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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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이회창에 ‘맞펀치’ 날리나

한나라 대권구도 ‘李-姜 대결’가능성…총선 승리 이회창총재 “무슨 소리”

  • 입력2005-10-14 12: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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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재섭, 이회창에 ‘맞펀치’ 날리나
    “세월을 낚는 강태공은 되지 않겠다.”

    “한나라당의 주축은 우리 대구-경북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전당대회를 통해 총재의 지도력 부재와 공천파동의 책임을 묻고 대선 정국에서 큰 일을 하겠다.”

    한나라당 내 차세대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강재섭의원(대구 서)이 ‘4·13총선’ 직후부터 예사롭지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이회창총재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로 평가받는 데다 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영남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물론 서울의 김덕룡(서초을) 서청원(동작갑)경남의 강삼재의원(마산 회원) 등도 이회창총재에 대한 도전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이 ‘영남당’이고 영남의 절대적인 지지 없이는 차기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장기레이스는 ‘이회창 대 강재섭’의 대결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4·13총선’을 거치면서 이회창총재는 전례없이 강해졌다. 원내 과반수(137석)에 근접한 133석의 의석을 확보, 제1당 자리를 확고히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쿠데타’라고까지 불렸던 공천물갈이를 통해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 ‘3김 다음가는’ 당내기반을 다졌다. 지역구당선자 112명 중 60여명이 범이회창계로 파악되고 있다. 또 전국 지구당위원장 중 6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대세는 이회창’인 셈이다.

    여기에다 윤여준 전(前)여의도연구소장과 고흥길섭외특보 이원창홍보특보 등 핵심측근들이 모두 원내진출에 성공한 것도 이총재에겐 힘이 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회창총재는 자신감을 가진 표정이다. 그는 당내 비주류가 5월 전당대회의 연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밀어붙여 당권을 보다 확고히 하고 거칠 것 없이 대권가도를 달리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반짝했던 영남정권창출론이 총선을 거치면서 진정된 것도 이회창총재입장에선 고무적인 현상이다. 영남정권창출론의 중심에 서있던 민주국민당의 이수성상임고문과 김윤환 이기택 박찬종최고위원 등이 줄줄이 낙마, 정국의 중심에서 밀려나면서 영남정권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음이 분명하다.

    이런 탓에 영남정치권은 상당기간 이총재 친정체제의 언저리에서 주저앉아 있을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같은 이유로 이총재의 당권-대권행보에 대항할 영남주자를 찾는 일조차 어려운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총재의 운은 어디까지나 ‘이번 총선까지일 뿐’이라는 상반된 시각도 만만치 않다. 총선에서는 ‘영남=한나라당’이었지만 차기대권주자 문제에서도 ‘영남=이회창’이란 등식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영남지역에서 이회창총재에 대한 회의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총선 직후 한나라당 내에서 꿈틀대기 시작한 영남의 정치세력화론은 주목받고 있다. 이 논의는 TK와 PK지역에서 동시에 일고 있지만, TK에서 다소 강한 듯하다.

    총선 다음날인 4월14일 밤 대구지역 당선자들과 대구출신 전국구 당선자들이 대구시내 한 음식점에서 모였다(박근혜의원만 불참).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당내에서 지역의원들의 위상을 높이고 대권창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자”고 입을 모았다.

    5선으로 TK지역 최다선이 된 정창화의원(경북 군위-의성)은 “이번 총선 결과가 ‘반DJ기류’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차기 대선에서의 ‘영남후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기대감이 표출된 결과”라며 새 구심점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PK지역에서도 6선의 박관용, 5선의 강삼재의원을 중심으로 PK정치세력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총재가 그리 마음놓을 상황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영남권이 중심이 된 ‘반이회창연대’가 성사된다면 5월 전당대회의 향배부터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총재가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유지한다하더라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영남대권후보론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결국 이총재는 자신이 야당의 대권후보로 확정되는 순간까지 영남후보론을 진압하기 위한 전쟁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총선 직후 대구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주목할만 하다.

    향후 대구-경북을 대표할 정치인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무응답이 82.6%로 가장 많았다. 다수의 TK중진들이 총선에서 낙마한 탓인 듯했다. 하지만 응답이 나온 중에서는 강재섭의원(4.5%)이 1위였다.

