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
한편으로는 ‘관리 가능한 것은 권리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법리에 따라 변화 또는 발전하고 있기도 한다. 과거 토지소유권은 지상 수십m 정도에만 효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지상 수백m까지의 공간도 소유권에 포함된다. 땅 주인이 100층 이상 빌딩을 짓는 것을 보면 그렇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토지소유권의 지상 공간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흥미롭다.
과학이 발전하더라도 시간 부분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인류는 1582년 만들어진 그레고리력을 지금까지 쓰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느끼지 않는다. 월별로 일수가 좀 다르고, 2월은 유력 로마 황제들에 의해 하루씩을 빼앗겨 28일에 불과하지만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윤년에는 날짜 셈을 달력에 의존하면 된다. 법에서는 시간을 정하는 기본 단위가 하루다. 예를 들어 2014년 2월 1일로부터 한 달 후는 2014년 3월 1일이고, 30일 후는 2014년 3월 3일이 되는 식이다(민법 제160조 제1항, 제2항).
이처럼 법에서 시간은 공간과 절대적으로 분리된 개념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 가속도와 중력, 물체와 에너지가 서로 절대적으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연관돼 있다고 봤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정도로 연관돼 있는지 연관비율도 직접 밝혀냈다. 물체는 속도가 증가해 에너지가 커지면 무게가 증가하고 시간은 느려진다. 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그 무게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물체는 빛의 속도로 가속할 수 없다는 게 상대성이론의 정수다. 따라서 그 이론에 따르면 ‘인터스텔라’처럼 먼 우주로의 여행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무게가 전혀 없는 ‘절대적 파동’이라 생각했던 빛은 아주 작지만 무게가 있다. 빛이 무거운 쪽으로 휘는 현상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것도 빛에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상대성이론의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작다. 별다른 의미가 없다. 지구의 중력이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오차에 관여한다고도 하지만 지구를 떠나 오랜 시간 무중력 상태에 머물렀던 우주인이 젊어 보일 만큼 영향을 주진 않는다. 블랙홀 등 우주의 특이점에 대한 연구는 흥미롭지만 인간사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 ‘인터스텔라’는 과학적 판타지 영화로서 보는 재미가 크지만, 가족 간 사랑과 물리학적 상상 부분은 과학적 인식과는 관련 없는 인간 의지의 영역에 속한다.
12월 8일 국회는 가업(家業)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 연매출 5000억 원 이하 사업체를 상속하는 경우 면세하는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반면, 30억 원 미만의 가업 재산을 증여할 경우 10%의 고정세율(상속세는 35% 이상)만 적용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은 통과시켰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그 세율이 같아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개정법에 따르면 증여의 경우에만 매우 큰 혜택을 보게 된 셈이다.
법률 체계의 생명력은 일관성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 문명이 아무리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해도 해당 법의 체계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어야 한다. 법체계에서 ‘특이성’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블랙홀이론과 상대성이론의 극단을 다룬 영화에 열광하면서 우리가 사는 현실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법 개정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세태가 필자에겐 더 흥미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