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국내 증시는 변동성 결합된 박스권 장세 이어질 전망”

윤지호 경제평론가 “강세장 이끌던 반도체 힘 약해지고 있어… 호르무즈해협 봉쇄도 변수”

  • 윤채원

    입력2026-04-03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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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스권이 얼마나 무서운지 개인투자자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약세장이 오면 매매를 안 해서 추가 손실이 크지 않다. 이후 강세장이 오면 자연스럽게 수익이 나는 구조다. 그런데 문제는 변동성이 결합된 박스권(non-trending market)이다. 말이 좋아서 박스권이지 올라갈 때 쫓아가면 물리고, 바닥이라고 생각해 팔면 손실이 난다. 방향이 불분명하고 바닥도 어딘지 알 수 없어 오르내림에 휘둘리다 보면 투자금이 소진되는 장이다. 이럴 때는 현금 비중을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다. 반등 국면에서는 비중을 일부 줄이고, 선호 종목이라면 코스피 5000 초반대 전후 구간에서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윤지호 경제평론가가 강조한 국내 증시 투자전략이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코스피가 연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 사이드카(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급등 또는 급락하는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정지하는 제도)가 총 12번 발동됐다. 매도 사이드카 7회, 매수 사이드카 5회다. 윤 평론가는 상당 기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코스피 하단은 5000 전후로 예상된다”며 “전쟁 전에는 코스피 상단을 높게 봤지만, 지금은 6000 이상은 부담스럽다”고 전망했다.

    코스피 6000? 쉽지 않아 

    현재 국내 증시를 어떻게 보나.

    “추세가 있는 장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강세장을 이끈 힘은 두 가지였다. 반도체 실적과 상법 개정 등 거버넌스 개혁이다. 그런데 이 메인 시나리오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첫 번째는 반도체다. 실적이 좋아지는 속도가 둔화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성장(growth)과 성장률(growth rate)은 다르다. 주식시장은 좋아지는 속도에 반응한다. 미국 빅테크의 자본적 지출(CAPEX) 규모가 감소하고 있어 성장률이 올해 2~3분기에는 꺾일 것이라고 본다. 실적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반도체 현물 가격도 최근 하락했다.

    두 번째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다.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다. 과거처럼 물류가 원활하지 않고, 통행 비용이 붙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4월 이후 하반기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금 가격 역시 하락했다. ‘에브리싱 랠리’가 중단된 것으로 봐도 되나.

    “진작 꺾였다. 전쟁이 나면 금이 오를 것 같지만, 금도 결국 자산이다. 안전자산조차 현금으로 바꾸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기댓값(멀티플)을 확장하는 장세가 멈추는 국면이다. 개인투자자는 관련 데이터를 직접 보기 어렵지만, 금 가격을 참고 지표로 삼을 수 있다. 금이 꺾였다는 것은 다른 자산도 상당히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지난번 인터뷰에선 올해 1~2분기까지 반도체가 괜찮다고 했는데 지금도 유효한 판단인가.

    “그땐 전쟁 전이었다. 가치는 금리 같은 할인율과 성장률로 결정된다(가치: C(주가수익)÷[r(할인율)-g(성장률)]). 지금은 성장률이 둔화되고, 금리까지 상승했다. 두 변수 모두 밸류에이션에 부정적이다. 기업이 가치를 유지하려면 판매가 늘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둔화가 나타나면 수요가 위축된다. 3월 30일 마이크론이 급락한 것도 메모리 수요 감소 전망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AI) 토큰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어 일정 시점엔 다시 실적 기대가 살아날 것이다. 다만 올해 3분기엔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1~2분기 실적 기대를 반영해 버티는 구간이다. 그래도 박스권 하단에 오면 매수할 만하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가 전 고점을 넘어 30만 원까지 간다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본다.”

    박스권에선 어떤 종목을 사야 하나.

    “이익이 개선되는 영역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반도체와 주주환원 중심의 은행주다. 강세장 메인 시나리오가 약화됐더라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기본 포트폴리오로 가져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여기에 바벨 전략을 더해야 한다. 현 시장의 문제는 기대 인플레이션과 금리다. 이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산을 찾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글로벌로 보면 자원 관련 기업이다. 지금은 자원이 무기화되는 시대다. 전쟁 후에도 중동산 석유와 가스 비중을 더 늘릴 수 있겠나. 특정 지역에 의존하는 에너지 구조는 유지되기 어려운 만큼 미국 가스 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 상사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부터 자원 확보에 적극적이었고, 광산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워런 버핏도 일본 상사에 투자했다.”

    “반도체, 은행, 미국 가스 기업 눈여겨볼 만”

    장이 다시 상승 흐름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신호가 있나.

    “박스권 장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급반등을 보고 상승장으로 판단해 조급한 마음에 매수해선 안 된다. 모든 걸 다 팔고 떠나고 싶을 때 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신경 쓰지 말고 금리와 통화정책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는 게 좋겠다. 분기점은 5월 15일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취임 여부다.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의 메시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시장은 멀티플을 올릴 만한 유동성 보강 요인이 나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AI 수요가 확산하면서 토큰 사용량이 늘어나고 선순환 사이클로 이어지겠지만, 최소한 두 분기 정도는 그게 확산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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