 파견직, 아르바이트, 파트타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본래 15~34세 범위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프리터의 연령대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니트족의 고령화와 관련해 도쿄대가 20~59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무직자(Solitary Non-employed Persons)가 16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그중 35세 이상이 79만 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러한 고립무직자는 일상에서 지인이나 친구와 교류가 없고 스포츠, 여행 같은 여가활동도 전혀 하지 않는다. 고립무직자가 되는 이유는 여성의 경우 이혼이나 실연, 직장생활에 대한 권태, 전직 등이다.
이 조사를 실시한 도쿄대 교수는 청년기에 일하지 않으면 중·장년이 돼도 여전히 무직자로 지내고 결국 생활보호대상자로 전락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장년층 니트족이 급증한 이유는 거품경제 붕괴 직후인 1990년대에 등장한 청년 니트족이 정규직을 얻지 못한 채 그대로 중·장년이 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 은둔형 외톨이로 번역되는 ‘히키코모리’가 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거나 방에서조차 거의 나오지 않고, 보통은 집에 있지만 취미 관련 용무로는 외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일본 내각부가 5월 발간한 ‘아동 및 청년백서’에 2010년 히키코모리 실태 조사 결과가 실려 있는데, 15~39세 가운데 광의의 히키코모리 인정자는 1.79%로 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키코모리가 되는 3대 이유가 바로 직장 부적응, 질병, 구직활동 실패다.
히키코모리는 일반인과 비교해 감정 표출에 서툰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일본 정부는 중·장년층 프리터와 30대 후반의 불안정한 근로자가 빠른 시기에 안정적인 고용상태에 이르도록 취로지원시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 사회 상황과 맞물려 가족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 한국의 캥거루족에 해당하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이다. 부모와 동거하면서 식비, 광열비, 주거비 등을 부모에게 부담케 하고 절약한 돈을 자신의 오락비 및 교제비로 사용하면서 취사, 세탁, 청소 등 가사노동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층을 가리키는 용어다. 1997년 2월 한 신문에 등장한 후 널리 쓰이고 있다. 이들이 부모에게 의존하며 우아한 독신생활을 즐긴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본 젊은 세대의 미혼과 만혼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패러사이트 싱글’은 90년대 말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지만 최근까지 이들의 동향에는 큰 변화가 없다. 2010년 총무성 조사 결과를 보면 20~34세 청년층과 35~44세 장년층이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의 변화로 1년 미만 임시직이 증가하는 것도 이들의 독립을 저해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1990년대 이후 20대를 경험한 세대는 취직 빙하기에 사회에 나왔다 취직을 못 하거나 아르바이트 등 임시고용 상태이기에 부모 곁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과도기적 시대 상황의 산물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비해 ‘노동의 취미화’ 또는 ‘사치스러운 실업’이라고 볼 수 있는 젊은 층도 있다. 이들은 생계가 보장되기에 서둘러 직장을 구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쉽게 그만둔다. 반대로 부모에게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상대적으로 지식 및 기술을 습득하지 못해 고소득을 기대할 수 없고 이것이 취업희망을 억제하는 원인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이른바 사치스러운 실업으로 야유받던 젊은 층의 실업이 최근에는 ‘빈곤의 재생산’을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70%에 가까운 부모가 성인 자녀와 함께 살고 있고, 부모 10명 중 4명이 학교를 졸업했거나 취업 및 결혼한 자녀를 계속 부양하고 있다. 이들이 부양하는 25세 이상 자녀의 90% 가까이가 미혼이며, 이 가운데 학생인 13%를 제외하면 취업자는 60%에도 미치지 못하고 비취업자는 30%에 가깝다.
특징적인 것은 많은 부모가 취업한 자녀를 부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월평균 70만 원 넘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모 가운데 30%는 자녀 부양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빈곤율과 자살률 1위인 한국의 실정을 감안한다면 성인 자녀 부양 문제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현상이다. 물론 성인 자녀와의 동거는 경제상황이 악화됐을 때 부모와 자녀가 협력해 가계를 지탱하는 일종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하면서 가족 유대를 강화하는 순기능도 없지 않다.
청년 문제에 관한 한 한국과 일본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매년 사회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나 유행어에 시상을 하는데 2013년 ‘사토리 세대’라는 용어가 후보에 올랐다. 이는 1990년대 태어나 거품경제 붕괴와 함께 불황만 경험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인터넷 이용에 능숙하며 현실 관련 지식이 많고 쓸데없는 노력이나 충돌을 피하며 큰 꿈이나 희망을 가지지 않고 소비에도 집착하지 않는 등 합리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꿈이 없는 젊은이가 늘어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우울한 미래가 그려질 뿐이다.
일본에서는 젊은 세대의 문제를 함축한 세 가지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첫째, ‘프리터’는 프리랜서와 아르바이터의 조합어로 계약직, 파견직, 아르바이트, 파트타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본래 15~34세 범위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프리터의 연령대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늙어서도 자식 부양에 허덕이는 부모
둘째, 2004년 무렵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라는 용어로, 프리터나 무직자와 달리 스스로 일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구직 포기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취직이 안 돼 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취업, 직업훈련, 교육, 가사 같은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중·장년층 니트족의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총무성 조사에서도 청년층보다 중·장년층 니트족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니트족의 고령화와 관련해 도쿄대가 20~59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무직자(Solitary Non-employed Persons)가 16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그중 35세 이상이 79만 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러한 고립무직자는 일상에서 지인이나 친구와 교류가 없고 스포츠, 여행 같은 여가활동도 전혀 하지 않는다. 고립무직자가 되는 이유는 여성의 경우 이혼이나 실연, 직장생활에 대한 권태, 전직 등이다.
