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3

2007.05.01

부동산 정보격차 씁쓸한 뒷맛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7-04-25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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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 보세요, 아주머니. 딱 6년 만에 땅값이 30배 뛰었습니다. 평당 500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1억5000만원 한다 이겁니다. 이런 데 투자했어야죠. 물론 지금도 안 늦었어요. 용산역 일대 도심 재개발지들과 서부이촌동 원효동 등 그 주변도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4월18일 오후 3시께 용산역 앞 모 부동산중개소. 사장 P씨는 ‘좋은 물건’을 찾아 온 중년 여성 2명을 붙잡고 열강 중이었다. 그 여성들은 사장의 말에 동의한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지금 사면 상투 잡는 것 아니냐”며 조심스러워했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적은 돈을 투자해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물건’을 찾게 마련이다. 그런 물건 하나 발견해서 자녀교육에 남들만큼 돈 쓸 수 있고, 약간의 여유도 누리며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남보다 부지런하고 인맥도 넓어서 발빠르게 고급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나, 금싸라기 땅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는 재력과 수단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가진 것 없고 정보에서 뒤진 서민들은 ‘6년 만에 30배 오른 땅’ 앞에서 닭 쫓던 개처럼 허탈하기만 하다.

    정보격차(digital divide)라는 말이 있다. 디지털 경제로 가는 사회에서 새로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경제적·사회적 차이가 심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부동산 쪽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용산역 전면 2, 3구역에 땅을 갖고 있는 이들 중 일부(20~30% 추정)는 재개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이 고시된 1995년, 결정도면이 나온 2001년 무렵에 이 일대 땅을 사들였다. 물론 지구계획이나 결정도면은 공개 자료이니 누구든 부지런하기만 했다면 알 수 있었다. ‘좋은 물건’을 찾아다니던 그 중년 아주머니들은 아쉽게도 그때 그런 정보를 접하지 못했고, 지금 와서 군침만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발빠르게 개발 정보를 접한 교수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 다수가 타인 명의로 ‘집창촌’ 일대 땅을 사들였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집창촌’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급 정보를 발빠르게 쫓고 그로 인한 대가를 챙기는 건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도층 인사들이 집창촌에까지 땅을 사들여 개발이익을 챙기는 건 좀 심한 상황 아닐까. 또 특정 지역이 개발된다고 해서 그곳 땅값이 6년 만에 30배가 오르는 이런 사회를 과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장밋빛 개발의 뒷골목이 개운치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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