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대한민국 인구 약 5150만 명(2015년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시대에 살고 있다. 종전과 분단 이후 평화의 시대를 맞이해 지난 70년간 급격히 성장한 대한민국은 이제 숨 고르기를 하는 듯 인구, 산업 등 전반적으로 정체기에 들어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주간동아’가 지령(誌齡) 1000호를 맞아 대한민국을 1000명이 사는 마을로 가정하고 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이 마을에서는 1000명 가운데 남성과 여성이 각각 500명으로 동일한 비율로 살고 있다. 1000명 중 155명은 아이들(15세 미만)이고, 845명은 어른들(15세 이상)인데 65세 이상 노인은 108명이다. 이 마을 사람들의 평균연령은 38.1세로 비교적 젊은 편이다.
지난해까지 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의 수는 8.7명으로 마을 역사상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통 82세까지 살지만 남성은 78세, 여성은 85세로 여성이 평균 7세 정도 더 오래 산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줄어들고 평균수명은 늘어나면서 마을 전체가 점점 고령화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다.
평균나이 38.1세, 82세까지 살아
사람들의 건강 상태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 마을 남성의 평균키는 170.5cm로 지난 10년 동안 1cm 더 커졌고, 평균몸무게는 70.9kg으로 2.3kg 늘었다. 여성도 평균키 156.9cm로 10년 사이 0.9cm 크고 평균몸무게는 57kg으로 0.8kg 늘어 남녀 모두 체격이 좋아졌다. 특히 젊은이는 발육 상태가 더 좋아졌는데 20대 남성의 평균키는 174.1cm, 여성은 161.6cm이다. 이는 80대와 비교하면 각각 11.6cm, 14.1cm 더 큰 수치다.
이 마을 사람들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산다. 서울에 가장 많은 200명이 모여 살고 부산 70명, 대구 48명, 인천 58명, 광주 28명, 대전 30명, 울산 22명이 살고 있다. 또 경기에는 248명, 강원 30명, 충북 30명, 충남 40명, 전북 36명, 전남 38명, 경북 53명, 경남 66명, 제주 12명이 거주한다. 마을 행정을 담당하는 사무실을 옮기면서 인구 분산을 꾀했지만 여전히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인구 절반 이상인 506명이 모여 사는 것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마을 사람들은 평균 2.4명이 한 가족을 이루며 총 346가구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82가구고 2명 84가구, 3명 72가구, 4명 76가구, 5명 20가구, 6명 4가구 등이다.
마을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남성 32.4세, 여성 29.8세에 결혼해 가정을 이룬다. 지난해 결혼한 이들은 60쌍으로 마을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혼한 사람은 22쌍으로 10쌍이 결혼하면 3.6쌍은 갈라서는 꼴이다. 초혼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율은 낮아져 혼자 혹은 둘이 사는 가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 마을 346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51만 원이며, 이 중 350만 원을 지출한다. 지출은 식료품·비주류음료 부문이 35만 원으로 가장 많고, 교육비가 34만 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 밖에 주거·수도 등에 33만 원, 음식·숙박 32만 원, 교통 31만 원, 기타 상품·서비스 22만 원, 보건 17만 원, 의류·신발 15만 원 등을 소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교육비와 식비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지난해 이 마을 사람들은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로 24.2만 원을 썼으며 사교육에 참여한 사람도 전체의 68.6%에 달했다.
346가구 가운데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이하는 50가구, 100만~200만 원은 110가구, 200만~300만 원은 90가구, 300만~400만 원은 40가구, 400만 원 이상은 40가구다. 많이 버는 100명의 재산은 이 마을 전체 재산의 30%를 차지하고, 적게 버는 100명의 재산은 전체의 2%가 채 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적게 버는 집은 더 가난해지고 많이 버는 집은 더 부유해지는 데 대해 마을 사람들은 불만을 갖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할 사람에 비해 일할 곳은 적어 실업률이 높고, 특히 청년들(15~29세)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은 545명인 데 반해 실업자는 21명이고, 이 가운데 청년 실업자는 8.8명이다.
마을 사람들은 집에 큰 가치를 둬 대부분 일해서 번 돈과 빌린 돈을 합해 집을 사려고 한다. 그러나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은 전체의 47.5%에 불과하고 보증부 월세 29.4%, 전세 14.2%, 월세 2.9% 순으로 집을 갖지 못한 이가 52.5%로 절반을 넘는다.
