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부도 사태 불과 2달 전 “매출 1위” 홍보하더니…

중앙그룹 부실 후폭풍… 2조8000억 빚에 채권자들 ‘회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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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6-06-25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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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6일자 중앙일보에는 ‘중앙일보 매출, 국내 신문사 1위’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두 달 뒤인 6월 18일 220억 원어치 중앙일보 기업어음(CP)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스크랩마스터 

    4월 16일자 중앙일보에는 ‘중앙일보 매출, 국내 신문사 1위’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두 달 뒤인 6월 18일 220억 원어치 중앙일보 기업어음(CP)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스크랩마스터 

    ‘중앙일보 매출, 국내 신문사 1위.’

    중앙일보가 4월 16일 2면 전면을 할애해 실은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외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신문 비즈니스에서 좀체 찾아볼 수 없는 고성장세”라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2026년 매출은 3500억 원을 상회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뉴스·구독·광고 다 잡은 중앙일보”라고 홍보했다. 이어 JTBC에 대해서도 “종합편성채널 4사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크고, 2024년 영업적자를 냈으나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고 썼다.

    그러나 이 같은 홍보가 무색해지기까지는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6월 14~15일 중앙그룹의 중앙홀딩스, JTBC, 중앙피앤아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5개사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중앙일보는 16일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2개월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3월 31일 중앙일보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는 자사 홍보 기사와는 결이 다른 위기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 종료 이후 공시 시점까지 28건의 사건 기록을 보면 자금난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부분 부실 자회사에 대한 연대보증이나 자금 대여, 사모·공모사채 발행과 관련된 내용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은행권을 상대로 한 대규모 차입이다. 1월 28일 KB국민은행에서 받은 50억 원 차입금에 대한 연장을 결정했고, 2월 12일 우리은행으로부터 120억 원을 차입했다. 3월 20일에도 하나은행으로부터 300억 원을 빌리는 계약을 맺었다. 자회사인 코리아중앙데일리 흡수 합병, 중앙일보에스의 헬스 사업 양수, 옥외광고 회사 타운보드 인수로 몸집을 불려 매출 1위가 되는 사이 빚더미에 올라서고 있던 셈이다.



    JTBC 기업회생에 중앙일보 어음 부도 잇따라

    중앙그룹 부채 문제는 계열사들끼리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지급 보증 구조라는 점에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JTBC가 스포츠 중계권 독점 등 무리한 투자로 중앙일보에까지 영향을 미친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6월 12일 JTBC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자 신용평가사들은 JTBC와 재무 연결성이 높은 중앙일보 신용등급 역시 하향했다. 이후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해 채권자가 만기와 상관없이 즉시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한양증권은 중앙일보에 올해 12월 7일 만기인 120억 원 규모 기업어음(CP)와 내년 3월 30일 만기인 100억 원 규모 CP의 조기 상환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220억 규모의 CP가 부도 처리된 것이다.

    중앙일보는 자사의 지급 능력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6월 18일 입장문을 통해 “워크아웃을 추진 중이라 모든 채권자 간 형평성을 유지해야 해 전체 채권단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한양증권이 조기 상환을 요구한 데는 총자산 대비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가 큰 영향도 있다. 올해 1분기 말 한양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6478억 원이며, 중앙그룹 계열사의 익스포저는 이것의 13%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한양증권은 기업회생을 신청한 JTBC에도 540억 원의 익스포저가 발생한 상태다. 

    발 동동 채권자들, 돈 돌려 받을 수 있을까

    문제는 중앙그룹에 돈이 묶인 것은 한양증권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중앙그룹 부채를 2조8000억 원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6월 22일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의 차입부채를 2조7471억 원으로 집계하며 대출채권 1조2384억 원, 회사채·CP·단기사채·유동화채권 등 유가증권 1조607억 원, 신종자본증권 4480억 원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주요 금융업권 익스포저로 확인된 규모는 1조395억 원이다. 은행이 8007억 원으로 가장 많고 증권 1251억 원, 캐피털 797억 원, 저축은행 340억 원 순이다.

    차입금 비중이 가장 큰 은행의 경우 상황이 나은 편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기관 대출 중 은행은 절대 비중은 크지만 상당 부분 담보가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담보가 없는 시장성 조달인데, 고금리를 노린 개인투자자 및 일반법인 투자 수요로 중앙그룹 채권이 금융사 리테일 창구를 통해 대부분 팔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개인 채권투자자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중앙그룹 사태 피해 개인채권자 연대’는 6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의 무능과 방만 경영으로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는 동안 7900억 원 빚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떠넘겨졌다”며 “증권사들은 위험한 채권을 안전한 것처럼 판매했고 금융당국은 이를 수수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JTBC와 중앙일보는 위기 상황에서도 공모채 발행을 이어갔다. 올해 2월 JTBC는 930억 원 규모의 ‘제이티비씨 42’ 공모채를, 중앙일보는 500억 원 규모의 ‘중앙일보 51’ 공모채를 발행했다. 당시 누적 적자 등이 있었던 만큼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이 충분히 설명됐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당 채권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BBB등급을 받아 판매가 가능한 채권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다.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6월 22일 “중앙그룹 계열사의 회사채나 CP가 적절하게 발행됐는지 점검을 시작한다고 보고받았다”며 “필요하면 검사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회생 및 워크아웃 절차가 본격 시작돼 채권자와 중앙그룹 간 협의가 시작되면 개인투자자보다 기관투자자가 더 많은 투자자금을 잃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중앙일보 개인 채권자는 워크아웃 기간 중 채무 조정을 통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테고, JTBC 역시 법원이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개인투자자들과는 최대한 원만히 합의하려 할 것”이라며 “오히려 미디어라는 특수성이 있는 그룹과 협의해야 하는 금융기관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일보는 6월 23일 입장문을 통해 “워크아웃 절차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재무 구조를 더 단단하게 정비해 채권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일보는 기업회생을 신청한 다른 중앙그룹 계열사들과 경영적으로 분리된 독립 법인”이라며 “자금 경색은 본업의 경쟁력 부실이 아니라, 계열사 리스크 전이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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