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 박해윤 기자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전한 미국 실리콘밸리 상황이다. 토스증권은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의 진화를 직접 확인해 리포트에 담고자 2024년부터 실리콘밸리, 워싱턴DC, 텍사스 등 미국 AI 산업의 주요 거점을 탐방해오고 있다. 엔비디아 ‘GTC 2026’ 등을 계기로 최근 미국을 다녀온 이 센터장을 만나 자세한 현지 상황을 들었다.
미국 도로엔 이미 자율주행 택시 다녀
실리콘밸리, 워싱턴DC, 텍사스 등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3월 실리콘밸리에선 ‘GTC 2026’ 행사에 참여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은 유튜브로도 볼 수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특히 1조 달러(약 1472조9000억 원) 매출을 언급하는 순간 관객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워싱턴DC는 원래도 정책 중심지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정책 중요도가 더욱 커졌다. 현지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 동선과 발언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백악관에 들어왔다는 소식 같은 세세한 동향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분위기였다. 국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불확실성이 크고 이해가 안 가는 인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현지에선 ‘미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텍사스는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주목받는 지역이다. 세금이 낮고 기업 환경이 좋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의 가장 큰 공장 중 하나인 기가팩토리도 텍사스에 있고,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를 중심으로 우주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산업은 텍사스가 핵심 거점 역할을 한다.”
지금은 주가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해도 유망해 보이는 기업이 있었나.
“자율주행과 로봇이다. 두 분야는 센서를 통해 정보를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같은 기술 체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팀도 여러 자율주행차를 직접 타보며 기술 수준을 확인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웨이모가 운영하는 완전자율주행 택시를 이용했는데, 시내에 생각보다 많은 차량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가 탄 차량 앞에 웨이모 자율주행차 3대가 나란히 주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메타버스는 B2B 중심으로 커질 것
실리콘밸리에서 주목할 만한 산업으로 메타버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꼽았다. 사실 셋 다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은 아닌데, 그럼에도 투자에 의미를 둔 이유는 무엇인가.“자율주행은 기대보다 속도가 다소 늦어진 건 맞지만, 여전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부분 차량이 자율주행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 메타버스 역시 시간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분야라고 본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영역에서는 아직 콘텐츠가 부족하지만,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는 도입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공장이나 산업시설을 구축할 때 가상공간에서 먼저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방식이다. 가상공간에서 건물이나 공장을 지어 먼저 가동하면 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어 매우 이득이다. 이른바 ‘디지털 트윈’ 기술인데, 현재는 엔비디아 플랫폼 등을 통해 구현이 가능하다.
소프트웨어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구독 기반으로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일부 기능이 소프트웨어를 거치지 않고도 수행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 영향으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하락했다. 그렇다고 소프트웨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SaaS 기업들이 AI와 결합해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종목 선별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빅테크들이 창출되는 현금을 대부분 AI 투자에 쏟고 있다. 현장에서 봤을 때 AI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있었나.
“빅테크 대부분이 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모든 행사와 포럼의 주제가 AI였을 정도다. 심지어 빅테크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리테일과 이커머스 관련 행사에서도 AI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분위기였다. 현재 생태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장악한 기업은 단연 엔비디아다. 실리콘밸리, 특히 엔비디아엔 이미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유능한 인재가 많고, 산업 자체의 성장 여력 또한 크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엔 10조 원 규모 유니콘 기업을 만드는 데 수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6개월~1년 만에 수조 원, 2년 만에 100조 원 규모 기업이 등장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테크산업에선 지금이 기회라는 인식이 강하다.”
첨단산업 중 성과가 빨리 가시화될 것 같은 산업은 무엇인가.
“우주항공과 방산이다. 우주산업은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도 이슈가 많다. 스페이스X도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지 않나. 방산 역시 시장이 확대되는 국면이다. 전쟁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각국이 자주국방을 강화하고 있고, 이는 국방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방산 기업들의 수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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