이 마을에는 해가 갈수록 다른 마을에서 이주해온 사람이 늘어나 10년 전 9.6명에 불과하던 이주민 수는 현재 19.6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몇 해 전부터 결혼 이주자가 늘어 19.6명 중 3명꼴로 새롭게 이 마을에 정착하고 있다.
재봉틀에서 양문형 냉장고로 혼수품 변화
지금까지 1000명이 사는 마을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대한민국을 돌아봤다. 이 가운데 우리 삶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지표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국가의 가장 기본 단위를 이루는 가족은 혼인을 통해 구성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의 경우 32.42세, 여성은 29.81세로 나타났다. 1990년 평균 초혼연령이 남성 27.29세, 여성 24.78세였던 것에 비하면 25년 사이 각각 5세씩 늘어난 셈. 이는 대학 졸업과 취업이 점점 늦어지면서 초혼연령도 덩달아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 비용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면서 결혼이 축복받는 일이 아닌 비즈니스로 비화되기도 한다. 실제로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서 최근 2년간 결혼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의 결혼 비용은 평균 2억3798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주택자금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평균 1억8089만 원, 지방은 평균 1억5419만 원이 들어갔다. 아직까지 남성이 집을 마련하고 여성이 혼수를 해가는 형태의 결혼문화가 유지되고 있어 결혼자금 분담 비용은 남성의 경우 평균 1억5231만 원, 여성은 평균 8567만 원이 들었다.
이 가운데 혼수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다. 듀오에서 기혼여성 8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인기 혼수품으로 1960~70년대에는 반상기세트(22.1%)가 1위를 차지했고 한복감(19.8%), 재봉틀(15.2%) 순이었다. 80년대에는 컬러TV(15.2%), 120ℓ 냉장고(14.4%), 반자동 세탁기(13%) 순이었고, 90년대에는 대형TV(22.7%), 침대(17.8%), 진공청소기(12.9%) 순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인기 혼수품은 양문형 대형냉장고(29.1%)가 1위고 그다음 드럼세탁기(22.8%), 홈시어터(21.4%) 순이었는데 최근에는 커피 소비가 늘면서 커피머신도 혼수품 목록에 올랐다. 생활상이 달라지고 산업 발전에 따라 가전제품도 진화하면서 주부들이 갖추고 싶어 하는 혼수품의 모습도 급격히 달라졌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출산율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합계출산율은 1.18명에 불과하다. 사실 1990년대까지도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다. 60년대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70년대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90년대는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란 표어로 캠페인을 이어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자녀는 평생선물, 자녀끼리 평생친구’ 같은 표어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혼남녀가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양육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녀 출산 후 대학교육까지 드는 양육비가 1명당 평균 3억80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2명이면 수도권 아파트 한 채 값이 날아가는 셈이다. 특히 교육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녀 교육비가 소득에 비해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가구주는 69.3%에 이르렀다. 현재 정부에서 임신 비용 50만 원과 만 5세까지 보육료 혹은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양육비에 대한 근심이 쌓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죽을 때 빚 2억여 원
통계청에서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은 가구당 평균 451만 원이다. 가계지출은 350만 원으로, 사람들은 소득의 77.6%를 쓰면서 산다. 2007년 ‘이코노미스트’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성이 평생 버는 돈은 평균 14억4558만 원인 반면, 죽기 전까지 16억8814만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2억4256만 원은 빚을 지고 살다 죽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인은 주로 어디에서 소비할까. 이 땅에서 처음 상거래가 시작돼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재래시장은 점점 쇠락해가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찾는 소비시장의 기본 단위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현황을 살펴보면 2006년 1610개였던 재래시장은 2012년 1511개로 줄었다. 이 가운데 도시에 위치한 상설시장은 70%, 5일장 형태의 정기 시장은 30% 정도를 차지한다.
재래시장 다음으로 역사가 깊은 시장 형태는 백화점이다. 1931년 서울 종로2가에 옛 화신상회가 화신백화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면서 첫 백화점으로 소비자를 맞았다. 당시에는 돈깨나 있는 이들의 전유 공간이었으나, 이후 80년대 경제성장기에 들어서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소비 장소로 변화했다. 2013년 전국 백화점 수는 95개이며 총매출액은 17조1023억 원에 달한다.
1990년대 들어서는 대형마트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재래시장만큼 저렴한 물건을 백화점 같은 깔끔하고 정돈된 공간에서 살 수 있는 대형마트는 등장과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다. 93년 대형마트가 첫선을 보인 후 5년 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에버 4개 회사가 전국 93개 점포에서 5조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대형마트 전체 매출액은 31조 원을 넘어섰다.
