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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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 아닌 한 사람으로 마음을 변화시켰다

비영리민영교도소 1호, 소망교도소 개소 2년 6개월…출소자 재범률 1.2% 성과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13-05-06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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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감자 아닌 한 사람으로 마음을 변화시켰다

    소망교도소 건물에 부착한 캐치프레이즈.

    4월 29일 서울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여 달려 영동고속도로 여주IC를 빠져나와 한참을 가자 인적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 여주군 북내면 외룡리. 소망교도소라는 안내 표지판을 보고 커브길에 들어서자 ‘아가페랜드 소망교도소’라고 적은 커다란 석상이 보인다. 개신교 재단인 아가페에서 운영한다는 의미다.

    해외 민영교도소는 대부분 정부 교도소 시설을 임대한 상황. 반면 국내 비영리민영교도소 1호인 소망교도소는 재단에서 교도소를 지었다. 그래선지 건물에 하나님과 예수님을 뜻하는 의미로 알파(처음)와 오메가(마지막) 글자가 숨은 그림처럼 자리해 있다. 건물은 군부대 막사처럼 나열한 일반 교도소와 달리 십자형이다. 4개 동이 만난 교차 지점에 배치한 최소 인력만으로 4개 동을 관리할 수 있다. 수형자들의 방(거실)은 134개에 달해 38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4개 동 가운데 한 동은 병원동, 징벌동이고 나머지 3개 동은 갓 들어온 사람, 일반 수감자, 모범수 공간으로 나뉜다. 특히 ‘자치사동’은 모범수들이 머무는 곳으로 비교적 규율이 자유로워 수감자들에겐 꿈의 공간이다. 수감자들은 다른 수감자 방에 갈 수 없지만 평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다목적실에서 다른 수감자들을 만나고, 냉장고와 세탁기를 이용한다. 오후 10시까지 TV 방송 3사 프로그램 시청도 가능하다.

    교도관 90% 소명의식 있는 민간인

    김무엘 교육교화과장에 따르면 소망교도소의 차별성은 인력 구성에 있다. 보안 같은 특정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는 법무부 교도관 출신을 채용하지만 인력의 90%는 소명의식 있는 민간인이다. 전체 111명 교도관 가운데 상당수가 기독교인으로 교사, 피아니스트, 학자, 목사 등 구성이 비교적 다양하다. 법무부는 감독 차원에서 직원 4명을 파견한 상태. 통상 수감자 1인당 1년 국가 예산은 2200만 원으로 책정되는 데 비해 소망교도소는 90%인 2000만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직원 월급은 일반 교도소 직원의 75% 수준으로 낮췄다.



    수감자 아닌 한 사람으로 마음을 변화시켰다
    2010년 12월 1일 개소한 소망교도소에는 현재 수형자 300여 명이 수감됐다. 이들은 모두 전과 1, 2범. 살인, 강도, 강간 같은 강력범죄자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수감자들은 이곳에 어떻게 들어올까. 형이 확정된 20~60세 남자 수감자는 전국 교도소, 구치소에 붙은 공고를 보고 소망교도소에 지원한다. 단 공안사범, 약물사범, 조직폭력사범은 제외된다. 경쟁률은 2대 1에서 4대 1 수준으로, 소망교도소 직원들이 지원자들을 직접 면담해 1.5~2배수를 뽑는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심신 건강상태와 ‘변화하겠다는 의지 정도’다. 기독교 분위기가 강한 교도소라 기독교인 수형자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법무부는 이 가운데 최종 합격생을 선발해 소망교도소로 이감한다.

    소망교도소의 가장 큰 특징은 수감자와 교도관이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심동섭 교도소장은 “수감자 한 끼 식사비가 1254원, 교도관 한 끼 식사비가 2200원이기 때문에 두 그룹이 같은 식단을 먹으면 수감자는 기존보다 나은 식단을, 교도관은 조금 부족한 음식을 먹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생은 교도관 식사 준비를 다른 교도소처럼 외부 직원이 하지 않고, 수감자가 담당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수감자도 교도관과 같은 음식 먹어

    수감자 아닌 한 사람으로 마음을 변화시켰다

    심동섭 소망교도소장.