이 조사를 실시한 도쿄대 교수는 청년기에 일하지 않으면 중·장년이 돼도 여전히 무직자로 지내고 결국 생활보호대상자로 전락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장년층 니트족이 급증한 이유는 거품경제 붕괴 직후인 1990년대에 등장한 청년 니트족이 정규직을 얻지 못한 채 그대로 중·장년이 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 은둔형 외톨이로 번역되는 ‘히키코모리’가 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거나 방에서조차 거의 나오지 않고, 보통은 집에 있지만 취미 관련 용무로는 외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일본 내각부가 5월 발간한 ‘아동 및 청년백서’에 2010년 히키코모리 실태 조사 결과가 실려 있는데, 15~39세 가운데 광의의 히키코모리 인정자는 1.79%로 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키코모리가 되는 3대 이유가 바로 직장 부적응, 질병, 구직활동 실패다.
히키코모리는 일반인과 비교해 감정 표출에 서툰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일본 정부는 중·장년층 프리터와 30대 후반의 불안정한 근로자가 빠른 시기에 안정적인 고용상태에 이르도록 취로지원시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 사회 상황과 맞물려 가족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 한국의 캥거루족에 해당하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이다. 부모와 동거하면서 식비, 광열비, 주거비 등을 부모에게 부담케 하고 절약한 돈을 자신의 오락비 및 교제비로 사용하면서 취사, 세탁, 청소 등 가사노동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층을 가리키는 용어다. 1997년 2월 한 신문에 등장한 후 널리 쓰이고 있다. 이들이 부모에게 의존하며 우아한 독신생활을 즐긴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본 젊은 세대의 미혼과 만혼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패러사이트 싱글’은 90년대 말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지만 최근까지 이들의 동향에는 큰 변화가 없다. 2010년 총무성 조사 결과를 보면 20~34세 청년층과 35~44세 장년층이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의 변화로 1년 미만 임시직이 증가하는 것도 이들의 독립을 저해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1990년대 이후 20대를 경험한 세대는 취직 빙하기에 사회에 나왔다 취직을 못 하거나 아르바이트 등 임시고용 상태이기에 부모 곁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과도기적 시대 상황의 산물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비해 ‘노동의 취미화’ 또는 ‘사치스러운 실업’이라고 볼 수 있는 젊은 층도 있다. 이들은 생계가 보장되기에 서둘러 직장을 구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쉽게 그만둔다. 반대로 부모에게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상대적으로 지식 및 기술을 습득하지 못해 고소득을 기대할 수 없고 이것이 취업희망을 억제하는 원인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이른바 사치스러운 실업으로 야유받던 젊은 층의 실업이 최근에는 ‘빈곤의 재생산’을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일본 니트족과 한국 N포세대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년 5월 한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15~29세 연령집단의 구직 포기자가 18%에 이르며, 한국은 지난 10년간 청년고용률이 크게 하락해 OECD 회원국 평균을 한참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2016년 고용전망’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대졸 이상 고학력 니트족 비율이 42.5%로 OECD 34개 회원국 중 1위이며, 회원국 전체 평균인 16.5%보다 2.6배나 높다고 발표했다. 이미 한국에서는 구직 포기를 넘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에서 5포, 7포, 9포로 늘어나더니 꿈도 희망도 없는 N포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또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70%에 가까운 부모가 성인 자녀와 함께 살고 있고, 부모 10명 중 4명이 학교를 졸업했거나 취업 및 결혼한 자녀를 계속 부양하고 있다. 이들이 부양하는 25세 이상 자녀의 90% 가까이가 미혼이며, 이 가운데 학생인 13%를 제외하면 취업자는 60%에도 미치지 못하고 비취업자는 30%에 가깝다.
특징적인 것은 많은 부모가 취업한 자녀를 부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월평균 70만 원 넘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모 가운데 30%는 자녀 부양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빈곤율과 자살률 1위인 한국의 실정을 감안한다면 성인 자녀 부양 문제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현상이다. 물론 성인 자녀와의 동거는 경제상황이 악화됐을 때 부모와 자녀가 협력해 가계를 지탱하는 일종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하면서 가족 유대를 강화하는 순기능도 없지 않다.
청년 문제에 관한 한 한국과 일본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매년 사회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나 유행어에 시상을 하는데 2013년 ‘사토리 세대’라는 용어가 후보에 올랐다. 이는 1990년대 태어나 거품경제 붕괴와 함께 불황만 경험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인터넷 이용에 능숙하며 현실 관련 지식이 많고 쓸데없는 노력이나 충돌을 피하며 큰 꿈이나 희망을 가지지 않고 소비에도 집착하지 않는 등 합리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꿈이 없는 젊은이가 늘어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우울한 미래가 그려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