오늘날 대형마트의 아성을 위협하는 소비 트렌드는 온라인 쇼핑업체다.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으로 하여금 집에서도 쇼핑을 할 수 있게 한 온라인 쇼핑몰은 전 세계 시장을 장악, 일반화된 소비 형태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통계조차 없던 온라인 쇼핑몰은 2001년 매출 약 3조3470억 원에서 지난해 매출 약 45조3024억 원을 기록하며 14년 사이 15배가량 성장했다. 이는 백화점의 2.6배, 대형마트의 1.5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1인 가구의 비중이 늘고 젊은 층의 소비패턴이 온라인 쇼핑몰에 고착화하면서 앞으로도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쁜 한국인, 일에서 여가로 눈 돌려
광복 70년사를 돌아보면 대한민국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는 발전의 원동력이 된 이 땅의 노동인구가 잘살아보겠다는 일념 아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젊은 날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당시 그들은 남보다 더 일찍 나와 더 많이 일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아직까지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지고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줄곧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연평균 2057시간을 일해 멕시코, 칠레에 이어 3위였다. OECD 평균인 1796시간에 비하면 비교적 높은 수치다.
그러나 대한민국 직장인이 일에 투자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취업자가 일에 소모하는 시간은 1999년 7시간 26분이었지만 지난해 5시간 37분으로 줄어들었다. 그 대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교제 및 여가활동에 보내는 시간은 99년 3시간 56분이었으나 5년 뒤 4시간 8분으로 늘었다.
그러면 한국인은 여가시간에 무엇을 할까.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여가활동은 TV 시청이 51.4%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인터넷 검색(11.5%), 산책(4.5%), 게임(4%) 순이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TV 시청을 많이 했고, 20세 이하는 인터넷 검색과 게임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여가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53.2%로 나타난 반면, 15.6%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이가 46.1%, 경제적 부담 때문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이가 40.4%였다.
각종 지표는 대한민국의 현재 삶을 말해주고 있다. 광복 이후 70년 동안 급격히 호전된 지표가 있는가 하면 갈수록 악화하는 지표도 있다. 이렇게 축적된 각종 지표는 대한민국이 현재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해주는 이정표가 된다. 분명한 점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은 희망이 일군 결과이며, 스스로 돌아보는 작업이 계속되는 만큼 앞으로도 그 노력은 어떤 형태로든 빛을 발할 것이다.
※ 이 기사는 구정화 교수의 ‘퍼센트 경제학’(해냄)을 참고했으며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최신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마을에서는 1000명 가운데 남성과 여성이 각각 500명으로 동일한 비율로 살고 있다. 1000명 중 155명은 아이들(15세 미만)이고, 845명은 어른들(15세 이상)인데 65세 이상 노인은 108명이다. 이 마을 사람들의 평균연령은 38.1세로 비교적 젊은 편이다.
지난해까지 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의 수는 8.7명으로 마을 역사상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통 82세까지 살지만 남성은 78세, 여성은 85세로 여성이 평균 7세 정도 더 오래 산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줄어들고 평균수명은 늘어나면서 마을 전체가 점점 고령화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다.
평균나이 38.1세, 82세까지 살아
사람들의 건강 상태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 마을 남성의 평균키는 170.5cm로 지난 10년 동안 1cm 더 커졌고, 평균몸무게는 70.9kg으로 2.3kg 늘었다. 여성도 평균키 156.9cm로 10년 사이 0.9cm 크고 평균몸무게는 57kg으로 0.8kg 늘어 남녀 모두 체격이 좋아졌다. 특히 젊은이는 발육 상태가 더 좋아졌는데 20대 남성의 평균키는 174.1cm, 여성은 161.6cm이다. 이는 80대와 비교하면 각각 11.6cm, 14.1cm 더 큰 수치다.
이 마을 사람들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산다. 서울에 가장 많은 200명이 모여 살고 부산 70명, 대구 48명, 인천 58명, 광주 28명, 대전 30명, 울산 22명이 살고 있다. 또 경기에는 248명, 강원 30명, 충북 30명, 충남 40명, 전북 36명, 전남 38명, 경북 53명, 경남 66명, 제주 12명이 거주한다. 마을 행정을 담당하는 사무실을 옮기면서 인구 분산을 꾀했지만 여전히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인구 절반 이상인 506명이 모여 사는 것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마을 사람들은 평균 2.4명이 한 가족을 이루며 총 346가구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82가구고 2명 84가구, 3명 72가구, 4명 76가구, 5명 20가구, 6명 4가구 등이다.
