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최근 판결은 술 취한 사람의 인권보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더 중시한다.
2009년 11월 3일 자정 무렵 A씨가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패스트푸드점 앞 도로에서 자신의 차량에 시동을 켠 채로 운전석에 잠들어 있었다. 도로 가운데 차가 그냥 서 있는 것을 보고 지나가던 이가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이 흔들어 깨우자 A씨는 욕설을 하며 경찰을 폭행했다.
그러자 경찰은 A씨가 술 냄새가 나고, 말할 때 혀가 심하게 꼬이며, 비틀거리는 등 술에 취한 것으로 판단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보호조치를 한다며 A씨를 순찰차 뒷자리에 태워 지구대로 데려왔다.
경찰은 A씨가 보호조치로 지구대에 도착한 직후인 0시 47분부터 1시 9분 사이에 3회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가 응하지 않자 경찰은 결국 A씨를 입건했다. 검찰은 A씨를 공무집행방해죄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 거부)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 법원은 단속 경찰관이 A씨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A씨를 지구대로 데려간 것이 아니고, A씨가 음주 측정에 대한 명백한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사실상 강제로 연행했다고 봤다. 그럼에도 경찰이 당시 A씨에게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사실이나 그에 따르는 절차를 알리는 등 수사상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의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으니, 이 같은 강제연행은 위법한 체포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음주측정 요구가 이뤄진 경우 일련의 과정을 볼 때 그 역시 위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니, A씨가 위법한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A씨를 처벌할 수는 없다며 도로교통법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2심 법원도 1심 판단이 맞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대법원은 비록 어떤 사람이 술에 취한 상태로 보호조치가 됐더라도 그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요구가 위법하다거나, 보호조치가 당연히 종료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경찰이 음주측정을 요구한 것은 적법하다고 봤다. 또한 A씨에 대한 보호조치가 위법함에도 그러한 위법한 보호조치 상태를 이용해 음주측정 요구가 이뤄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주측정 불응죄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하급심은 음주측정에 관한 적법한 절차 준수를 엄격하게 따졌으나, 대법원은 경찰이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사람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 것이다. 인권 보장보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강조점을 둔 판결이다. 아쉬움은 있으나 술 먹고 운전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술을 원망하지 말고 자신의 의지를 탓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