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방경찰청이 70대 아동포르노 헤비업로더에게서 압수한 증거품(왼쪽)과 아동포르노의 한 장면.
“혹시나 경찰이 블로그나 웹하드 기록을 뒤져서 아동포르노 사범을 적발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으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처벌이 관대해도 최소 징역 몇 년에 인생 영구 추락이 확실한 아동 관련 범죄를 대놓고 저지를 정신 나간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아닌, 어린 아동이 대부분 강제로 출연하는 ‘진짜’ 아동포르노는 철저히 은폐된 소아성애자 간 모임에서 거래되며 실제 미국 등에서의 아동포르노 범죄 적발 사례도 이런 식이었다.”(인터넷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서 발췌 인용)
아동포르노 단속 강화로 상당수 누리꾼이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경찰이 최근 경남 통영 초등학생 한아름(10) 양 납치 살해범 김점덕(45)의 집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아동포르노 수십 편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아동포르노를 제작하고 유포하는 행위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내려받는 단순 소지행위까지 엄벌키로 했기 때문. 이는 아동·청소년 등장 음란물이 성 관념의 왜곡을 불러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부추긴다는 사회적 지탄 여론이 비등한 데 따른 것이다.
단순 소지도 처벌… 누리꾼 ‘멘붕’
실제로 경찰은 아동포르노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월 6일 강원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인터넷 파일공유(P2P) 사이트에 아동·청소년 등장 음란물을 다량 게시한 뒤 불특정 다수 회원에게 판매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유모(70·경기 성남시) 씨를 불구속 입건한 데 이어, 같은 날 서울 금천경찰서도 아동 등장 음란물을 상영한 혐의(풍속영업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성인PC방 업주 김모(4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씨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P2P 사이트의 회원 업로더 폴더에 올린 음란물은 4000여 건. 그중 940여 건이 ‘충격 12세 소녀-어른보다 잘하네’ ‘일본-11세’ 등 10대 초반 혹은 10세 미만의 아동이 성인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동영상을 담은 아동포르노였다. 웹하드가 아닌 P2P 사이트를 집중 모니터링하는 기획수사를 통해 P2P 사이트 내 아동포르노 헤비업로더를 검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천경찰서에 붙잡힌 김씨는 지난해부터 서울 관악구 조원동에 PC 한 대씩을 설치한 6.6㎡(2평) 크기의 작은 방 12개를 갖춘 24시간 영업 성인PC방을 운영하면서 손님에게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5000여 건 보여준 혐의를 받고 있다. 금천경찰서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김씨는 4~5세 여자아이가 등장하는 외국산 아동포르노를 ‘로리타1’ ‘로리타2’ ‘로리타3’ 등의 제목을 붙여 장르별로 분류하고 있었다”며 “인근 지역 성인PC방과 DVD방을 계속 점검하면서 추가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8월 16일 현재까지 경찰 단속으로 적발한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가입자가 900만 명을 넘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이용한 아동포르노 유포다. 8월 1일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청소년이 즐겨 찾는 대형 포털사의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이들을 유인하거나 성매수한 피의자 6명과 아동·성인 음란물 유포자 44명을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적발한 음란물은 동영상 171건, 사진 1078건 등 총 1249건. 이들 음란물은 성인 인증 없이도 접근 가능해 미성년자가 소지한 스마트폰도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됐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동영상 가운데 5건이 국내에서 만들어진 게 확실시되는 아동포르노라는 점이다. 그중 ‘주간동아’가 직접 확인한 한 동영상은 2분 2초 분량. 4~5세 되는 한 여자아이가 집 안에 누워 있는 다른 여성(10~20대로 추정)에게 특정 생활용품을 이용해 유사성행위를 해주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여성이 여자아이에게 유사성행위를 해달라고 시키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우리말로 주고받는 대화 역시 차마 글로 옮길 수 없을 만큼 역겹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유통돼온 아동포르노 대다수가 미국, 일본 등지에서 제작한 ‘수입물’이었음을 감안할 때 한국인 소아(小兒)가 등장하는 이 동영상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경찰은 현재 이 동영상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문귀희 경위는 “이번 단속은 4월부터 진행해온 기획수사의 일환”이라면서 “문제의 아동포르노를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유포돼 어떤 사람이 소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누리캅스와 협력체제 구축
경찰은 전국 지방경찰청별 자체 단속 외에도 경찰청 차원에서 8월 6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사이버 명예경찰 ‘누리캅스’를 대상으로 P2P 사이트와 웹하드 등을 통해 유포되는 아동포르노 등 인터넷상 음란물에 대한 신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누리캅스는 누리꾼의 ‘누리’와 경찰을 뜻하는 ‘캅스(cops)’의 합성어. 인터넷상 각종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및 예방활동 강화를 위해 2007년 발족했으며, 2012년 현재 전국 대학생, 정보기술(IT) 업체 직원 등 782명이 활동 중이다.