    TK지역 당선자 27명을 대상으로 영남일보가 실시한 조사결과도 비슷했다. 13명의 당선자가 ‘없다’ 또는 ‘현재로선 없다’고 답변했지만 5명은 강재섭의원을 지목했다.

    강재섭의원의 부상은 민주당 김중권 전청와대비서실장, 자민련 박철언부총재, 민국당 이수성고문과 김윤환최고위원 등이 낙마한 사실뿐 아니라 참신한 인물을 바라는 지역여론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TK지역 의원과 주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거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그의 ‘원대한 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TK의원들이 적지 않다. 강재섭의원이 98년 한나라당 총재 경선 도전을 선언했다가 TK지역 의원들과 위원장들(특히 경북고 선배들)의 질투섞인 비협조로 중도 하차해야 했던 사실에서 그의 한계를 볼 수 있다. 또한 TK의원 중 상당수가 현재 이회창지지자들이라는 점도 큰 부담이다.

    따라서 그가 ‘큰 그림’을 그리려면 TK의원들, 특히 경북고 선배의원들을 묶어낼 수 있어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TK 지역구 당선자 27명 중 10명이 경북고 출신이며, 거의 대부분은 강재섭의원의 선배들이다.

    이와 함께 이총재와 거리를 두고 있는 박근혜의원(대구 달성)과 손을 잡는 문제도 강재섭의원으로선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박정희전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있는 박근혜의원 역시 ‘한국판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나름대로 지도자의 꿈을 키우고 있어, 우호적인 관계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때 선배이자 동지였던 김윤환 박철언의원의 ‘후원’을 얻는 것도 절실한 부분이다. 그가 낙마한 김윤환의원에 대해 “영남의 후진을 키워주셔야 하는 분”, “언젠가는 다시 만날 분”이라는 표현으로 예를 갖추고 있는 것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총선 이후 PK지역 당선자들 중에도 “이제 PK도 ‘이회창 우산’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관심사는 김영삼 전대통령 이후 무주공산이 된 ‘PK목장’을 과연 누가 이끌 것이냐는 문제.

    현재로선 친이회창파 대 반이회창파의 대립구도가 생겨날 가능성이 큰 편이다. 김진재(5선) 하순봉의원(4선)이 ‘이회창의 지역대리인’ 역할을 자임하려는 입장이라면, 박관용 강삼재의원은 독자세력화를 노리는 반이회창라인에 서있다.

    박관용의원은 “이제는 국회의원 선수 하나 늘리는데 신경쓰지 않는다”, 강의원은 “이제 5선을 한 만큼 정치적으로 승부를 걸 때가 왔다”며 벼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두 사람 다 PK만으로는 이회창의 벽을 넘기가 어렵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강재섭-박근혜의원을 간판으로 한 TK 비주류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강재섭-강삼재의원은 98년 총재 경선 당시에도 연대를 시도한 바 있어 이른바 ‘강-강 라인’의 부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일각에서 두 사람이 후보단일화를 이루거나 대권(강재섭)과 당권(강삼재)을 분리하는 ‘파트너십’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당권도전을 공약한 바 있어 후보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한나라당의 차기대권구도와 관련해 YS는 여전히 주목받는 존재다. YS가 ‘영남대통령 만들기’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데다 실제로 특정후보지지를 가시화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YS의 영남대통령론은 총선 전 상도동을 찾았던 많은 인사들에 의해 전파됐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YS가 다음 대선에서 영남대통령을 만들려는 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는 YS 자신도 이를 공개화했다. 그는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대통령 선출과 관련해 누구를 지지할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못박아 정가의 관심을 모았다.

    YS가 누구를 의중에 두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YS가 “다음 대선에서는 세대교체 바람이 더 세게 불 것”이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 상대적으로 젊은 40, 50대 인사일 가능성을 짐작할 뿐이다.

    정가 일각에서는 강재섭의원이나 강삼재의원이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강재섭의원이 비교우위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중에 비치는 이미지에서 강재섭의원이 비교우위에 있는 데다 YS가 영남정권의 ‘순산’(順産)을 위해 PK보다는 TK에서 지지후보를 정할 공산이 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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