마을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남성 32.4세, 여성 29.8세에 결혼해 가정을 이룬다. 지난해 결혼한 이들은 60쌍으로 마을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혼한 사람은 22쌍으로 10쌍이 결혼하면 3.6쌍은 갈라서는 꼴이다. 초혼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율은 낮아져 혼자 혹은 둘이 사는 가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 마을 346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51만 원이며, 이 중 350만 원을 지출한다. 지출은 식료품·비주류음료 부문이 35만 원으로 가장 많고, 교육비가 34만 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 밖에 주거·수도 등에 33만 원, 음식·숙박 32만 원, 교통 31만 원, 기타 상품·서비스 22만 원, 보건 17만 원, 의류·신발 15만 원 등을 소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교육비와 식비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지난해 이 마을 사람들은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로 24.2만 원을 썼으며 사교육에 참여한 사람도 전체의 68.6%에 달했다.
346가구 가운데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이하는 50가구, 100만~200만 원은 110가구, 200만~300만 원은 90가구, 300만~400만 원은 40가구, 400만 원 이상은 40가구다. 많이 버는 100명의 재산은 이 마을 전체 재산의 30%를 차지하고, 적게 버는 100명의 재산은 전체의 2%가 채 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적게 버는 집은 더 가난해지고 많이 버는 집은 더 부유해지는 데 대해 마을 사람들은 불만을 갖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할 사람에 비해 일할 곳은 적어 실업률이 높고, 특히 청년들(15~29세)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은 545명인 데 반해 실업자는 21명이고, 이 가운데 청년 실업자는 8.8명이다.
마을 사람들은 집에 큰 가치를 둬 대부분 일해서 번 돈과 빌린 돈을 합해 집을 사려고 한다. 그러나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은 전체의 47.5%에 불과하고 보증부 월세 29.4%, 전세 14.2%, 월세 2.9% 순으로 집을 갖지 못한 이가 52.5%로 절반을 넘는다.
이 마을에는 해가 갈수록 다른 마을에서 이주해온 사람이 늘어나 10년 전 9.6명에 불과하던 이주민 수는 현재 19.6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몇 해 전부터 결혼 이주자가 늘어 19.6명 중 3명꼴로 새롭게 이 마을에 정착하고 있다.
재봉틀에서 양문형 냉장고로 혼수품 변화
지금까지 1000명이 사는 마을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대한민국을 돌아봤다. 이 가운데 우리 삶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지표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국가의 가장 기본 단위를 이루는 가족은 혼인을 통해 구성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의 경우 32.42세, 여성은 29.81세로 나타났다. 1990년 평균 초혼연령이 남성 27.29세, 여성 24.78세였던 것에 비하면 25년 사이 각각 5세씩 늘어난 셈. 이는 대학 졸업과 취업이 점점 늦어지면서 초혼연령도 덩달아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 비용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면서 결혼이 축복받는 일이 아닌 비즈니스로 비화되기도 한다. 실제로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서 최근 2년간 결혼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의 결혼 비용은 평균 2억3798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주택자금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평균 1억8089만 원, 지방은 평균 1억5419만 원이 들어갔다. 아직까지 남성이 집을 마련하고 여성이 혼수를 해가는 형태의 결혼문화가 유지되고 있어 결혼자금 분담 비용은 남성의 경우 평균 1억5231만 원, 여성은 평균 8567만 원이 들었다.