경찰이 아동포르노 척결을 위해 누리캅스와 협력체제를 구축한 건 인터넷상 음란물이 날이 갈수록 더욱 은밀히 전파돼 경찰의 독자적 노력만으론 근절에 한계가 있는 데다, 인터넷을 활발히 이용하는 누리꾼의 적극적인 자정 노력과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음란물 단속 통계’에 따르면, 2009년 단속건수는 5899건(검거인원 6404명), 2010년 1만1437건(1만1811명), 2011년 1만352건(1만503명), 올해 1~6월엔 1800건(1985명)에 달한다. 올해 단속 실적이 부진한 것과 관련해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기획수사팀 이의종 경위는 “올해 상반기 경우 3월에는 핵안보정상회의 사이버테러대응업무, 4월에는 19대 총선 사이버선거사범 단속업무 등에 집중하느라 단속건수가 다소 감소했으나 5월부터 10월까지를 음란물 집중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사이트 운영자급 위주로 검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경찰이 강한 의지를 갖고 아동포르노 단속에 속도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상당수 누리꾼은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경찰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단속 범위가 실사(實寫) 영상에 그치지 않고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으로까지 확대된 데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이들 음란물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단순히 소지하기만 해도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기 때문. 특히 미성년자가 직접 출연하는 경우 외에도 성인이 교복이나 도구 등을 이용해 미성년자처럼 보이게 변장한 뒤 노골적인 성행위를 표현하는 동영상이나 사진도 모두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됨에 따라 무더기 처벌도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사이버공간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누리꾼도 적지 않다.
경찰의 아동포르노 단속을 비난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
“경찰이 생각하는 아동포르노와 누리꾼이 생각하는 아동포르노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P2P 사이트를 통해 구할 수 있는 일본 AV(Adult Video)나 야겜(대부분 어린 소녀가 등장하는 음란성 게임), 야애니(음란성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아동이나 교복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행위 장면을 담고 있다. 경찰 기준대로라면 일본 AV를 다운받아 본 사람 대부분이 처벌 대상에 들어갈 것이다.”
이런 얘기들을 단순화하면, 전쟁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두 ‘전쟁광’은 아니고 사이코영화를 즐기는 사람 모두가 사이코패스는 아니듯, 음란물을 보는 건 일종의 취미 또는 기호(嗜好)라는 논리로 집약될 수 있다. 심지어 아동포르노 단속이 ‘시민계급에 대한 통치권력의 확대’라는 극단적 주장을 펴는 누리꾼도 있다. 일본 AV에 대한 광범한 수요층을 지닌 우리나라에서 실사가 아닌 성인 연출 ‘교복물’까지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건 수많은 국민을 범법자로 몰아가는 행위라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진 않다. ‘아동포르노 감상=성범죄 유발’이라는 등식은 위험한 발상이다. 아동포르노 감상자 모두를 성범죄 예비군으로 치부하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서도 안 된다.
점점 어린 여자에게 끌린다고?
광주지방경찰청이 적발한 국내 제작 아동포르노 캡처 화면.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유포됐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도 “사회적 경계인으로 소외받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쉽게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면서 “소아성애자가 반드시 아동성범죄를 저지른다는 필연성은 없지만, 음란물에 자주 노출된 사람은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고 ‘여성은 대부분 강간을 바란다’는 식의 왜곡된 사고에 빠지기 쉬운 만큼 아동포르노를 더욱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교수의 말대로 우리 주위에서 아동포르노에 의해 ‘정신적 변화’를 겪는 이들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전직 공중파 방송사 PD인 37세 미혼남성의 토로.
“평소 일본 야동을 즐겨 본다. 장르 불문이긴 하지만 교복물을 특히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교복 입은 여학생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물론 야동과 현실이 다르다는 건 안다. 그래서 그들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또래 여성보다 ‘어린 여자’에게 끌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동포르노가 모든 아동 대상 성범죄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문제는 자유롭게 유통돼 범람할 경우 조장할 수 있는 왜곡된 성적 가치관이다. 그것이 실사든 가상이든.
문득 지난 6월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장면을 묘사해 물의를 빚은 네이버 웹툰(인터넷 만화) ‘노이즈’의 작가 ‘귤라임’이 자기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는 이렇게 썼다.
“비록 가상이지만 여자아이가 얻어맞는 모습을 보면 왜 이렇게 흥분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