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SM새마을금고 박모 부장이 94억 원을 횡령해 스포츠서울에 투자했다 물의를 빚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두 사람 보유 지분 합(12.16%)이 최대주주 제너럴싸이언스와 스포츠서울 관계사 및 임원 지분 합(9.79%)보다 커지면서 주식시장에는 “향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궁금했던 ‘슈퍼개미’정체는 2013년 11월 21일 경남 밀양시 SM새마을금고 박모 부장이 긴급 체포되면서 밝혀졌다. 밀양경찰서에 따르면 박씨는 2010년 4월부터 3년간 총 31회에 걸쳐 SM새마을금고 법인명의 계좌에서 94억4000만 원을 몰래 빼내 주식에 투자했다. 박씨는 이 돈을 증권가에 나도는 ‘찌라시’만 믿고 본인과 부인 명의로 스포츠서울 주식에 집중 투자했던 것이다. 그는 어떻게 횡령한 돈으로 한 회사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의 주식을 샀을까.
두 사람 주식 매도 스포츠서울 휘청
경찰에 따르면 박씨가 처음 공금에 손을 댄 것은 2010년 4월. 자가를 담보로 대출받아 주식에 투자했으나 주식이 상장폐지되면서 돈을 다 날리자 손실을 보전하려고 고객 돈에 손을 댔다. 그는 SM새마을금고 법인명의 보통예금계좌에서 18억 원을 빼내 다시 주식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또 주가는 떨어졌고, 박씨는 돈을 빼내 주식에 투자하기를 3년간 반복했다.
감사에 걸리지 않으려고 박씨는 2010년 6월 발급받은 해당 계좌 잔액증명서에 숫자나 문자를 오려 붙인 후 재복사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또한 잔액증명서를 스캔한 후 컴퓨터로 작업해 내용을 조작하고 컬러 복사하는 방식도 썼다.
박씨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스포츠서울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조만간 스포츠서울 주식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3월 13일 해당 주식 492만 주를 보유하게 되면서 대주주 반열에 올랐다. 당시 박씨의 주식 취득 단가는 주당 588원. 6월 24일에는 부인 송씨 명의로 444만 주를 한 번에 매입하면서 송씨가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송씨의 주식 취득 단가는 990원이었다.
이들은 대주주가 된 후 법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주식 등의 대량보유 상황보고서’에서 각각 ‘자영업자’ ‘의사’라고 정보를 밝혔다. 공개한 거주지, 전화번호도 달라 부부라는 것을 알기 어려웠다. 스포츠서울 관계자는 “대주주인 두 사람과 만났지만 박씨가 ‘나는 밀양 쪽 유지라 지역 돈을 모아 투자한 것’이라고 해 믿었다. 횡령한 돈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투자에서도 박씨는 이익을 보지 못했다. 2013년 스포츠서울 주식은 4월 주당 689원(최고가 기준)에서 5월 1200원, 6월 1280원으로 올랐지만 7월 1025원, 8월 891원으로 떨어졌고, 9월에는 최고가가 570원으로 박씨가 취득한 단가보다 낮아졌다.
11월 21일 박씨가 긴급체포되면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채권 보전을 위해 박씨, 송씨가 매입한 주식을 압류했다. 나흘 후 두 사람 명의 주식 전량이 장내 매도됐는데, 처분 단가는 주당 265원으로 박씨가 취득한 단가의 절반 수준이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정확한 압류 금액은 말할 수 없지만 주식뿐 아니라 보유 재산에 대한 환수도 했다. 중앙회는 채권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횡령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객의 무더기 인출사태(뱅크런)가 벌어졌다. 박씨가 긴급체포된 후 이틀간 SM새마을금고에서 60억 원 이상이 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고객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고객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SM새마을금고 횡령 사건으로 난데없이 된서리를 맞은 스포츠서울은 2013년 11월 26일 최대주주였던 제너럴싸이언스와 아름씨엔에이의 주식이 전량 빠져나갔다고 공시했다. 일주일 동안 갑자기 3대 주주가 모두 빠져나간 것. 현재 스포츠서울 최대주주는 지분 2.06%를 보유한 이봉건 씨다. 스포츠서울은 “회사 측에서도 최근 어려움이 많아 어서 최대주주를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2013년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임직원 금융사고는 총 7건. 그로 인한 피해액만 101억 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 ‘박 부장 사건’은 빼돌린 돈으로 주식을 매입해 공개적인 경영 공시에까지 이름을 올리는 등 금액이 크고 수법도 대범해 더욱 충격적이다.
사후약방문 아닌 예방 필요
새마을금고 감독부처인 안전행정부 역시 계속되는 새마을금고 임직원 횡령에 골머리를 썩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내부 관계자는 “안전행정부 고위관계자가 이번 건에 대한 보고를 받다 화를 내며 보고서를 바닥에 던져버렸다”고 전했다.
왜 유독 새마을금고에서 임직원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을까. 새마을금고는 시중은행과 달리 ‘연합회’ 형식으로 운영되는 데다, 직원 순환 근무가 흔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또한 시중은행은 금융감독원의 감사를 주기적으로 받지만 안전행정부 소속인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자체 감사를 실시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매달 전 지점 예금잔액증명을 통해 자금흐름을 확인하고, 전문 인력을 통해 수시로 정기감사를 벌이고 있다”며 “새마을금고 지점 3200여 곳 모두 2~3년에 1번 이상 점검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해 7월 상시감시 종합정보시스템을 도입해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금융 사고를 예방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진 의원은 “서민 금융인 새마을금고는 거듭 발생하는 임직원 횡령에 대해 ‘사후약방문’식 뒤처리만 할 게 아니라 철저한 예방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