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 FC의 손흥민. GETTYIMAGES
‘클래스’ 입증한 손흥민
한국 팬들에겐 다소 생소한 MLS 플레이오프는 여러 단계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다. 우선 동서부 각 콘퍼런스 8위와 9위 팀이 벌이는 단판 승부전은 플레이오프 서막을 알리는 드라마다. 이 경기에서 패배는 곧 시즌 끝을 의미한다. 승리한 팀만이 각 콘퍼런스 1위 팀과 1라운드 대결 자격을 얻는다.MLS 플레이오프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1라운드에서 펼쳐지는 3전 2선승제다. 각 콘퍼런스 1∼7위 팀과 와일드카드 승자가 이 라운드에 참여한다. 합산 점수가 아닌, 먼저 2승을 거두는 팀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상위 시드 팀은 1차전과 필요시 열리는 3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큰 이점을 가진다. 정규 경기 시간 내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연장전 없이 즉시 승부차기로 승자를 결정한다.
1라운드를 통과하면 다시 전통적인 녹아웃 토너먼트 방식으로 돌아간다. 콘퍼런스 준결승부터 MLS 컵 결승까지 모든 경기는 상위 시드 팀 홈에서 단판 승부로 열린다. 1라운드와 달리 이 단계에서는 정규 시간 무승부 시 15분씩 전후반 연장전이 진행된다. 이때도 승부가 갈리지 않으면 승부차기를 한다. 대망의 MLS 컵 결승전은 12월 6일(이하 현지 시간) 정규 시즌 성적이 더 좋은 팀의 홈구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플레이오프 대장정에 나선 LA FC의 2025시즌은 손흥민 합류 전과 후로 나뉜다. 손흥민이 데뷔한 8월 9일 전까지 LA FC는 22번의 리그 경기에서 10승 6무 6패(승점 36점)를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승점은 1.64점이었다. ‘골든 부트’를 노리는 드니 부앙가가 있음에도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홈에서 오스틴 FC, 밴쿠버 화이트캡스, 포틀랜드 팀버스에 연이어 패한 것은 손흥민 합류 전 LA FC의 불안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LA FC에 공식 입단한 손흥민은 즉시 팀 분위기를 바꿨다. 시즌 마지막 12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특히 레알 솔트레이크 원정에선 MLS 첫 해트트릭으로 4-1 승리를 이끌며 ‘클래스’를 증명했다. 손흥민은 부앙가에게도 날개를 달아줬다. 부앙가는 시즌 마지막 9경기에서 11골을 몰아 넣었다. 손흥민과 ‘흥부 듀오’를 이루는 부앙가는 MLS 사상 최초로 3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LA FC는 최종 17승 9무 8패(승점 60점)를 기록하며 서부 콘퍼런스 3번 시드를 확보했다. 손흥민 합류 후 LA FC의 12경기 성적은 7승 3무 2패(승점 24점), 경기당 평균 승점은 2.0점으로 크게 향상됐다. 손흥민은 LA FC에 득점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줬다. 새로운 정체성과 더 높은 기준, 리그를 정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LA FC 손흥민과의 맞대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MLS 인터 마이애미의 리오넬 메시. GETTYIMAGES
플레이오프 여정, 전술적 유연성 시험대
LA FC의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여정은 험난한 도전의 연속이 될 전망이다. LA FC 첫 상대는 6번 시드 오스틴 FC로 확정됐다. 10월 30일 1차전을 치른다. LA FC가 상위 시드지만 정규 시즌 홈에서 0-1로 패배한 경험이 있어 결코 얕볼 수 없는 상대다.대진표를 보면 LA FC가 1라운드를 통과할 경우 2번 시드 밴쿠버 화이트캡스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밴쿠버는 올 시즌 구단 역사상 최다 승점(63점)과 최다 승리(18승), 최다 득점(66골) 기록을 세운 강팀이다. 상대에게 자신들의 플레이 방식을 강요하는, 끈질기고 에너지 넘치는 팀으로 평가받는다. 2025년 정규 시즌 맞대결에서 LA FC는 1무 1패로 밴쿠버에 열세를 보였다. 다만 최근 2년간 플레이오프에서 LA FC는 밴쿠버를 탈락시킨 전적이 있다.
서부 콘퍼런스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를 꼽자면 단연 1번 시드인 샌디에이고 FC다. 이 신생팀은 창단 첫해 19승으로 MLS 신기록을 세우며 서부 콘퍼런스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MLS 올해의 신인상 유력 후보인 안데르스 드레이어(19골 19도움)와 멕시코 슈퍼스타 이르빙 ‘처키’ 로사노를 중심으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LA FC는 손흥민 합류 후인 8월 31일 맞대결에서 샌디에이고에 1-2로 패한 바 있다.
이처럼 LA FC의 플레이오프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팀을 연달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술적 유연성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복병 오스틴을 꺾고, 밴쿠버의 거센 압박을 이겨내며, 샌디에이고의 화력전을 제압해야 서부 콘퍼런스 왕좌에 오를 수 있다. LA FC 앞에 험난한 도전과 역사적인 기회가 동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손흥민과 리오넬 메시의 맞대결이 MLS 컵 결승에서 성사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꿈의 대결이 성사되기 위한 조건은 명확하다. LA FC는 서부 콘퍼런스에서, 인터 마이애미는 동부 콘퍼런스에서 우승해야 한다. 인터 마이애미는 동부 3번 시드로 LA FC와 동일한 위치에서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 1라운드에선 6번 시드 내슈빌 SC와 맞붙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