    이뿐 아니라 수감자들은 식당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식사한다. 식당은 최대 16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순차적으로 이용한다. 일반 교도소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수감자는 각자 방에서 식사해야 한다. 반면 소망교도소에서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 방안을 택했다. 심동섭 소장은 “사람을 가두면 관리하기 수월하지만 개개인에게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열린 공간에서 생활하며 사는 법을 체득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교도소 측에서 염려하던 수감자 간 갈등은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에 온 뒤로 힘 있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뺏기지 않고 정량을 먹을 수 있어 좋다”는 수감자 A(31)씨. 소망교도소로 가면 다른 교도소로 이감될 수 없다는 원칙이 부담스러웠지만 지난해 5월 신앙생활을 꿈꾸며 이곳에 왔다. 그가 이곳에서 가장 놀란 것은 환영식이었다. 교도소장, 교화과장, 보안과장, 수감자 면접 직원 등이 나와 수감자를 껴안고 “함께 잘 지내보자”고 제안하자 어리둥절했던 것. 2년 전 입소한 B(48)씨 또한 “교도관들이 번호가 아닌 이름을 부르고, 형제님이라고 칭하자 행동을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새로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감자들은 1주일 동안 ‘변화로의 첫걸음’이라는 오리엔테이션에서 교도소에 관한 소개를 받고, 자신의 장점만 발견할 수 있는 마이어브릭스 유형지표(MBTI) 검사를 받는다. 일반교도소에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다면적 인성지표(MMPI) 검사를 실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후 ‘새사람이 돼야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등과 같은 다짐을 A4용지에 적어 타임캡슐(동그란 플라스틱 함)에 넣는다. 소망교도소 측은 인간의 작은 행위가 모여 변화를 불러온다고 여겨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A씨는 “동생과 가족, 성범죄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적어 타임캡슐에 넣었는데, 다른 교도소에서와는 달리 타임캡슐을 만드니까 이곳이 수도원처럼 느껴져 경건했다”고 말했다.

    이후 수감자들은 기초 인성교육을 1개월 동안 받는다. 씨 뿌리고 열매 맺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성을 정화하는 것이다. 심동섭 소장은 “수감자 스스로 씨앗을 심고, 애지중지 키우면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자신이 저지른 죄로 인해 당사자와 그 가족이 겪는 아픔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감자 아닌 한 사람으로 마음을 변화시켰다
    6개월 동안 집중 인성교육

    수감자 아닌 한 사람으로 마음을 변화시켰다

    소망교도소의 기독교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석상.

    여기까지는 소망교도소 재소자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과정. 하지만 그 이후는 다르다. 일명 ‘아가페 교육’이라 부르는 6개월간의 집중 인성 교육은 기독교 프로그램이 많아 수감자가 수강 여부 결정권을 갖는다. 그럼에도 참여율은 90%에 달한다. 이 프로그램을 돕는 자원봉사자는 60~80명으로 매일 자원봉사자 15명 내외가 이곳을 찾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감자들은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곤 한다. B씨는 “보잘것없는 우리를 돕는 봉사자를 보면서 감동했다”면서 “수요팀 봉사자가 프로그램을 마친 지금까지 주일예배 내용과 주보를 보내준 덕에 흐트러지지 않고 살아간다”고 했다. 교도소 측도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듯하다. 김무엘 과장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단일한 해결책은 없지만 인간관계 회복이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감자들은 프로그램을 마치면 여느 교도소 재소자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일상을 산다. 이곳에서는 현재 금속공예, 목재, 학과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그렇다고 그 이후 종교 활동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목요일과 일요일에 종교집회가 있어 수감자들은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다. 화요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오케스트라, 합창단이 찾아와 공연하기 때문에 수감자는 기호에 따라 ‘교양 없는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교양 있는 시간’을 꾸릴 수 있다.

    출소를 3개월 앞둔 시점. 수감자들은 ‘레인보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교화 프로그램을 밟는다. 이는 의무사항으로 1~2주가 소요되며 1년에 4차례, 즉 1~4월 출소하면 1월, 5~8월에 출소하면 5월에 교육을 진행한다. 이때 수감자들은 본인이 작성한 타임캡슐을 보면서 현재를 돌아보고, 자신이 만난 봉사자 10명 가운데 한 사람을 출소 후 멘토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수감자는 출소 직전 교도소장을 만나 격려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소망교도소 관계자들은 수감자가 교도소를 나가면 2주 후 안부 전화를 걸어 안녕을 기원한다.

    4월 30일 현재 소망교도소 출소자는 172명. 그중 재범자는 2명뿐으로, 재범률이 1.2% 수준이다. 물론 성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소망교도소 측이 면접을 통해 변화 가능성이 있는 기결수를 중심으로 수감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다른 교도소보다 재범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도소 최초로 ‘내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교도소인 만큼 성과가 다를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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