이 가운데 혼수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다. 듀오에서 기혼여성 8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인기 혼수품으로 1960~70년대에는 반상기세트(22.1%)가 1위를 차지했고 한복감(19.8%), 재봉틀(15.2%) 순이었다. 80년대에는 컬러TV(15.2%), 120ℓ 냉장고(14.4%), 반자동 세탁기(13%) 순이었고, 90년대에는 대형TV(22.7%), 침대(17.8%), 진공청소기(12.9%) 순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인기 혼수품은 양문형 대형냉장고(29.1%)가 1위고 그다음 드럼세탁기(22.8%), 홈시어터(21.4%) 순이었는데 최근에는 커피 소비가 늘면서 커피머신도 혼수품 목록에 올랐다. 생활상이 달라지고 산업 발전에 따라 가전제품도 진화하면서 주부들이 갖추고 싶어 하는 혼수품의 모습도 급격히 달라졌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출산율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합계출산율은 1.18명에 불과하다. 사실 1990년대까지도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다. 60년대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70년대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90년대는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란 표어로 캠페인을 이어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자녀는 평생선물, 자녀끼리 평생친구’ 같은 표어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혼남녀가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양육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녀 출산 후 대학교육까지 드는 양육비가 1명당 평균 3억80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2명이면 수도권 아파트 한 채 값이 날아가는 셈이다. 특히 교육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녀 교육비가 소득에 비해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가구주는 69.3%에 이르렀다. 현재 정부에서 임신 비용 50만 원과 만 5세까지 보육료 혹은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양육비에 대한 근심이 쌓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죽을 때 빚 2억여 원
통계청에서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은 가구당 평균 451만 원이다. 가계지출은 350만 원으로, 사람들은 소득의 77.6%를 쓰면서 산다. 2007년 ‘이코노미스트’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성이 평생 버는 돈은 평균 14억4558만 원인 반면, 죽기 전까지 16억8814만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2억4256만 원은 빚을 지고 살다 죽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인은 주로 어디에서 소비할까. 이 땅에서 처음 상거래가 시작돼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재래시장은 점점 쇠락해가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찾는 소비시장의 기본 단위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현황을 살펴보면 2006년 1610개였던 재래시장은 2012년 1511개로 줄었다. 이 가운데 도시에 위치한 상설시장은 70%, 5일장 형태의 정기 시장은 30% 정도를 차지한다.
재래시장 다음으로 역사가 깊은 시장 형태는 백화점이다. 1931년 서울 종로2가에 옛 화신상회가 화신백화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면서 첫 백화점으로 소비자를 맞았다. 당시에는 돈깨나 있는 이들의 전유 공간이었으나, 이후 80년대 경제성장기에 들어서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소비 장소로 변화했다. 2013년 전국 백화점 수는 95개이며 총매출액은 17조1023억 원에 달한다.
1990년대 들어서는 대형마트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재래시장만큼 저렴한 물건을 백화점 같은 깔끔하고 정돈된 공간에서 살 수 있는 대형마트는 등장과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다. 93년 대형마트가 첫선을 보인 후 5년 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에버 4개 회사가 전국 93개 점포에서 5조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대형마트 전체 매출액은 31조 원을 넘어섰다.
오늘날 대형마트의 아성을 위협하는 소비 트렌드는 온라인 쇼핑업체다.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으로 하여금 집에서도 쇼핑을 할 수 있게 한 온라인 쇼핑몰은 전 세계 시장을 장악, 일반화된 소비 형태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통계조차 없던 온라인 쇼핑몰은 2001년 매출 약 3조3470억 원에서 지난해 매출 약 45조3024억 원을 기록하며 14년 사이 15배가량 성장했다. 이는 백화점의 2.6배, 대형마트의 1.5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1인 가구의 비중이 늘고 젊은 층의 소비패턴이 온라인 쇼핑몰에 고착화하면서 앞으로도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쁜 한국인, 일에서 여가로 눈 돌려
광복 70년사를 돌아보면 대한민국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는 발전의 원동력이 된 이 땅의 노동인구가 잘살아보겠다는 일념 아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젊은 날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당시 그들은 남보다 더 일찍 나와 더 많이 일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아직까지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지고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줄곧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연평균 2057시간을 일해 멕시코, 칠레에 이어 3위였다. OECD 평균인 1796시간에 비하면 비교적 높은 수치다.
그러나 대한민국 직장인이 일에 투자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취업자가 일에 소모하는 시간은 1999년 7시간 26분이었지만 지난해 5시간 37분으로 줄어들었다. 그 대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교제 및 여가활동에 보내는 시간은 99년 3시간 56분이었으나 5년 뒤 4시간 8분으로 늘었다.
그러면 한국인은 여가시간에 무엇을 할까.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여가활동은 TV 시청이 51.4%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인터넷 검색(11.5%), 산책(4.5%), 게임(4%) 순이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TV 시청을 많이 했고, 20세 이하는 인터넷 검색과 게임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여가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53.2%로 나타난 반면, 15.6%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이가 46.1%, 경제적 부담 때문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이가 40.4%였다.
각종 지표는 대한민국의 현재 삶을 말해주고 있다. 광복 이후 70년 동안 급격히 호전된 지표가 있는가 하면 갈수록 악화하는 지표도 있다. 이렇게 축적된 각종 지표는 대한민국이 현재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해주는 이정표가 된다. 분명한 점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은 희망이 일군 결과이며, 스스로 돌아보는 작업이 계속되는 만큼 앞으로도 그 노력은 어떤 형태로든 빛을 발할 것이다.
※ 이 기사는 구정화 교수의 ‘퍼센트 경제학’(해냄)을 참고했으며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최신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